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게이트’ 이영복 출소…남은 재판은?

입력 2022.11.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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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벽 부산구치소에서 출소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마중을 나와 있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9일 새벽 부산구치소에서 출소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마중을 나와 있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부산구치소 앞은 붐볐습니다. 한 사람의 출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죠. 새벽 5시, 굳게 닫혔던 구치소 철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입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토건 비리 사건인 이른바 해운대 '엘시티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 회장이 6년의 형기를 마치고 오늘(9일) 출소한 겁니다.

■ 취재진 출소 소감 묻자 "먹먹해, 잘 모르겠어요."

어림잡아 50여 명의 사람이 이 회장의 출소를 반겼죠. 같은 시각 구치소를 나섰던 다른 수감자들을 1~2명 정도가 맞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한 그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중을 나온 이들은 저마다 이 회장과 '어쩌다 아는 사이'라고는 말했지만, 구체적인 인연까지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이렇게 '어쩌다 아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은 이 회장이었지만 KBS 카메라 앞에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출소 소감을 묻는 말에는 "먹먹해, 잘 모르겠어요."라고만 답한 이 회장에게 '엘시티 게이트가 진상 규명이 안 된 거 아니냐는 목소리를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라고 묻자 더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은 이 회장을 에워싸고 급하게 이동했습니다. 이 회장은 기다리고 있던 고급 승용차에 올라타고 사라졌습니다.

■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든 '엘시티 게이트와 이영복'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진 최고 101층 높이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건설 과정에서 각종 불법이 드러나면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을 포함해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았다.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진 최고 101층 높이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건설 과정에서 각종 불법이 드러나면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을 포함해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았다.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초고층 호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한 엘시티는 그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사업입니다.

고층 건물이나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는 땅에 대한 규제가 마법처럼 풀렸고, 다른 인·허가 과정도 일사천리였습니다.

뒤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정권 실세까지 연결된 촘촘한 로비가 있었고, 이 일로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로비를 주도한 게 이영복 회장입니다.

이 회장은 시행사의 자금 705억 원 상당을 횡령하고, 5억 3천만 원가량의 로비를 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6년으로 감형됐습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사법 판단… 시민단체 "엄정하게 사건 들여다봐야"

형을 마친 이 회장이 출소했지만 그를 둘러싼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2010년부터 6년에 걸쳐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돌린 혐의에 대한 '뇌물 공여' 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1심은 이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30일 있을 예정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전 회장은 필요 없는 용역계약을 맺고 그 수수료를 부풀린 뒤 빼돌려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또 이 전 회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속여 1조 9천억 원이 넘는 분양보증을 타낸 혐의에 대해서도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엘시티 사건이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엘시티 비리는 지금까지의 수사에서도 명확하게 규명을 하지 못했다"며 "다시는 이런 편법과 불법을 이용해 건물이 지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검찰이 제대로 재판에 임해야 하고, 재판부도 엄정하게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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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시티 게이트’ 이영복 출소…남은 재판은?
    • 입력 2022-11-09 11:27:50
    취재K
9일 새벽 부산구치소에서 출소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마중을 나와 있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부산구치소 앞은 붐볐습니다. 한 사람의 출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죠. 새벽 5시, 굳게 닫혔던 구치소 철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입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토건 비리 사건인 이른바 해운대 '엘시티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 회장이 6년의 형기를 마치고 오늘(9일) 출소한 겁니다.

■ 취재진 출소 소감 묻자 "먹먹해, 잘 모르겠어요."

어림잡아 50여 명의 사람이 이 회장의 출소를 반겼죠. 같은 시각 구치소를 나섰던 다른 수감자들을 1~2명 정도가 맞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한 그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중을 나온 이들은 저마다 이 회장과 '어쩌다 아는 사이'라고는 말했지만, 구체적인 인연까지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이렇게 '어쩌다 아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은 이 회장이었지만 KBS 카메라 앞에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출소 소감을 묻는 말에는 "먹먹해, 잘 모르겠어요."라고만 답한 이 회장에게 '엘시티 게이트가 진상 규명이 안 된 거 아니냐는 목소리를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라고 묻자 더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은 이 회장을 에워싸고 급하게 이동했습니다. 이 회장은 기다리고 있던 고급 승용차에 올라타고 사라졌습니다.

■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든 '엘시티 게이트와 이영복'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진 최고 101층 높이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건설 과정에서 각종 불법이 드러나면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을 포함해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았다.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초고층 호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한 엘시티는 그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사업입니다.

고층 건물이나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는 땅에 대한 규제가 마법처럼 풀렸고, 다른 인·허가 과정도 일사천리였습니다.

뒤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정권 실세까지 연결된 촘촘한 로비가 있었고, 이 일로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로비를 주도한 게 이영복 회장입니다.

이 회장은 시행사의 자금 705억 원 상당을 횡령하고, 5억 3천만 원가량의 로비를 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6년으로 감형됐습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사법 판단… 시민단체 "엄정하게 사건 들여다봐야"

형을 마친 이 회장이 출소했지만 그를 둘러싼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2010년부터 6년에 걸쳐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돌린 혐의에 대한 '뇌물 공여' 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1심은 이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30일 있을 예정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전 회장은 필요 없는 용역계약을 맺고 그 수수료를 부풀린 뒤 빼돌려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또 이 전 회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속여 1조 9천억 원이 넘는 분양보증을 타낸 혐의에 대해서도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엘시티 사건이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엘시티 비리는 지금까지의 수사에서도 명확하게 규명을 하지 못했다"며 "다시는 이런 편법과 불법을 이용해 건물이 지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검찰이 제대로 재판에 임해야 하고, 재판부도 엄정하게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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