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층간소음…“소음 매트는 실효성 없어”

입력 2022.11.08 (07:00) 수정 2022.11.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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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눈치 보지 않고,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을 통해 층간소음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릴 것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해 8월 서울 중랑구 LH 임대주택에서 열린 층간소음 간담회에서 했던 말입니다.

국토부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소음저감 매트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트 설치 비용을 최대 300만 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것입니다. 저소득층에게는 무이자로, 어린이가 있으면 중산층 가정도 연 1%대 금리로 빌려줍니다. 내년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300억 원도 편성됐습니다.

■ 내년 '매트 시공 지원' 예산 300억 원…"발걸음 등 '중량충격음'에 효과 없어"

환경부의 이웃사이센터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접수한 층간소음 민원은 모두 25만 2,916건. 한 해 평균 2만 5,200여 건에 이릅니다.


층간소음의 원인으로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로 인한 민원이 69.2%로 가장 많았고, 문을 열고 닫거나 가구를 끄는 소리, 가전제품 소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층간소음 원인 가운데 장난감을 떨어뜨리거나 의자를 끄는 등 가볍고 딱딱한 물체로 인한 충격에 의한 소음은 '경량충격음'으로 분류됩니다.

뛰거나 걷는 소리, 망치질 등 무거운 물체의 충격으로 인한 소음은 '중량충격음'에 속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층간소음 예방 대책으로 내놓은 '소음 저감 매트'가 경량충격음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발소리 등에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위원에게 제출한 '내년 보급 가능성이 큰 시중 소음매트 10종'을 보면 대부분 두께가 20mm에서 최대 25mm인 시공용 매트입니다. 매트 설치 비용은 40㎡ 시공에 적게는 230만 원에서 480만 원에 이릅니다.

전문가는 20mm 정도의 두께 매트로는 아이 뛰는 소리나 어른 발소리 등 '중량충격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정진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험을 해보면 매트 두께가 40mm 이상이 돼야 중량충격음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20mm 정도 두께는 장난감 등 작은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정도의 '경량충격음'을 줄여주는 효과만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16종의 매트의 소음 저감 효과를 측정했을 때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시험 결과 경량충격음에 대해서는 "16종 전 제품이 50% 이상의 소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중량충격음 저감량을 측정한 결과 "16종 중 8종(50%)은 10% 이상의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8종은 10%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책임연구원은 또 "경량충격음과 달리, 중량충격음의 경우 소음의 정도를 측정할 표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중량충격음에 효과가 있는 매트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다면 측정 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관련 사업을 시행하기 전 소음 매트 제조 업체들로부터 중량충격음에 대한 소음 저감량을 측정한 실험 결과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mm 두께 매트가 중량충격음에 효과가 크지 않은 맞지만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도 없고, 매트 설치 이외에는 기존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줄이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5년간 1, 500억 원 투입 예정…실효성 미흡·수요도 적을 것"

국회 예산정책처도 '소음매트 설치 지원' 사업의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2023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 보고서에서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이 떨어지는 등 소음저감 효과가 크지 않아 사업의 실효성이 미흡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업의 성과가 확인된 이후 본격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국토부가 제출한 '내년 보급 가능성이 큰 시중 소음매트 10종'의 시험성적서를 보면 9개 제품은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에 대한 측정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1개 제품만 중량충격음의 저감량 측정 결과를 제출했는데, 그마저도 6㏈에 불과했습니다.

국토부는 '매트 설치 사업'에 300억 원씩 앞으로 5년간 1,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지 않는 융자 사업이라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습니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세대당 매트 설치비용 300만 원을 1만 세대에 지원할 예정입니다.

예산정책처는 해당 사업의 수요도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지원 세대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트 설치비를 무상 지원하는 것이 아닌 저금리로 매트 설치비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융자 방식이어서 저소득층에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7월 전국 2,578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층간소음 방지재 설치 정부 융자지원 활용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는 49%에 그쳤습니다.

융자지원 활용 의사가 없는 이유로는 대출금에 대한 부담(47%)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에 대해 장철민 의원은 “층간소음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토부는 효과도 미미한 매트 구입비를 이자 받고 빌려주며 생색내는 꼴"이라고 비판하며, "전문가와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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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긋지긋한 층간소음…“소음 매트는 실효성 없어”
    • 입력 2022-11-08 07:00:14
    • 수정2022-11-08 09:24:49
    취재K

"내 집에서 눈치 보지 않고,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을 통해 층간소음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릴 것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해 8월 서울 중랑구 LH 임대주택에서 열린 층간소음 간담회에서 했던 말입니다.

국토부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소음저감 매트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트 설치 비용을 최대 300만 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것입니다. 저소득층에게는 무이자로, 어린이가 있으면 중산층 가정도 연 1%대 금리로 빌려줍니다. 내년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300억 원도 편성됐습니다.

■ 내년 '매트 시공 지원' 예산 300억 원…"발걸음 등 '중량충격음'에 효과 없어"

환경부의 이웃사이센터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접수한 층간소음 민원은 모두 25만 2,916건. 한 해 평균 2만 5,200여 건에 이릅니다.


층간소음의 원인으로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로 인한 민원이 69.2%로 가장 많았고, 문을 열고 닫거나 가구를 끄는 소리, 가전제품 소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층간소음 원인 가운데 장난감을 떨어뜨리거나 의자를 끄는 등 가볍고 딱딱한 물체로 인한 충격에 의한 소음은 '경량충격음'으로 분류됩니다.

뛰거나 걷는 소리, 망치질 등 무거운 물체의 충격으로 인한 소음은 '중량충격음'에 속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층간소음 예방 대책으로 내놓은 '소음 저감 매트'가 경량충격음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발소리 등에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위원에게 제출한 '내년 보급 가능성이 큰 시중 소음매트 10종'을 보면 대부분 두께가 20mm에서 최대 25mm인 시공용 매트입니다. 매트 설치 비용은 40㎡ 시공에 적게는 230만 원에서 480만 원에 이릅니다.

전문가는 20mm 정도의 두께 매트로는 아이 뛰는 소리나 어른 발소리 등 '중량충격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정진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험을 해보면 매트 두께가 40mm 이상이 돼야 중량충격음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20mm 정도 두께는 장난감 등 작은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정도의 '경량충격음'을 줄여주는 효과만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16종의 매트의 소음 저감 효과를 측정했을 때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시험 결과 경량충격음에 대해서는 "16종 전 제품이 50% 이상의 소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중량충격음 저감량을 측정한 결과 "16종 중 8종(50%)은 10% 이상의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8종은 10%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책임연구원은 또 "경량충격음과 달리, 중량충격음의 경우 소음의 정도를 측정할 표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중량충격음에 효과가 있는 매트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다면 측정 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관련 사업을 시행하기 전 소음 매트 제조 업체들로부터 중량충격음에 대한 소음 저감량을 측정한 실험 결과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mm 두께 매트가 중량충격음에 효과가 크지 않은 맞지만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도 없고, 매트 설치 이외에는 기존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줄이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5년간 1, 500억 원 투입 예정…실효성 미흡·수요도 적을 것"

국회 예산정책처도 '소음매트 설치 지원' 사업의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2023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 보고서에서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이 떨어지는 등 소음저감 효과가 크지 않아 사업의 실효성이 미흡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업의 성과가 확인된 이후 본격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국토부가 제출한 '내년 보급 가능성이 큰 시중 소음매트 10종'의 시험성적서를 보면 9개 제품은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에 대한 측정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1개 제품만 중량충격음의 저감량 측정 결과를 제출했는데, 그마저도 6㏈에 불과했습니다.

국토부는 '매트 설치 사업'에 300억 원씩 앞으로 5년간 1,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지 않는 융자 사업이라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습니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세대당 매트 설치비용 300만 원을 1만 세대에 지원할 예정입니다.

예산정책처는 해당 사업의 수요도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지원 세대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트 설치비를 무상 지원하는 것이 아닌 저금리로 매트 설치비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융자 방식이어서 저소득층에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7월 전국 2,578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층간소음 방지재 설치 정부 융자지원 활용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는 49%에 그쳤습니다.

융자지원 활용 의사가 없는 이유로는 대출금에 대한 부담(47%)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에 대해 장철민 의원은 “층간소음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토부는 효과도 미미한 매트 구입비를 이자 받고 빌려주며 생색내는 꼴"이라고 비판하며, "전문가와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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