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마약’ 밀수 증가…탐지견으로 막을 수 있나?

입력 2022.10.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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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관세청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 참가한 한 마약 탐지견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 8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관세청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 참가한 한 마약 탐지견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짐가방 냄새 맡더니 '제자리 앉기'…똘똘한 탐지견, '마약 수문장' 맞나?

올해 2살이 된 '에이스'는 검은색 수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種)으로 직업은 '마약 탐지견'입니다. 똘망똘망한 눈과 다부진 다리 근육이 돋보이는 에이스는 조사 요원의 지시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수화물들의 냄새를 샅샅이 맡습니다. 몇 차례 탐색을 이어가던 에이스는 이내 한 검은색 짐가방 앞에 앉습니다. 요원이 보상을 주고 가방을 열어보니 비닐팩에 포장된 대마초가 발견됩니다.

- KBS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분(2020년 7월 6일) 재구성

이상 방송에 소개된 '마약 탐지 실험'에서 에이스는 뛰어난 후각으로 가방에 숨겨진 마약을 찾아냈습니다. 평소에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꼬리를 살랑거릴 만큼 순하고 귀여운 강아지이지만, '본업'인 마약 탐지에 나설 때는 날렵하고 영특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실제 마약 탐지견이 최근 5년간 마약을 적발한 경우는 총 단속 건수 3,332건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27%에 달했습니다. 특히 근래 국내 마약 밀수 및 관련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통관 및 출입국 검사에서 마약 탐지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약 탐지견의 기능적 한계가 있는 만큼, 마약 밀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약물을 합성해 만드는 '신종 마약'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는 반면, 현재 탐지견이 찾아낼 수 있는 마약 종류는 흔히 '전통 마약'으로 분류되는 대마·필로폰 등 6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탐지견만으로는 왜 마약에 대한 방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 역량 인정받는 '韓 마약 탐지견'…탐지 가능 마약은 '6종'에 불과?

현재 우리나라 마약 탐지견은 전국 세관에 배치된 운용견 39마리와, 훈련 기관인 관세청 산하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관리 중인 훈련·예비견 71마리를 포함, 도합 110마리가 있습니다. 친화력과 복종심, 물건에 대한 독점욕 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스프링거 스파니엘 등이 주종입니다.

신생 마약 탐지견은 우수 탐지견 교배·복제 등을 통해 태어나며, 생후 3개월령부터 12개월령까지는 요원과의 친화력 배양을 위한 성품 교육 및 환경 적응 훈련을 받습니다. 1살이 되면 종합 평가를 거쳐 본격적인 양성에 들어가는데, 16주 동안 반응·탐지·체력 훈련 등을 받은 뒤 실제 현장 투입 시험을 통과하면 정식 탐지견으로 7~8년가량 활동하게 됩니다. 후각 세포가 사람보다 40배 정도 많은 마약 탐지견은 흔히 '무취(無臭)'한 것으로 알려진 마약의 미세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2020년 7월 6일 KBS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에서 마약 탐지 훈련에 성공하고 조사 요원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마약 탐지견 ‘에이스’. (사진 출처=‘개는 훌륭하다’ 방송 갈무리)2020년 7월 6일 KBS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에서 마약 탐지 훈련에 성공하고 조사 요원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마약 탐지견 ‘에이스’. (사진 출처=‘개는 훌륭하다’ 방송 갈무리)

국내 마약 탐지견의 탐지 적중률은 80% 수준으로, 탐지견훈련센터는 세계 각국에 탐지견 관련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중심 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최근 '탐지견이 찾을 수 있는 마약 종류가 몇 가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근래 밀수 등으로 기승을 부리는 신종 마약 탐지는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습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마약 탐지견이 탐지할 수 있는 마약 종류는 크게 '대마·해쉬쉬·코카인·헤로인·메스암페타민(필로폰)·MDMA' 등 총 6종입니다. 양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올해 5월 기준으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보고된 마약 종류만 1,127종이고 우리나라도 50종에서 99종의 마약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 며 "이렇게 신종 마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약 단속의 4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마약 탐지견이 6종의 마약밖에 잡아낼 수 없다면 그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종 마약이란 '필로폰(성분명 메스암페타민, 각성·흥분제 성격의 마약류)'을 제외한 '향정신성의약품(오남용 시 인체에 위해가 되는 환각·중독성이 있는 의약품)'과 '임시 마약류'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야바(YABA·태국산 혼합 마약)', 'JWH 계열(이른바 합성 대마)', 'GHB(속칭 물뽕)' 등이 있는데, 주로 기존 약물 간 합성을 통해 새로운 마약을 만들어내는 식입니다. 양귀비(아편 등), 코카엽(葉·코카인 등), 대마(초·수지·오일 등) 같은 이른바 '천연 마약'과 특히 대조되는 것들입니다.

■ '신종 마약 밀수' 1년 만에 7배로…'뛰는 탐지견 위에 나는 공급책'

이에 대해 관세청 측은 ▲탐지견이 탐지할 수 있는 6종 마약이 국내 반입 마약의 대부분이며 ▲6종 성분이 들어간 기타 여러 마약들도 탐지할 수 있고 ▲신종 마약도 훈련을 시키면 탐지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마약 탐지견. (사진 출처=관세청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 홈페이지 캡처)우리나라의 역대 마약 탐지견. (사진 출처=관세청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 홈페이지 캡처)

관세청 국제조사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마약 탐지견이 모든 마약을 잡아낼 수 있는 100% 완벽한 개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존 6종 외에도 유행되는 또 다른 마약이 있다면, 그것으로 다시 훈련을 시키면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며 "다만 지금 탐지 가능한 6종 정도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탐지견이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6종에서 성분이 파생된 다른 마약들도 탐지할 수 있어, 탐지견이 찾아낼 수 있는 마약 종류는 6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관세청 설명에 따르면, '신종 마약 역시 탐지견이 훈련을 거듭한다면 인지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탐지견 한 마리를 제대로 육성하는 데 약 2년이 소요되는 반면, 신종 마약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 '탐지견 훈련 강화'만으로는 신종 마약의 빠른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실제 지난 7월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적발된 신종 마약 중량은 직전 해인 2020년 약 21㎏의 7배가량으로 늘어난 약 142㎏이었습니다. 건수 역시 같은 기간 333건에서 68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인 6월까지 집계한 결과 234건 약 91㎏으로, 중량 기준 2020년 한 해 적발된 양을 이미 넘어버린 상황입니다.

■ 전문가 "첨단 장비 확충 등 '세관 단속 강화'는 기본…'수요자 교육·처벌' '공급책 사전 소탕' 등 병행해야"

이 때문에 윤태식 관세청장도 앞서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서 양 의원의 질의에 "마약 탐지견의 마약 탐지 역량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첨단 장비를 같이 구비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종 마약 밀반입 적발을 위해 '복합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신종 마약의 '최종 유입 단계'인 통관 과정에서의 단속 역량만 제고할 것이 아니라, ▲수요자에 대한 교육과 처벌 강화 ▲국제 공조를 통한 공급책 사전 소탕 등 '보다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합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작년 5월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외국인들을 검거한 가운데, 당시 경찰이 압수한 마약 필로폰(맨 왼쪽 흰 가루가 담긴 봉지)과 야바(분홍색 알약 봉지). (사진 출처=연합뉴스)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작년 5월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외국인들을 검거한 가운데, 당시 경찰이 압수한 마약 필로폰(맨 왼쪽 흰 가루가 담긴 봉지)과 야바(분홍색 알약 봉지). (사진 출처=연합뉴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탐지견은 규칙적인 휴식 시간도 필요한 만큼 효율적인 마약 적발에 한계가 있다. 신종 마약의 대량 공급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수집된 첩보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조기 검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 최근에는 마약도 일종의 DNA를 분석,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이 개발돼 수사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정 성분의 마약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기존 마약의 다양한 성분을 합성해 만드는 신종 마약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지금 같은 '마약 전쟁' 상황에서 '공급 차단 위주의 해결책'으로는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내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차단하지 않으면 통관 검사를 강화하더라도, 공급책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장사'이기 때문에 '10번 중에 1번만 성공해도 이득이다'라는 생각으로 밀수출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 기본적으로 탐지견은 장시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발견하는데, 마약은 계속 새롭게 진화하기 때문에 탐지할 수 없는 종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마약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관에서 더욱 철저히 단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자에 대한 예방 교육과 처벌 강화', '국제 공조를 통한 현지 사전 검거' 등 '3단계 작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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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마약’ 밀수 증가…탐지견으로 막을 수 있나?
    • 입력 2022-10-30 10:05:46
    취재K
지난 8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관세청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 참가한 한 마약 탐지견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짐가방 냄새 맡더니 '제자리 앉기'…똘똘한 탐지견, '마약 수문장' 맞나?

올해 2살이 된 '에이스'는 검은색 수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種)으로 직업은 '마약 탐지견'입니다. 똘망똘망한 눈과 다부진 다리 근육이 돋보이는 에이스는 조사 요원의 지시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수화물들의 냄새를 샅샅이 맡습니다. 몇 차례 탐색을 이어가던 에이스는 이내 한 검은색 짐가방 앞에 앉습니다. 요원이 보상을 주고 가방을 열어보니 비닐팩에 포장된 대마초가 발견됩니다.

- KBS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분(2020년 7월 6일) 재구성

이상 방송에 소개된 '마약 탐지 실험'에서 에이스는 뛰어난 후각으로 가방에 숨겨진 마약을 찾아냈습니다. 평소에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꼬리를 살랑거릴 만큼 순하고 귀여운 강아지이지만, '본업'인 마약 탐지에 나설 때는 날렵하고 영특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실제 마약 탐지견이 최근 5년간 마약을 적발한 경우는 총 단속 건수 3,332건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27%에 달했습니다. 특히 근래 국내 마약 밀수 및 관련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통관 및 출입국 검사에서 마약 탐지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약 탐지견의 기능적 한계가 있는 만큼, 마약 밀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약물을 합성해 만드는 '신종 마약'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는 반면, 현재 탐지견이 찾아낼 수 있는 마약 종류는 흔히 '전통 마약'으로 분류되는 대마·필로폰 등 6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탐지견만으로는 왜 마약에 대한 방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 역량 인정받는 '韓 마약 탐지견'…탐지 가능 마약은 '6종'에 불과?

현재 우리나라 마약 탐지견은 전국 세관에 배치된 운용견 39마리와, 훈련 기관인 관세청 산하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관리 중인 훈련·예비견 71마리를 포함, 도합 110마리가 있습니다. 친화력과 복종심, 물건에 대한 독점욕 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스프링거 스파니엘 등이 주종입니다.

신생 마약 탐지견은 우수 탐지견 교배·복제 등을 통해 태어나며, 생후 3개월령부터 12개월령까지는 요원과의 친화력 배양을 위한 성품 교육 및 환경 적응 훈련을 받습니다. 1살이 되면 종합 평가를 거쳐 본격적인 양성에 들어가는데, 16주 동안 반응·탐지·체력 훈련 등을 받은 뒤 실제 현장 투입 시험을 통과하면 정식 탐지견으로 7~8년가량 활동하게 됩니다. 후각 세포가 사람보다 40배 정도 많은 마약 탐지견은 흔히 '무취(無臭)'한 것으로 알려진 마약의 미세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2020년 7월 6일 KBS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에서 마약 탐지 훈련에 성공하고 조사 요원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마약 탐지견 ‘에이스’. (사진 출처=‘개는 훌륭하다’ 방송 갈무리)
국내 마약 탐지견의 탐지 적중률은 80% 수준으로, 탐지견훈련센터는 세계 각국에 탐지견 관련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중심 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최근 '탐지견이 찾을 수 있는 마약 종류가 몇 가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근래 밀수 등으로 기승을 부리는 신종 마약 탐지는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습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마약 탐지견이 탐지할 수 있는 마약 종류는 크게 '대마·해쉬쉬·코카인·헤로인·메스암페타민(필로폰)·MDMA' 등 총 6종입니다. 양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올해 5월 기준으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보고된 마약 종류만 1,127종이고 우리나라도 50종에서 99종의 마약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 며 "이렇게 신종 마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약 단속의 4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마약 탐지견이 6종의 마약밖에 잡아낼 수 없다면 그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종 마약이란 '필로폰(성분명 메스암페타민, 각성·흥분제 성격의 마약류)'을 제외한 '향정신성의약품(오남용 시 인체에 위해가 되는 환각·중독성이 있는 의약품)'과 '임시 마약류'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야바(YABA·태국산 혼합 마약)', 'JWH 계열(이른바 합성 대마)', 'GHB(속칭 물뽕)' 등이 있는데, 주로 기존 약물 간 합성을 통해 새로운 마약을 만들어내는 식입니다. 양귀비(아편 등), 코카엽(葉·코카인 등), 대마(초·수지·오일 등) 같은 이른바 '천연 마약'과 특히 대조되는 것들입니다.

■ '신종 마약 밀수' 1년 만에 7배로…'뛰는 탐지견 위에 나는 공급책'

이에 대해 관세청 측은 ▲탐지견이 탐지할 수 있는 6종 마약이 국내 반입 마약의 대부분이며 ▲6종 성분이 들어간 기타 여러 마약들도 탐지할 수 있고 ▲신종 마약도 훈련을 시키면 탐지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마약 탐지견. (사진 출처=관세청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 홈페이지 캡처)
관세청 국제조사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마약 탐지견이 모든 마약을 잡아낼 수 있는 100% 완벽한 개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존 6종 외에도 유행되는 또 다른 마약이 있다면, 그것으로 다시 훈련을 시키면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며 "다만 지금 탐지 가능한 6종 정도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탐지견이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6종에서 성분이 파생된 다른 마약들도 탐지할 수 있어, 탐지견이 찾아낼 수 있는 마약 종류는 6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관세청 설명에 따르면, '신종 마약 역시 탐지견이 훈련을 거듭한다면 인지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탐지견 한 마리를 제대로 육성하는 데 약 2년이 소요되는 반면, 신종 마약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 '탐지견 훈련 강화'만으로는 신종 마약의 빠른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실제 지난 7월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적발된 신종 마약 중량은 직전 해인 2020년 약 21㎏의 7배가량으로 늘어난 약 142㎏이었습니다. 건수 역시 같은 기간 333건에서 68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인 6월까지 집계한 결과 234건 약 91㎏으로, 중량 기준 2020년 한 해 적발된 양을 이미 넘어버린 상황입니다.

■ 전문가 "첨단 장비 확충 등 '세관 단속 강화'는 기본…'수요자 교육·처벌' '공급책 사전 소탕' 등 병행해야"

이 때문에 윤태식 관세청장도 앞서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서 양 의원의 질의에 "마약 탐지견의 마약 탐지 역량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첨단 장비를 같이 구비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종 마약 밀반입 적발을 위해 '복합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신종 마약의 '최종 유입 단계'인 통관 과정에서의 단속 역량만 제고할 것이 아니라, ▲수요자에 대한 교육과 처벌 강화 ▲국제 공조를 통한 공급책 사전 소탕 등 '보다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합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작년 5월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외국인들을 검거한 가운데, 당시 경찰이 압수한 마약 필로폰(맨 왼쪽 흰 가루가 담긴 봉지)과 야바(분홍색 알약 봉지). (사진 출처=연합뉴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탐지견은 규칙적인 휴식 시간도 필요한 만큼 효율적인 마약 적발에 한계가 있다. 신종 마약의 대량 공급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수집된 첩보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조기 검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 최근에는 마약도 일종의 DNA를 분석,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이 개발돼 수사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정 성분의 마약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기존 마약의 다양한 성분을 합성해 만드는 신종 마약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지금 같은 '마약 전쟁' 상황에서 '공급 차단 위주의 해결책'으로는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내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차단하지 않으면 통관 검사를 강화하더라도, 공급책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장사'이기 때문에 '10번 중에 1번만 성공해도 이득이다'라는 생각으로 밀수출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 기본적으로 탐지견은 장시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발견하는데, 마약은 계속 새롭게 진화하기 때문에 탐지할 수 없는 종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마약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관에서 더욱 철저히 단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자에 대한 예방 교육과 처벌 강화', '국제 공조를 통한 현지 사전 검거' 등 '3단계 작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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