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장난도 처벌 못해…위험구역 지정엔 ‘난색’

[앵커]

지난 태풍 힌남노 때 개인방송 진행자가 파도가 휘몰아치는 부산 마린시티에서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던 모습이 포착됐었죠.

경찰이 이런 행동을 막겠다며 태풍 같은 재난이 우려될 때 이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달라고 자치단체에 요구했는데요,

해운대구는 주민 민원이 나올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로 다가간 한 남성을 덮치자, 이 남성은 10여 미터를 떠밀려 내려갑니다.

이 남성은 태풍 생중계를 하겠다며 위험천만하게 개인방송을 이어갔습니다.

이처럼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위험한 행동을 막기 위해 경찰이 태풍 같은 재난이 예상될 때 마린시티 호안 도로 일대를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달라고 해운대구에 요청했습니다.

재난 발생이 우려될 때 담당 자치단체장은 경찰 소방 등과 함께 위험구역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설정된 구역은 응급조치 종사자 말고는 출입을 막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장기 검토하고 주민들 의견을 듣겠다'고만 답변했습니다.

앞서 태풍 때 개인방송 진행자가 파도에 휩쓸렸던 곳입니다.

해운대구는 이곳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했을 때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의 민원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 힌남노가 북상하기 전 해운대구가 상인 등을 대상으로 단순 '대피권고'를 내렸을 때도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한 민원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종술/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재해·재난 시에 위험 구역을 설정해서 접근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은 유튜버(개인방송) 뿐만 아니라 모르는 시민의 안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해운대구는 위험구역으로 지정했을 때 인근 주민들이 겪는 불편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