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 울릉군, 전국이 유사시 무방비 아닌가요?

입력 2022.11.0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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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처음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경북 울릉도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별다른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유사상황 시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공습경보 25분 뒤 주민 대피 문자…공무원은 14분 먼저 대피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 따르면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린 건 오전 8시 55분쯤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왜 사이렌이 울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민방위 훈련일 줄 알았다는 주민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백나윤/울릉군 주민
"몰랐어요. 전혀 몰랐어요. 한참 뒤에 사이렌이 울리긴 했는데 여기까진 잘 안 울리고 저 멀리서. 훈련하는 건 줄 알았어요."

재난위기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는 '울릉 알리미'는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 약 25분이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발송됐습니다.

실제 미사일이 끝까지 울릉도를 향해 날아왔다고 가정하면, 이미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정보를 알린 셈. 이러한 중대 위기 상황이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해지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울릉군청조차 왜 사이렌이 울렸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울릉군은 공습경보 초기 관련 정보가 없어 직접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고, 자치단체에서 대응하는 별도 매뉴얼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공습경보 시 국민 행동요령에 '모든 행정기관은 비상근무 태세를 갖추고 자체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울릉군은 공습경보 발령 당시 공무원들이 긴급하게 군청사 내 지하공간 등으로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울릉군은 어제 9시 5분 내부 통신망인 온나라 메신저를 통해 '공습경보 발령. 전 직원 지하 대피. 실제 상황. 즉시 대피 바람'이라는 쪽지를 발송했고,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일제히 지하 대피실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문자가 전달된 것보다 14분가량 먼저 전달된 건데요. "공무원이 주민보다 먼저 대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일부 직원은 대피했으나, 많은 직원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주민 대피를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공습경보 시 어디로?…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대피소'

공습경보 등 비상상황을 일찍이 인지하고 안내해도 대피하는 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어제 공습경보가 내려졌던 울릉 주민들 역시 대피소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김신일/울릉군 주민
"연로하신 주민분께 물어봐서 대피소가 이곳 할복장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 와봤더니 아무도 안 계신 거예요."

알아도 별반 다를 건 없습니다. 울릉도의 민방위 주민대피 시설은 군청과 보건의료원 등 모두 8곳, 3천 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수용률이 전체 주민 대비 35%에 불과하고, 모두 울릉읍에 몰려 있어 서면과 북면 지역에는 지하 시설이 없거나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규울/울릉군 부군수
울릉에는 서해5도와는 다르게 강력한 방공호라든지 비상식량 이런 게 대비가 사실 안 돼 있어서 대피시설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 비상상황 '무방비'…대책 마련은 '계륵'?

공습경보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울릉군과 다를 곳이 어디 있을까요? 사이렌이 울렸을 때 우왕좌왕하거나, 민방위 대피시설이 있다는 건 알아도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겁니다(거주지 주변 대피소는 안전디딤돌이나 재난안전포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민방위 대피시설을 늘리고 지하시설이 없으면 방공호를 설치하면 된다"면서도, "홍보를 해도 사후약방문격에 그치기에 십상이고 비용이 만만치 않아 현실상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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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습경보’ 울릉군, 전국이 유사시 무방비 아닌가요?
    • 입력 2022-11-03 12:43:25
    취재K

북한이 2일 처음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경북 울릉도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별다른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유사상황 시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공습경보 25분 뒤 주민 대피 문자…공무원은 14분 먼저 대피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 따르면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린 건 오전 8시 55분쯤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왜 사이렌이 울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민방위 훈련일 줄 알았다는 주민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백나윤/울릉군 주민
"몰랐어요. 전혀 몰랐어요. 한참 뒤에 사이렌이 울리긴 했는데 여기까진 잘 안 울리고 저 멀리서. 훈련하는 건 줄 알았어요."

재난위기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는 '울릉 알리미'는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 약 25분이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발송됐습니다.

실제 미사일이 끝까지 울릉도를 향해 날아왔다고 가정하면, 이미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정보를 알린 셈. 이러한 중대 위기 상황이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해지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울릉군청조차 왜 사이렌이 울렸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울릉군은 공습경보 초기 관련 정보가 없어 직접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고, 자치단체에서 대응하는 별도 매뉴얼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공습경보 시 국민 행동요령에 '모든 행정기관은 비상근무 태세를 갖추고 자체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울릉군은 공습경보 발령 당시 공무원들이 긴급하게 군청사 내 지하공간 등으로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울릉군은 어제 9시 5분 내부 통신망인 온나라 메신저를 통해 '공습경보 발령. 전 직원 지하 대피. 실제 상황. 즉시 대피 바람'이라는 쪽지를 발송했고,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일제히 지하 대피실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문자가 전달된 것보다 14분가량 먼저 전달된 건데요. "공무원이 주민보다 먼저 대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일부 직원은 대피했으나, 많은 직원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주민 대피를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공습경보 시 어디로?…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대피소'

공습경보 등 비상상황을 일찍이 인지하고 안내해도 대피하는 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어제 공습경보가 내려졌던 울릉 주민들 역시 대피소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김신일/울릉군 주민
"연로하신 주민분께 물어봐서 대피소가 이곳 할복장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 와봤더니 아무도 안 계신 거예요."

알아도 별반 다를 건 없습니다. 울릉도의 민방위 주민대피 시설은 군청과 보건의료원 등 모두 8곳, 3천 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수용률이 전체 주민 대비 35%에 불과하고, 모두 울릉읍에 몰려 있어 서면과 북면 지역에는 지하 시설이 없거나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규울/울릉군 부군수
울릉에는 서해5도와는 다르게 강력한 방공호라든지 비상식량 이런 게 대비가 사실 안 돼 있어서 대피시설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 비상상황 '무방비'…대책 마련은 '계륵'?

공습경보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울릉군과 다를 곳이 어디 있을까요? 사이렌이 울렸을 때 우왕좌왕하거나, 민방위 대피시설이 있다는 건 알아도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겁니다(거주지 주변 대피소는 안전디딤돌이나 재난안전포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민방위 대피시설을 늘리고 지하시설이 없으면 방공호를 설치하면 된다"면서도, "홍보를 해도 사후약방문격에 그치기에 십상이고 비용이 만만치 않아 현실상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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