[지구촌 돋보기] “사람 말고 물가 잡아라” 유럽 시위 물결

입력 2022.10.24 (10:47) 수정 2022.10.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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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에서 한 달 넘게 정유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철도와 교육계로도 파업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과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시민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프랑스 정유 파업이 국가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네요?

[기자]

네 프랑스 정유사 토탈에너지의 노조가 지난달 20일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토탈에너지는 프랑스 전역에서 주유소 3천 5백여 곳을 운영 중인데요.

파업 장기화로 그중 3분의 1 정도가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주유 대란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주유소 앞으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요.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주유소를 찾아 프랑스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모여든 겁니다.

[프랑스 시민 : "회사를 운영 중인데 창고에 대기 중인 차량이 두 대나 있어요. 연료를 비축해야 하고, 기름을 채워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운영을 못해요."]

정유 노조에서 시작된 임금인상 시위는 프랑스 내 다른 노동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18일 대중교통과 학교, 공공의료 노동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앵커]

영국에서도 올해 들어 임금 인상 시위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기자]

영국 철도 노조가 지난 6월 30여년 만에 파업에 돌입해 이목을 끌었는데, 이제는 철도 파업이 뉴스조차 되지 않을 지경입니다.

지난 8일에도 영국 15개 철도회사 노조원 등 약 4만 명이 파업했는데요.

올해만 11번째입니다.

영국에서는 우체국 집배원과 언론인, 변호사까지 직종을 불문하고 각계로 파업이 번지고 있는데요.

CNN은 지난달 기준으로 영국에서 최소 15만 5천 명이 파업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파업과 시위가 번지는 게 영국과 프랑스만이 아니라고요?

[기자]

네 벨기에와 이탈리아, 체코 등 최근 들어 유럽 전역으로 시위가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국가와 직종을 불문하고 시위대가 요구하는 건 비슷한데요.

바로 '임금 인상'입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여파에 받던 월급으로 더는 못 살겠다는 거죠.

여기에 유독 유럽에서 시위가 커지는 이유는 추워진 날씨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물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관을 틀어막았죠.

전쟁 이전에는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40% 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는데, 지금은 9%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공급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전기와 가스를 많이 쓰는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서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습니다.

전쟁 초반인 지난 3월 메가와트시(MWh) 당 335유로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가스 요금은 최근 110유로 정도로 떨어졌지만,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수준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공과금 청구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아예 "에너지 요금을 내지 말자"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에 전례 없는 '에너지 한파'가 몰아쳤네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대비책은 마련되고 있나요?

[기자]

미국 등에서 최대한 가스를 사들이고 계획 정전까지 대비하는 등 유럽 각국이 고군분투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겨울나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유럽 에너지 위기를 두고 "뭐든 하나라도 삐끗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큰 한파가 찾아오거나, 공급망에 작은 차질이라도 생기면 에너지 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에너지 탱크를 최대한 채우고 허리띠도 바짝 졸라맨 유럽은 이제 치솟는 요금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회원국들마다 찬반 격차가 커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찰스 미셸/EU 이사회 의장 :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봅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가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함께 일할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더 큰 우려는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올해보다 내년 겨울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건데요.

IMF는 최근 "에너지 위기로 유럽 중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등이 특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가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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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사람 말고 물가 잡아라” 유럽 시위 물결
    • 입력 2022-10-24 10:47:54
    • 수정2022-10-24 1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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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에서 한 달 넘게 정유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철도와 교육계로도 파업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과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시민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프랑스 정유 파업이 국가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네요?

[기자]

네 프랑스 정유사 토탈에너지의 노조가 지난달 20일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토탈에너지는 프랑스 전역에서 주유소 3천 5백여 곳을 운영 중인데요.

파업 장기화로 그중 3분의 1 정도가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주유 대란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주유소 앞으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요.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주유소를 찾아 프랑스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모여든 겁니다.

[프랑스 시민 : "회사를 운영 중인데 창고에 대기 중인 차량이 두 대나 있어요. 연료를 비축해야 하고, 기름을 채워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운영을 못해요."]

정유 노조에서 시작된 임금인상 시위는 프랑스 내 다른 노동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18일 대중교통과 학교, 공공의료 노동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앵커]

영국에서도 올해 들어 임금 인상 시위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기자]

영국 철도 노조가 지난 6월 30여년 만에 파업에 돌입해 이목을 끌었는데, 이제는 철도 파업이 뉴스조차 되지 않을 지경입니다.

지난 8일에도 영국 15개 철도회사 노조원 등 약 4만 명이 파업했는데요.

올해만 11번째입니다.

영국에서는 우체국 집배원과 언론인, 변호사까지 직종을 불문하고 각계로 파업이 번지고 있는데요.

CNN은 지난달 기준으로 영국에서 최소 15만 5천 명이 파업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파업과 시위가 번지는 게 영국과 프랑스만이 아니라고요?

[기자]

네 벨기에와 이탈리아, 체코 등 최근 들어 유럽 전역으로 시위가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국가와 직종을 불문하고 시위대가 요구하는 건 비슷한데요.

바로 '임금 인상'입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여파에 받던 월급으로 더는 못 살겠다는 거죠.

여기에 유독 유럽에서 시위가 커지는 이유는 추워진 날씨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물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관을 틀어막았죠.

전쟁 이전에는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40% 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는데, 지금은 9%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공급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전기와 가스를 많이 쓰는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서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습니다.

전쟁 초반인 지난 3월 메가와트시(MWh) 당 335유로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가스 요금은 최근 110유로 정도로 떨어졌지만,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수준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공과금 청구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아예 "에너지 요금을 내지 말자"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에 전례 없는 '에너지 한파'가 몰아쳤네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대비책은 마련되고 있나요?

[기자]

미국 등에서 최대한 가스를 사들이고 계획 정전까지 대비하는 등 유럽 각국이 고군분투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겨울나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유럽 에너지 위기를 두고 "뭐든 하나라도 삐끗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큰 한파가 찾아오거나, 공급망에 작은 차질이라도 생기면 에너지 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에너지 탱크를 최대한 채우고 허리띠도 바짝 졸라맨 유럽은 이제 치솟는 요금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회원국들마다 찬반 격차가 커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찰스 미셸/EU 이사회 의장 :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봅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가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함께 일할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더 큰 우려는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올해보다 내년 겨울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건데요.

IMF는 최근 "에너지 위기로 유럽 중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등이 특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가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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