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대내외 비판 속 중국 방문한 獨 총리…속내는?

입력 2022.11.09 (10:52) 수정 2022.11.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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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주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났습니다.

유럽과 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와중에 이뤄진 방중 행보에 미국과 등 동맹국뿐 아니라 독일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데요.

대내외 비판 속에 독일 총리가 중국을 찾은 속내는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직후에 독일 총리가 중국에 방문했네요.

[기자]

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났습니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약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서방 지도자이자,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방중단에는 폭스바겐과 지멘스, 도이치방크의 CEO 등 독일 재계 유력 인사들도 포함됐습니다.

12시간 동안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숄츠 총리는 시 주석, 리커창 총리와 차례로 회담했습니다.

회담 뒤 양국은 대화를 통한 상호 존중과 경제적 협력 의지를 다졌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놨습니다.

[앵커]

최근 서방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면서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다시피 했잖아요.

중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미-중 갈등,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 등으로 묘한 신경전에 놓여 있다가, 올해 초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 편에 서면서 최악으로 치달았죠.

이런 가운데 독일 총리가 대규모 경제사절단까지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에서는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깁니다.

[리커창/중국 총리 : "중국-독일 관계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세계의 다극화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번 회담에 대해 잇따라 호평을 쏟아냈는데요.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숄츠의 이번 방중은 중국과 유럽이 상호 방문하는 데 '재개 버튼'을 누르는 일"이라고 썼고, 관영 영자 신문 차이나데일리 역시 "독일은 여전히 전략적 자주성을 고수하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습니다.

패권 다툼 중인 미국과, 미국의 오랜 동맹 유럽 사이에 분열도 꾀한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나 독일 내부에서는 이번 방중을 두고 비판이 상당하다고요?

[기자]

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견제를 더 강화하고 있죠.

최근 EU 이사회는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유럽 차원의 대중국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이번 회담이 "독일 정부의 전략에 어긋나고 EU 통합을 위태롭게 했다", "앞으로 EU 차원에서 대 중국 정책을 조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회담 내용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는데요.

숄츠 총리가 중국을 상대로 중국 신장-위구르족 탄압 같은 인권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많았습니다.

[앵커]

방중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독일의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과 함께 중국을 찾은 것만 봐도, 경제적 이유라는 점을 짐작하게 합니다.

중국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데요.

숄츠 총리가 방중 전날 독일 신문에 낸 기고문을 보면, "오늘날 중국은 10년 전 중국이 아니다"라며, "변화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중요한 경제 무역 대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담에서 숄츠 총리는 이런 목적을 더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이른바 '디커플링' 시도를 반대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 : "분명한 것은 우리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등하게 경제적 유대를 맺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도 이에 화답하듯 숄츠 총리 방중 기간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항공기 14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앵커]

독일의 이런 행보를 당연히 미국이 견제하겠죠?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숄츠 총리가 중국 방문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백악관은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통화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수호 방침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국과 관련한 인권 문제, 공정 무역 관행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독일의 친중 행보 가능성과 서방 동맹 균열을 경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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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9 10:52:42
    • 수정2022-11-09 10: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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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주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났습니다.

유럽과 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와중에 이뤄진 방중 행보에 미국과 등 동맹국뿐 아니라 독일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데요.

대내외 비판 속에 독일 총리가 중국을 찾은 속내는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직후에 독일 총리가 중국에 방문했네요.

[기자]

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났습니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약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서방 지도자이자,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방중단에는 폭스바겐과 지멘스, 도이치방크의 CEO 등 독일 재계 유력 인사들도 포함됐습니다.

12시간 동안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숄츠 총리는 시 주석, 리커창 총리와 차례로 회담했습니다.

회담 뒤 양국은 대화를 통한 상호 존중과 경제적 협력 의지를 다졌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놨습니다.

[앵커]

최근 서방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면서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다시피 했잖아요.

중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미-중 갈등,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 등으로 묘한 신경전에 놓여 있다가, 올해 초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 편에 서면서 최악으로 치달았죠.

이런 가운데 독일 총리가 대규모 경제사절단까지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에서는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깁니다.

[리커창/중국 총리 : "중국-독일 관계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세계의 다극화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번 회담에 대해 잇따라 호평을 쏟아냈는데요.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숄츠의 이번 방중은 중국과 유럽이 상호 방문하는 데 '재개 버튼'을 누르는 일"이라고 썼고, 관영 영자 신문 차이나데일리 역시 "독일은 여전히 전략적 자주성을 고수하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습니다.

패권 다툼 중인 미국과, 미국의 오랜 동맹 유럽 사이에 분열도 꾀한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나 독일 내부에서는 이번 방중을 두고 비판이 상당하다고요?

[기자]

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견제를 더 강화하고 있죠.

최근 EU 이사회는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유럽 차원의 대중국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이번 회담이 "독일 정부의 전략에 어긋나고 EU 통합을 위태롭게 했다", "앞으로 EU 차원에서 대 중국 정책을 조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회담 내용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는데요.

숄츠 총리가 중국을 상대로 중국 신장-위구르족 탄압 같은 인권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많았습니다.

[앵커]

방중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독일의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과 함께 중국을 찾은 것만 봐도, 경제적 이유라는 점을 짐작하게 합니다.

중국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데요.

숄츠 총리가 방중 전날 독일 신문에 낸 기고문을 보면, "오늘날 중국은 10년 전 중국이 아니다"라며, "변화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중요한 경제 무역 대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담에서 숄츠 총리는 이런 목적을 더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이른바 '디커플링' 시도를 반대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 : "분명한 것은 우리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등하게 경제적 유대를 맺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도 이에 화답하듯 숄츠 총리 방중 기간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항공기 14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앵커]

독일의 이런 행보를 당연히 미국이 견제하겠죠?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숄츠 총리가 중국 방문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백악관은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통화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수호 방침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국과 관련한 인권 문제, 공정 무역 관행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독일의 친중 행보 가능성과 서방 동맹 균열을 경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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