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 ‘고용 증가’…정부는 살얼음판?

입력 2022.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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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일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고용' 입니다.

우리나라의 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증가 폭도 만만치 않습니다. 2월에 100만 명대로 취업자가 늘었고, 이후로도 80만 명 안팎의 증가 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증가 폭이 감소했기는 했지만, 여전히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고용률은 더 높습니다. 거의 63%에 근접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입니다.

경제가 이렇게 위태롭고, 코로나19 팬데믹 이라는 위기까지 있었는데, 취업자는 왜 늘었을까?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한번 분석해봤습니다.

코로나의 역설 '고용 상승'

KDI는 코로나19가 비대면 '수혜 업종'의 일자리를 늘려, 오히려 고용 상황을 개선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표적 비대면 업종인 IT업의 취업자가 늘었고, 배달-택배 같은 운수 업종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폭풍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에 방역과 돌봄 같은 보건 복지 업무의 인력 수요도 늘었습니다.

물론 음식과 숙박·도소매 같은 대면업종의 취업자는 줄었지만, 비대면과 보건 일자리 증가가 이걸 상쇄하고도 남은 거라는 얘기입니다.

아래는 KDI가 분석한 그래프 표입니다.

(표 제공: KDI)(표 제공: KDI)

아래쪽 파란 부분이 숙박 음식·도소매업의 마이너스 기여도. 위쪽이 보건복지와 IT, 운수 창고업의 플러스 기여도입니다. 한눈에 봐도 숙박 음식·도소매의 하락 폭을 수혜 업종이 충분히 상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덕에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인 8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럼 앞으로는?

중요한건 앞으로입니다. 이런 고용 회복세가 계속 유지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내년엔 이런 큰 폭의 취업자 수 증가는 없을 거라는 게 KDI의 분석입니다.

우선 기저효과 때문이죠.

월간 취업자 증감 통계는 전년도의 같은 달을 기준으로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평가합니다. 따라서 비교 기준이 되는 전년도의 수치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이달의 증가 폭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워낙에 좋았기 때문에 내년에도 계속 이 수준으로 좋기는 어렵다는 것이 KDI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인구도 줄어듭니다. 특히 고령화로 핵심노동인구인 30~50대 인구가 많이 줍니다.
인구 구성 변화는 내년에 취업자를 17만 명 가까이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외국인의 입국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도 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자 수 하락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입니다.

여기에 빠른 일상회복으로 비대면 수혜 업종의 일자리와 함께 보건 방역 분야의 고용도 올해만큼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전망치인 79만 천 명을 크게 밑도는 8만 4천 명. 거의 10분1 수준으로 쪼그라 들거라는게 KDI의 전망입니다.

사실 고용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는 건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통계청의 고용 동향을 분석하는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는 항상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양호한 점이 있으나, 고령층 중심 증가 등은 여전히 한계

직접일자리, 방역인력 등 공공ㆍ준공공부문의 영향이 상당

기저효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 직접일자리 정상화, 인구감소 영향 등에 따른 증가 폭 둔화 확대 전망

<기획재정부 고용동향 보도자료 중 발췌>

매달 좋은 고용 성적표가 나오는데도, 어쩐지 이런 수치를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미리 얘기하는데, 앞으로는 이 수치가 나오기 힘드니 큰 기대를 하지 말아달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 모두 앞으로의 고용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을 예상했습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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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의 역설 ‘고용 증가’…정부는 살얼음판?
    • 입력 2022-11-04 06:00:09
    취재K

불안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일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고용' 입니다.

우리나라의 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증가 폭도 만만치 않습니다. 2월에 100만 명대로 취업자가 늘었고, 이후로도 80만 명 안팎의 증가 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증가 폭이 감소했기는 했지만, 여전히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고용률은 더 높습니다. 거의 63%에 근접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입니다.

경제가 이렇게 위태롭고, 코로나19 팬데믹 이라는 위기까지 있었는데, 취업자는 왜 늘었을까?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한번 분석해봤습니다.

코로나의 역설 '고용 상승'

KDI는 코로나19가 비대면 '수혜 업종'의 일자리를 늘려, 오히려 고용 상황을 개선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표적 비대면 업종인 IT업의 취업자가 늘었고, 배달-택배 같은 운수 업종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폭풍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에 방역과 돌봄 같은 보건 복지 업무의 인력 수요도 늘었습니다.

물론 음식과 숙박·도소매 같은 대면업종의 취업자는 줄었지만, 비대면과 보건 일자리 증가가 이걸 상쇄하고도 남은 거라는 얘기입니다.

아래는 KDI가 분석한 그래프 표입니다.

(표 제공: KDI)
아래쪽 파란 부분이 숙박 음식·도소매업의 마이너스 기여도. 위쪽이 보건복지와 IT, 운수 창고업의 플러스 기여도입니다. 한눈에 봐도 숙박 음식·도소매의 하락 폭을 수혜 업종이 충분히 상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덕에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인 8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럼 앞으로는?

중요한건 앞으로입니다. 이런 고용 회복세가 계속 유지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내년엔 이런 큰 폭의 취업자 수 증가는 없을 거라는 게 KDI의 분석입니다.

우선 기저효과 때문이죠.

월간 취업자 증감 통계는 전년도의 같은 달을 기준으로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평가합니다. 따라서 비교 기준이 되는 전년도의 수치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이달의 증가 폭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워낙에 좋았기 때문에 내년에도 계속 이 수준으로 좋기는 어렵다는 것이 KDI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인구도 줄어듭니다. 특히 고령화로 핵심노동인구인 30~50대 인구가 많이 줍니다.
인구 구성 변화는 내년에 취업자를 17만 명 가까이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외국인의 입국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도 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자 수 하락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입니다.

여기에 빠른 일상회복으로 비대면 수혜 업종의 일자리와 함께 보건 방역 분야의 고용도 올해만큼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전망치인 79만 천 명을 크게 밑도는 8만 4천 명. 거의 10분1 수준으로 쪼그라 들거라는게 KDI의 전망입니다.

사실 고용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는 건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통계청의 고용 동향을 분석하는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는 항상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양호한 점이 있으나, 고령층 중심 증가 등은 여전히 한계

직접일자리, 방역인력 등 공공ㆍ준공공부문의 영향이 상당

기저효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 직접일자리 정상화, 인구감소 영향 등에 따른 증가 폭 둔화 확대 전망

<기획재정부 고용동향 보도자료 중 발췌>

매달 좋은 고용 성적표가 나오는데도, 어쩐지 이런 수치를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미리 얘기하는데, 앞으로는 이 수치가 나오기 힘드니 큰 기대를 하지 말아달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 모두 앞으로의 고용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을 예상했습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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