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일하다 다리를 잃었다…비극 부른 ‘택배 할당’ 시스템

입력 2022.10.28 (21:39) 수정 2022.10.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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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기사는 대부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됩니다.

법적으론 개인사업자지만 실제로는 택배 회사 물건을 배달하는 노동자 역할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일하다 다쳐도 쉬지 못하거나, 되려 보상금을 물기도 합니다.

한 택배기사는 다친 뒤에도 계속 일하다 한쪽 다리까지 잃게 됐는데 어떤 상황인지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가까이 택배 일을 해온 50대 김 모 씨.

지난 6월 배달 도중 모르고 유리를 밟았습니다.

[김OO/전 택배 기사/음성변조 : "바쁘게 쫓아다니다 보니까 다쳐도 다쳤는지도 모르고 하는데. 신발을 벗어 보니까 유리 조각이 박혀있더라고요."]

소독만 하고 일을 계속 했는데, 2주 뒤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상처가 당뇨와 겹쳐 심한 골관절염으로 번졌다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네 차례에 걸쳐 정강이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OO씨 아내/음성변조 : "(의사가) 좀 빨리 오지, 안타깝다고. 염증이 발가락 하나 있을 때 왔으면 그게 발가락 전부 다 안 퍼졌을 텐데."]

제 때 병원을 못 간 데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택배 본사의 화물 관리를 대리하는 지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고 1인 영업소를 맡아 왔습니다.

김 씨는 영업소 직원이자 사장으로 일했습니다.

하루 백 개가 넘는 택배 물량을 채워야 했습니다.

쉬려면, 임시 기사에게 대신 일을 맡겨야 하는데 그 비용이 하루 수십만 원입니다.

[김OO/전 택배 기사/음성변조 : "돈 벌러 갔는데 돈 까먹을 것 같으면 그 일을 뭐 한다고 합니까 안 하는 게 낫지요. 용차비(임시 기사 비용)를 배를 줘야 하는데..."]

통증이 심해지자, 지점에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김OO씨 - 지점장/음성변조 :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요.) 아파트는 할 수 있겠어요? 갑자기 이러면 또 용차(임시 기사)를 또 불러야 하잖아요."]

1인 영업소 형태로 물량을 할당받다 보니, 배달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다 짊어져야 합니다.

하루라도 일을 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택배노조 로젠 지부장 : "(택배 기사들은) 사장이라는 책임 의식이 있는 거예요. 그럼 아파도 나 혼자 스스로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거예요. 너무 아파서 지점에 얘기하면, '네 구역이니까 네가 콜 밴(임시 기사) 쓰고 갔다 와'."]

다리 절단으로 더 이상 택배 일을 못 하게 된 김 씨는, 합병증과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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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 일하다 다리를 잃었다…비극 부른 ‘택배 할당’ 시스템
    • 입력 2022-10-28 21:39:37
    • 수정2022-10-28 21:49:24
    뉴스 9
[앵커]

택배기사는 대부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됩니다.

법적으론 개인사업자지만 실제로는 택배 회사 물건을 배달하는 노동자 역할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일하다 다쳐도 쉬지 못하거나, 되려 보상금을 물기도 합니다.

한 택배기사는 다친 뒤에도 계속 일하다 한쪽 다리까지 잃게 됐는데 어떤 상황인지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가까이 택배 일을 해온 50대 김 모 씨.

지난 6월 배달 도중 모르고 유리를 밟았습니다.

[김OO/전 택배 기사/음성변조 : "바쁘게 쫓아다니다 보니까 다쳐도 다쳤는지도 모르고 하는데. 신발을 벗어 보니까 유리 조각이 박혀있더라고요."]

소독만 하고 일을 계속 했는데, 2주 뒤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상처가 당뇨와 겹쳐 심한 골관절염으로 번졌다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네 차례에 걸쳐 정강이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OO씨 아내/음성변조 : "(의사가) 좀 빨리 오지, 안타깝다고. 염증이 발가락 하나 있을 때 왔으면 그게 발가락 전부 다 안 퍼졌을 텐데."]

제 때 병원을 못 간 데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택배 본사의 화물 관리를 대리하는 지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고 1인 영업소를 맡아 왔습니다.

김 씨는 영업소 직원이자 사장으로 일했습니다.

하루 백 개가 넘는 택배 물량을 채워야 했습니다.

쉬려면, 임시 기사에게 대신 일을 맡겨야 하는데 그 비용이 하루 수십만 원입니다.

[김OO/전 택배 기사/음성변조 : "돈 벌러 갔는데 돈 까먹을 것 같으면 그 일을 뭐 한다고 합니까 안 하는 게 낫지요. 용차비(임시 기사 비용)를 배를 줘야 하는데..."]

통증이 심해지자, 지점에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김OO씨 - 지점장/음성변조 :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요.) 아파트는 할 수 있겠어요? 갑자기 이러면 또 용차(임시 기사)를 또 불러야 하잖아요."]

1인 영업소 형태로 물량을 할당받다 보니, 배달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다 짊어져야 합니다.

하루라도 일을 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택배노조 로젠 지부장 : "(택배 기사들은) 사장이라는 책임 의식이 있는 거예요. 그럼 아파도 나 혼자 스스로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거예요. 너무 아파서 지점에 얘기하면, '네 구역이니까 네가 콜 밴(임시 기사) 쓰고 갔다 와'."]

다리 절단으로 더 이상 택배 일을 못 하게 된 김 씨는, 합병증과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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