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이탈·엔진에 불꽃…잇단 비상착륙 괜찮나?

입력 2022.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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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항공기 내 비상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올 여름 개봉됐었죠. 그런데 가상이 아닌 실제 비상착륙을 감행해야 하는 사고가 최근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여행 수요가 본격 회복되고 있는 시점. 하늘길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일까요?


■활주로 벗어난 위험천만 비상착륙 #1

24일 새벽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KE631편 사고. 승객 160여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에 '착륙 도중 발생한 활주로 이탈 사고'(오버런·over-run)라고 명명했습니다.
다행히도 별다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화면으로 본 기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바퀴다리 손상 등 동체 하부가 파손된 채 활주로 근처에 정지했습니다. 세부공항은 일시 폐쇄됐고, 다른 항공기들은 근처 클라크 공항으로 회항하거나 지연 운행됐습니다.

활주로 이탈 사고로 파손된 대한항공 여객기 기체(필리핀 민항국 제공)활주로 이탈 사고로 파손된 대한항공 여객기 기체(필리핀 민항국 제공)

대한항공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사과로 넘어갈 만한 수준의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을 파견했고, 활주로 폐쇄라는 결과를 초래한 만큼 필리핀 현지 당국의 사후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엔진이 타요" 피 말리던 2시간 끝에 비상착륙#2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좌석이 진동으로 떨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보니 오른쪽 날개 쪽에서 불꽃이 튀었다." 국제선 여객기 비상착륙은 불과 석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가던 7월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입니다. 엔진에서 불이 나면서 항공기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 역시 '비상착륙'했습니다. 기체 이상을 감지한 뒤 비상착륙하기까지 2시간 동안 승객들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정부와 엔진 제작사, 대한항공은 엔진 내부 문제가 있는 것인지 등을 놓고 원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7월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 화재 사고7월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 화재 사고

■4월에는 노동자 사망까지…늘어나는 공항 사고

두 건의 비상착륙사고 모두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고의 심각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대형 사고의 전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월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항공기 견인 차량을 점검하다가 3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알려진 사고가 이 정도일 뿐. 대규모 인명 피해를 생기게 할 수 있는 공항 내 지상안전사고도 최근 들어 늘고 있습니다. 항공사 업무용 차량이 공항에서 보행 중인 사람을 쳐 다치게 하거나 공항 활주로에서 차량끼리 충돌하는 사례까지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각국 공항들

코로나 19가 휩쓸던 초기, 전 세계 하늘길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항공사와 공항 모두 대규모로 인력을 줄였습니다. 조종간을 잡는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감원이나 무급휴직 등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상황이 바뀌어 하늘길이 자유로워졌지만, 이제는 역으로 갑자기 늘어난 승객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과 미국 공항과 항공사들은 수속·보안 직원까지 확보하지 못해 공항에 큰 혼잡이 빚어졌고, 숙련된 조종사를 다시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항 혼잡이 아닌 운항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폭발적인 항공 수요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 영국 히스로 국제공항. 주인을 찾지 못한 짐들이 쌓여있다.올해 여름 영국 히스로 국제공항. 주인을 찾지 못한 짐들이 쌓여있다.

■국내도 빠른 수요 회복세…'안전운항' 점검할 때

코로나 19 검사 등 입출국을 전후한 제반 절차들이 간소화되면서 항공 수요의 빠른 회복은 국내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9월 기준 국제선 운항 실적을 보면 지난해의 배에 이미 육박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이런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을 우려한 정부도 이번 세부 사고 며칠 전 관련 대책을 하나 내놨습니다. 국내 11개 항공사의 자체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①국제선 운항 정상화에 대비한 항공사의 자체 안전관리 실태 확인 ②항공정책실장과 최고경영관리자(CEO) 간 면담 실시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10.20. 배포)국토교통부 보도자료(10.20. 배포)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잇따른 '비상착륙 사고'는 좀 더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주문하게 합니다. 2년여 동안 사실상 쉬었던 국내 항공업계가 갑자기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점검 대상은 조종사, 승무원, 정비요원, 공항 지상 인력 등 전방위에 걸쳐야 합니다. 안전사고, 특히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항공기 사고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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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주로 이탈·엔진에 불꽃…잇단 비상착륙 괜찮나?
    • 입력 2022-10-25 06:00:25
    취재K
항공기 내 비상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올 여름 개봉됐었죠. 그런데 가상이 아닌 실제 비상착륙을 감행해야 하는 사고가 최근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여행 수요가 본격 회복되고 있는 시점. 하늘길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일까요?

■활주로 벗어난 위험천만 비상착륙 #1

24일 새벽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KE631편 사고. 승객 160여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에 '착륙 도중 발생한 활주로 이탈 사고'(오버런·over-run)라고 명명했습니다.
다행히도 별다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화면으로 본 기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바퀴다리 손상 등 동체 하부가 파손된 채 활주로 근처에 정지했습니다. 세부공항은 일시 폐쇄됐고, 다른 항공기들은 근처 클라크 공항으로 회항하거나 지연 운행됐습니다.

활주로 이탈 사고로 파손된 대한항공 여객기 기체(필리핀 민항국 제공)
대한항공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사과로 넘어갈 만한 수준의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을 파견했고, 활주로 폐쇄라는 결과를 초래한 만큼 필리핀 현지 당국의 사후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엔진이 타요" 피 말리던 2시간 끝에 비상착륙#2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좌석이 진동으로 떨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보니 오른쪽 날개 쪽에서 불꽃이 튀었다." 국제선 여객기 비상착륙은 불과 석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가던 7월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입니다. 엔진에서 불이 나면서 항공기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 역시 '비상착륙'했습니다. 기체 이상을 감지한 뒤 비상착륙하기까지 2시간 동안 승객들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정부와 엔진 제작사, 대한항공은 엔진 내부 문제가 있는 것인지 등을 놓고 원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7월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 화재 사고
■4월에는 노동자 사망까지…늘어나는 공항 사고

두 건의 비상착륙사고 모두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고의 심각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대형 사고의 전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월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항공기 견인 차량을 점검하다가 3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알려진 사고가 이 정도일 뿐. 대규모 인명 피해를 생기게 할 수 있는 공항 내 지상안전사고도 최근 들어 늘고 있습니다. 항공사 업무용 차량이 공항에서 보행 중인 사람을 쳐 다치게 하거나 공항 활주로에서 차량끼리 충돌하는 사례까지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각국 공항들

코로나 19가 휩쓸던 초기, 전 세계 하늘길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항공사와 공항 모두 대규모로 인력을 줄였습니다. 조종간을 잡는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감원이나 무급휴직 등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상황이 바뀌어 하늘길이 자유로워졌지만, 이제는 역으로 갑자기 늘어난 승객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과 미국 공항과 항공사들은 수속·보안 직원까지 확보하지 못해 공항에 큰 혼잡이 빚어졌고, 숙련된 조종사를 다시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항 혼잡이 아닌 운항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폭발적인 항공 수요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 영국 히스로 국제공항. 주인을 찾지 못한 짐들이 쌓여있다.
■국내도 빠른 수요 회복세…'안전운항' 점검할 때

코로나 19 검사 등 입출국을 전후한 제반 절차들이 간소화되면서 항공 수요의 빠른 회복은 국내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9월 기준 국제선 운항 실적을 보면 지난해의 배에 이미 육박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이런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을 우려한 정부도 이번 세부 사고 며칠 전 관련 대책을 하나 내놨습니다. 국내 11개 항공사의 자체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①국제선 운항 정상화에 대비한 항공사의 자체 안전관리 실태 확인 ②항공정책실장과 최고경영관리자(CEO) 간 면담 실시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10.20. 배포)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잇따른 '비상착륙 사고'는 좀 더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주문하게 합니다. 2년여 동안 사실상 쉬었던 국내 항공업계가 갑자기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점검 대상은 조종사, 승무원, 정비요원, 공항 지상 인력 등 전방위에 걸쳐야 합니다. 안전사고, 특히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항공기 사고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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