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팬덤문화’ 재밌어요…‘K팝’에 푹 빠진 해외 팬들

입력 2022.10.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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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KBS ‘뮤직뱅크’ 녹화 현장. 걸그룹 ‘마마무’ 팬들이 객석에서 ‘무 모양의 응원봉’을 흔들며 무대 공연을 응원하고 있다.지난 21일 KBS ‘뮤직뱅크’ 녹화 현장. 걸그룹 ‘마마무’ 팬들이 객석에서 ‘무 모양의 응원봉’을 흔들며 무대 공연을 응원하고 있다.

■ "눈물나는 BTS 입대…슬프지만 그들의 복귀, 기다릴 거예요"

"정말 슬퍼서 눈물도 흘렸지만…. 팬으로서 당연히,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그들은 제게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해줬어요. 덕분에 지금 한국에 와서 '뮤직뱅크' 생방송도 볼 수 있게 됐지요." (이솔데 루한 / 노르웨이 출신 K팝 팬)

"일부 멤버가 먼저 입대하고, 나머지는 계속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요. 그렇지만 저는 '동반 입대'가 좋을 거 같아요. 같은 시기에 컴백할 수 있으니까요." (크리스틴 / 스웨덴 출신 K팝 팬)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중심 'K팝(K-POP)'. 현재 K팝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BTS(방탄소년단)의 입대 소식입니다. 올해로 만 서른 살이 되는 맏형 '진'부터 멤버 7명 전원이 차례로 입대할 예정인데요.

최근 KBS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들은 BTS의 입대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K팝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들의 복귀를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먼 나라에서부터 우리 음악을 찾아 듣고, 'K팝 스타'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온 해외 팬들. 아시아부터 남미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열혈 'K팝 팬'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느낀 'K팝의 매력'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미국에서 온 부부 K팝 팬 미셸(왼쪽)·제레미아(오른쪽)씨가 지난 14일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걸그룹 ‘드림캐쳐’(부부가 들고 있는 사진 속 그룹)의 팬인 이들은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방청을 여러 번 신청할 만큼, K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미국에서 온 부부 K팝 팬 미셸(왼쪽)·제레미아(오른쪽)씨가 지난 14일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걸그룹 ‘드림캐쳐’(부부가 들고 있는 사진 속 그룹)의 팬인 이들은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방청을 여러 번 신청할 만큼, K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 해외 팬들이 본 'K팝'의 매력: ① 차별화된 퍼포먼스

지난 14일과 21일 오후, 취재진은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방송 날인 금요일에 서울 여의도 소재 KBS 본관 앞에 줄지어 선 외국인 방청객들과 만났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K팝 가수들의 사전 녹화 및 생방송을 방청하기 위해 입장 순서에 따라 대기하는 상황이었는데요.

해외 팬들이 꼽은 첫 번째 K팝의 매력은 바로 '차별화된 퍼포먼스'였습니다. 여기서 퍼포먼스란 노래와 춤을 포함한 개인기, 무대 효과 등 공연에서 진행되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해외 팬들은 K팝 가수들이 '완벽한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퍼포먼스에서, 다른 나라 음악과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개최된 가운데, BTS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 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개최된 가운데, BTS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마카오와 홍콩에서 온 미아·아리아나씨는 인터뷰 당시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직캠(직접 촬영한 캠(Cam) 동영상)'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멋진 모습을 보고 난 뒤부터 빠져들게 됐다"며 "특히 춤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온 부부 미셸·제레미아씨는 " 뮤직뱅크 방청만 6번째 신청"하고 " 'BTS' '트와이스' 콘서트도 갔을" 정도로 열성 K팝 팬이었는데요. 남편 제레미아씨는 "최근의 K팝 노래는 혁신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장르를 다루고,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열심히 연습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 무대에서 (각종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현장은 무척 신나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출신 K팝 팬 벨씨는 "K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퍼포먼스다. 모든 그룹이 언제나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려고 한다"며 "어떤 그룹도 (퍼포먼스를) 설렁설렁 하지 않는다. 몇 년을 연습하면서, 노래, 랩, 댄스, 프리스타일 등 많은 걸 해내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K팝 그룹 공연장에 모인 해외 팬들이 응원봉 등을 흔들며 스타의 무대를 응원하고 있다. 태국 출신 K팝 팬 떤니씨는 “한국 아이돌 응원봉 등 굿즈 구매와 팬사인회 응모에 돈을 많이 썼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한 K팝 그룹 공연장에 모인 해외 팬들이 응원봉 등을 흔들며 스타의 무대를 응원하고 있다. 태국 출신 K팝 팬 떤니씨는 “한국 아이돌 응원봉 등 굿즈 구매와 팬사인회 응모에 돈을 많이 썼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 해외 팬들이 본 'K팝'의 매력: ② 하나 되는 팬덤 문화

해외 팬들이 언급한 두 번째 K팝의 매력은 '하나 되는 팬덤(연예인 등 특정 인물이나 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몰입하는 사람 또는 무리) 문화'였습니다. 이때 '하나가 된다'는 것은 팬과 팬이, 나아가 스타와 팬이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가진다는 뜻인데요.

'K팝 스타의 팬'이라는 이름 아래 국적도 인종도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돼 끈끈한 우정을 다지고, 팬과 스타가 서로를 향해 관심과 애정을 나누면서 긍정적인 상호 관계를 맺는 식입니다. 특히 팬들이 응원봉과 플래카드를 흔들며 현장 응원에 나설 때는 스타와 팬 모두가 공연장에서 한마음으로 어우러지지요. 이처럼 서로를 위해주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낀다는 해외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의 앨범은 물론 다양한 굿즈(특정 브랜드·연예인 관련 기획 상품)들까지 구매하면서 'K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뮤직뱅크 대기줄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프랑스인 벨(왼쪽), 미국인 보키(오른쪽)씨는 “K팝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같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뮤직뱅크 대기줄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프랑스인 벨(왼쪽), 미국인 보키(오른쪽)씨는 “K팝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같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벨·보키 / 프랑스·미국 출신 K팝 팬

"K팝만의 팬덤 문화가 매력을 더해줘요. 어떤 스타에 새롭게 입문한 팬이 '이게 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면, 기존의 팬들이 '내가 소개해줄게' 하면서 도와주죠. '누구의 음악을 어떻게 듣는지' '어떤 멤버를 좋아하는지' 서로 궁금해하고 다양한 정보를 나눠요. 이렇게 팬들끼리 끈끈하게 뭉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사실 저희는 오늘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벌써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저희가 같은 그룹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K팝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같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답니다."

브라질에서 온 니콜씨는 "BTS는 데뷔 초창기부터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명했다"며 "그들은 다른 그룹들보다 먼저 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그 때문에 저도 K팝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카오 출신 미아씨는 "한국 아이돌은 저희 같은 해외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고, 저희 역시 사랑으로 보답한다. 이러한 스타와 팬의 정성스러운 '상호 소통 관계'가 K팝의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인 미셸씨는 "아티스트가 주는 에너지 그리고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매우 좋다. 스타의 사랑을 받는 팬들로서는 그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뮤직뱅크 방청을 위해 KBS 본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외 K팝 팬’ 태국인 떤니(왼쪽)씨와 브라질 출신 니콜(오른쪽)씨. 이들은 팬들끼리의 화합, 스타와 팬 간의 소통 등 ‘하나 되는 팬덤 문화’를 ‘K팝의 매력’으로 지목했다.뮤직뱅크 방청을 위해 KBS 본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외 K팝 팬’ 태국인 떤니(왼쪽)씨와 브라질 출신 니콜(오른쪽)씨. 이들은 팬들끼리의 화합, 스타와 팬 간의 소통 등 ‘하나 되는 팬덤 문화’를 ‘K팝의 매력’으로 지목했다.

태국인 떤니씨는 자신을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의 가수 권은비·이채연의 팬"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갓 데뷔한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고 K팝에 빠지게 됐다는 그는 "응원봉 등 굿즈 구매와 팬사인회 응모에 돈을 많이 썼다. 많은 그룹의 굿즈를 샀다"고 말했습니다.

■ " K팝 성장은 이제 시작…BTS에 대한 갈증, 또 다른 '폭발적 성과'로 표출될 것"

이처럼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형성돼 있는 'K팝 팬덤'은 한국 음악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한류 소비자들은 한국 연상 이미지로 5년 연속 'K팝(14.0%)'을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요. 보고서는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도래함에 따라 지난 2년간 중단됐던 K팝 가수들의 해외 공연도 재개되고 있어, K팝 팬덤은 더욱 단단해지고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태국 방콕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K팝 랜덤 플레이댄스’에서 태국 K팝 팬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 19일 오후 태국 방콕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K팝 랜덤 플레이댄스’에서 태국 K팝 팬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K팝 전파'에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BTS의 입대로, '성공의 정점을 찍은 한류가 앞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상기한 보고서의 분석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K팝 등 한류는 '정점이 아닌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또 다른 스타들의 활약으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약 1억 5,6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한류 팬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K팝 팬들'이 그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신연아 / 호원대 K-POP학부 전임교수, 보컬 그룹 '빅마마' 리더

"BTS는 물론이고 후발 주자들까지, 대부분의 K팝 그룹들은 이미 해외 스케줄이 굉장히 많이 잡혀 있어요. 이제 K팝은 우리만의 음악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모두의 음악이 된 것이죠. 지금 해외 팬들이 K팝을 '수용하고 소화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K팝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확 사그라들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세계의 이목이 우리 문화에 총 집중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BTS에 대한 갈증이 또 다른 그룹의 폭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죠. 국제 무대 진출에 있어 '가수들은 치열하게 연습하고 소속사는 전투적으로 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실력과 인지도를 갖추고 도전하는 K팝 그룹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긴 생명력'을 추구한다면 또 다른 체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전체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은 그룹이나 음악이, (인기가) 길게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K팝 가수들의 음악적 역량이 얼마나 깊어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미국인 K팝 팬 소피아·제레미아씨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K팝이 무척 성장했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코로나19 이전만큼 국내외 상황도 회복되고 관광이 다시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외국인들이 K팝을 찾고 한국에 올 것"이라며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K팝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해외 팬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지원 및 번역: 최민주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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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포먼스·팬덤문화’ 재밌어요…‘K팝’에 푹 빠진 해외 팬들
    • 입력 2022-10-29 14:00:21
    취재K
지난 21일 KBS ‘뮤직뱅크’ 녹화 현장. 걸그룹 ‘마마무’ 팬들이 객석에서 ‘무 모양의 응원봉’을 흔들며 무대 공연을 응원하고 있다.
■ "눈물나는 BTS 입대…슬프지만 그들의 복귀, 기다릴 거예요"

"정말 슬퍼서 눈물도 흘렸지만…. 팬으로서 당연히,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그들은 제게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해줬어요. 덕분에 지금 한국에 와서 '뮤직뱅크' 생방송도 볼 수 있게 됐지요." (이솔데 루한 / 노르웨이 출신 K팝 팬)

"일부 멤버가 먼저 입대하고, 나머지는 계속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요. 그렇지만 저는 '동반 입대'가 좋을 거 같아요. 같은 시기에 컴백할 수 있으니까요." (크리스틴 / 스웨덴 출신 K팝 팬)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중심 'K팝(K-POP)'. 현재 K팝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BTS(방탄소년단)의 입대 소식입니다. 올해로 만 서른 살이 되는 맏형 '진'부터 멤버 7명 전원이 차례로 입대할 예정인데요.

최근 KBS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들은 BTS의 입대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K팝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들의 복귀를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먼 나라에서부터 우리 음악을 찾아 듣고, 'K팝 스타'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온 해외 팬들. 아시아부터 남미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열혈 'K팝 팬'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느낀 'K팝의 매력'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미국에서 온 부부 K팝 팬 미셸(왼쪽)·제레미아(오른쪽)씨가 지난 14일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걸그룹 ‘드림캐쳐’(부부가 들고 있는 사진 속 그룹)의 팬인 이들은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방청을 여러 번 신청할 만큼, K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 해외 팬들이 본 'K팝'의 매력: ① 차별화된 퍼포먼스

지난 14일과 21일 오후, 취재진은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방송 날인 금요일에 서울 여의도 소재 KBS 본관 앞에 줄지어 선 외국인 방청객들과 만났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K팝 가수들의 사전 녹화 및 생방송을 방청하기 위해 입장 순서에 따라 대기하는 상황이었는데요.

해외 팬들이 꼽은 첫 번째 K팝의 매력은 바로 '차별화된 퍼포먼스'였습니다. 여기서 퍼포먼스란 노래와 춤을 포함한 개인기, 무대 효과 등 공연에서 진행되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해외 팬들은 K팝 가수들이 '완벽한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퍼포먼스에서, 다른 나라 음악과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개최된 가운데, BTS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마카오와 홍콩에서 온 미아·아리아나씨는 인터뷰 당시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직캠(직접 촬영한 캠(Cam) 동영상)'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멋진 모습을 보고 난 뒤부터 빠져들게 됐다"며 "특히 춤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온 부부 미셸·제레미아씨는 " 뮤직뱅크 방청만 6번째 신청"하고 " 'BTS' '트와이스' 콘서트도 갔을" 정도로 열성 K팝 팬이었는데요. 남편 제레미아씨는 "최근의 K팝 노래는 혁신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장르를 다루고,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열심히 연습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 무대에서 (각종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현장은 무척 신나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출신 K팝 팬 벨씨는 "K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퍼포먼스다. 모든 그룹이 언제나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려고 한다"며 "어떤 그룹도 (퍼포먼스를) 설렁설렁 하지 않는다. 몇 년을 연습하면서, 노래, 랩, 댄스, 프리스타일 등 많은 걸 해내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K팝 그룹 공연장에 모인 해외 팬들이 응원봉 등을 흔들며 스타의 무대를 응원하고 있다. 태국 출신 K팝 팬 떤니씨는 “한국 아이돌 응원봉 등 굿즈 구매와 팬사인회 응모에 돈을 많이 썼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 해외 팬들이 본 'K팝'의 매력: ② 하나 되는 팬덤 문화

해외 팬들이 언급한 두 번째 K팝의 매력은 '하나 되는 팬덤(연예인 등 특정 인물이나 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몰입하는 사람 또는 무리) 문화'였습니다. 이때 '하나가 된다'는 것은 팬과 팬이, 나아가 스타와 팬이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가진다는 뜻인데요.

'K팝 스타의 팬'이라는 이름 아래 국적도 인종도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돼 끈끈한 우정을 다지고, 팬과 스타가 서로를 향해 관심과 애정을 나누면서 긍정적인 상호 관계를 맺는 식입니다. 특히 팬들이 응원봉과 플래카드를 흔들며 현장 응원에 나설 때는 스타와 팬 모두가 공연장에서 한마음으로 어우러지지요. 이처럼 서로를 위해주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낀다는 해외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의 앨범은 물론 다양한 굿즈(특정 브랜드·연예인 관련 기획 상품)들까지 구매하면서 'K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뮤직뱅크 대기줄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프랑스인 벨(왼쪽), 미국인 보키(오른쪽)씨는 “K팝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같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벨·보키 / 프랑스·미국 출신 K팝 팬

"K팝만의 팬덤 문화가 매력을 더해줘요. 어떤 스타에 새롭게 입문한 팬이 '이게 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면, 기존의 팬들이 '내가 소개해줄게' 하면서 도와주죠. '누구의 음악을 어떻게 듣는지' '어떤 멤버를 좋아하는지' 서로 궁금해하고 다양한 정보를 나눠요. 이렇게 팬들끼리 끈끈하게 뭉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사실 저희는 오늘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벌써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저희가 같은 그룹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K팝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같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답니다."

브라질에서 온 니콜씨는 "BTS는 데뷔 초창기부터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명했다"며 "그들은 다른 그룹들보다 먼저 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그 때문에 저도 K팝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카오 출신 미아씨는 "한국 아이돌은 저희 같은 해외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고, 저희 역시 사랑으로 보답한다. 이러한 스타와 팬의 정성스러운 '상호 소통 관계'가 K팝의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인 미셸씨는 "아티스트가 주는 에너지 그리고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매우 좋다. 스타의 사랑을 받는 팬들로서는 그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뮤직뱅크 방청을 위해 KBS 본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외 K팝 팬’ 태국인 떤니(왼쪽)씨와 브라질 출신 니콜(오른쪽)씨. 이들은 팬들끼리의 화합, 스타와 팬 간의 소통 등 ‘하나 되는 팬덤 문화’를 ‘K팝의 매력’으로 지목했다.
태국인 떤니씨는 자신을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의 가수 권은비·이채연의 팬"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갓 데뷔한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고 K팝에 빠지게 됐다는 그는 "응원봉 등 굿즈 구매와 팬사인회 응모에 돈을 많이 썼다. 많은 그룹의 굿즈를 샀다"고 말했습니다.

■ " K팝 성장은 이제 시작…BTS에 대한 갈증, 또 다른 '폭발적 성과'로 표출될 것"

이처럼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형성돼 있는 'K팝 팬덤'은 한국 음악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한류 소비자들은 한국 연상 이미지로 5년 연속 'K팝(14.0%)'을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요. 보고서는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도래함에 따라 지난 2년간 중단됐던 K팝 가수들의 해외 공연도 재개되고 있어, K팝 팬덤은 더욱 단단해지고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태국 방콕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K팝 랜덤 플레이댄스’에서 태국 K팝 팬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K팝 전파'에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BTS의 입대로, '성공의 정점을 찍은 한류가 앞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상기한 보고서의 분석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K팝 등 한류는 '정점이 아닌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또 다른 스타들의 활약으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약 1억 5,6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한류 팬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K팝 팬들'이 그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신연아 / 호원대 K-POP학부 전임교수, 보컬 그룹 '빅마마' 리더

"BTS는 물론이고 후발 주자들까지, 대부분의 K팝 그룹들은 이미 해외 스케줄이 굉장히 많이 잡혀 있어요. 이제 K팝은 우리만의 음악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모두의 음악이 된 것이죠. 지금 해외 팬들이 K팝을 '수용하고 소화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K팝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확 사그라들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세계의 이목이 우리 문화에 총 집중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BTS에 대한 갈증이 또 다른 그룹의 폭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죠. 국제 무대 진출에 있어 '가수들은 치열하게 연습하고 소속사는 전투적으로 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실력과 인지도를 갖추고 도전하는 K팝 그룹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긴 생명력'을 추구한다면 또 다른 체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전체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은 그룹이나 음악이, (인기가) 길게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K팝 가수들의 음악적 역량이 얼마나 깊어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미국인 K팝 팬 소피아·제레미아씨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K팝이 무척 성장했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코로나19 이전만큼 국내외 상황도 회복되고 관광이 다시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외국인들이 K팝을 찾고 한국에 올 것"이라며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K팝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해외 팬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지원 및 번역: 최민주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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