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9개월, 현실은?

입력 2022.10.26 (19:17) 수정 2022.10.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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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해 가계를 도왔던 착한 딸.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의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 이야깁니다.

이번 사고도 '인재'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안전 덮개나 비상 제동 장치 등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근로자가 회전체에 이렇게 신체 일부가 말려들어 갈 위험이 있잖아요. 그런 기계 뚜껑을 열면 기계가 운전이 정지가 돼야 되는데 그런 설비가 없는 것이 문제인 거죠."]

현재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SPL 대표를 입건한 상탠데요.

중대재해처벌법, 지난 1월 시행된 이 법은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한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연 중대법 시행 후 현실은 달라졌을까요?

중대법 시행 이후 지난달(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32건에 사망자는 448명,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소폭 줄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하면 중대법 '적용 대상'은 157건으로 크게 줄어들고, 실제 경찰이 중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사례는 56건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도 21건으로 줄어듭니다.

법 시행 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실제로 60%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여부는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됐었죠.

이 때문에 노동계는 중대법을 더 꼼꼼하게 정비해야 한다, 경영계는 사업주 부담이 너무 크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대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됐던 경남 창원 두성산업 측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면서 논란은 커지는 모양샙니다.

[김재옥/두성산업 측 변호인 : "조금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규정을 많이 갖고 있어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법률로..."]

[김종하/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부본부장 : "중대재해처벌법이 곧 종이호랑이가 되겠구나, 사문화 되겠구나..."]

지난 7월, 기계 정비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광주시 하남산단의 한 공장.

정비작업 중이지만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아 다른 노동자가 기계를 가동하면서 사고가 난 건데, 중대법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광주·전남의 경우 이처럼 중대법 적용이 되지 않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전체 90% 정도여서 실효성을 거두기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전국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 전체 446명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352명.

전체 78%를 차지하지만 중대법은 적용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하청 구조가 심각한 우리나라 산업 구조 특성상,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지원과 제도 보완이 더 시급한 겁니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 안전대책을 심의하는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조가 위촉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등 유명무실해진 제도들을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노동자들이 참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구조에서, 자꾸 소규모 사업장,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는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산업안전보건컨설팅을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센터'가 만들어지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망사고 만인율', 그러니까 근로자 만 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는 지난해 기준 0.43, 일본과 독일을 훨씬 웃도는데요.

최근엔 코로나19로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사고도 늘고 있죠.

정부는 이번 SPC 사망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만들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는데요.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쏟을 땝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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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9개월, 현실은?
    • 입력 2022-10-26 19:17:38
    • 수정2022-10-26 19:47:34
    뉴스7(광주)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해 가계를 도왔던 착한 딸.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의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 이야깁니다.

이번 사고도 '인재'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안전 덮개나 비상 제동 장치 등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근로자가 회전체에 이렇게 신체 일부가 말려들어 갈 위험이 있잖아요. 그런 기계 뚜껑을 열면 기계가 운전이 정지가 돼야 되는데 그런 설비가 없는 것이 문제인 거죠."]

현재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SPL 대표를 입건한 상탠데요.

중대재해처벌법, 지난 1월 시행된 이 법은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한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연 중대법 시행 후 현실은 달라졌을까요?

중대법 시행 이후 지난달(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32건에 사망자는 448명,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소폭 줄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하면 중대법 '적용 대상'은 157건으로 크게 줄어들고, 실제 경찰이 중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사례는 56건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도 21건으로 줄어듭니다.

법 시행 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실제로 60%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여부는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됐었죠.

이 때문에 노동계는 중대법을 더 꼼꼼하게 정비해야 한다, 경영계는 사업주 부담이 너무 크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대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됐던 경남 창원 두성산업 측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면서 논란은 커지는 모양샙니다.

[김재옥/두성산업 측 변호인 : "조금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규정을 많이 갖고 있어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법률로..."]

[김종하/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부본부장 : "중대재해처벌법이 곧 종이호랑이가 되겠구나, 사문화 되겠구나..."]

지난 7월, 기계 정비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광주시 하남산단의 한 공장.

정비작업 중이지만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아 다른 노동자가 기계를 가동하면서 사고가 난 건데, 중대법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광주·전남의 경우 이처럼 중대법 적용이 되지 않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전체 90% 정도여서 실효성을 거두기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전국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 전체 446명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352명.

전체 78%를 차지하지만 중대법은 적용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하청 구조가 심각한 우리나라 산업 구조 특성상,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지원과 제도 보완이 더 시급한 겁니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 안전대책을 심의하는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조가 위촉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등 유명무실해진 제도들을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노동자들이 참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구조에서, 자꾸 소규모 사업장,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는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산업안전보건컨설팅을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센터'가 만들어지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망사고 만인율', 그러니까 근로자 만 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는 지난해 기준 0.43, 일본과 독일을 훨씬 웃도는데요.

최근엔 코로나19로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사고도 늘고 있죠.

정부는 이번 SPC 사망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만들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는데요.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쏟을 땝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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