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따로 실제 따로 ‘안전관리’ 책임, 자치경찰 역할은?

입력 2022.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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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사건 초기에 자주 언급된 것은 '안전관리계획'이었습니다. 안전관리계획은 1시간에 1,000명 이상 모이거나, 가스 버너 등 폭발성이 있는 화기를 사용하는 행사 등을 개최하기 전에 주최자가 수립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심의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등 안전 관련 기관이 참여합니다. 이 과정에 꼭 참여해야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자치경찰'입니다.

■ '다중 운집 행사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의 사무인데?

지난해 7월 전국 광역자치단체에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자치경찰제도는 지역의 환경과 실정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찰권을 분산시키는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경찰법 개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국가경찰이 맡고 있던 사무 중에 일부는 자치경찰로 넘어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입니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각 시도 자치단체에서는 관련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광주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조례를 사례로 보겠습니다. 조례에는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계획 수립 지원", "행사장 주변 안전사고 예방 및 질서유지를 위한 안전활동 지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참여하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참여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도심 속 대표축제인 '광주 충장축제'가 열렸습니다. 주최기관인 광주 동구청은 닷새간 60만 명이 축제장을 다녀갔다고 추산했습니다. 하루 1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셈입니다. 이렇게 대형 축제다 보니 개최 전에 지자체와 관계 기관들이 모여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심의가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13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제19회 광주 충장축제의 모습지난달 13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제19회 광주 충장축제의 모습

광주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도 교통과 안전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런데 주로 혼잡교통에 대한 내용만 다뤘고, 안전관리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경찰에 협조 요청만 했습니다.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정다은 광주시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 감사 답변서에서 "안전관리는 법률상 자치 경찰사무에 포함돼 있어도 실무상으로는 사무수행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휘는 자치경찰이 한다고 하는데, 왜 현장에서는 역할이 제한적인 것일까요? 다중운집 안전관리가 '경비'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경비 업무는 경찰서의 경비과나 기동대, 지구대 등 국가경찰이 실무를 수행합니다. 게다가 안전 관련 계획이나 경비대책도 특별 취급사항이어서 국가경찰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치경찰위원회도 안전관리보다 범죄예방, 학교폭력 등의 실무에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 "출범 취지처럼 자치경찰에게 권한 분산 필요"

자치경찰제가 출범했지만, 경찰 조직의 분리는 없었습니다. 지방경찰청이 시·도경찰청으로 명칭만 바뀌고 경찰은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찰 주도의 자치경찰제도는 지휘와 감독 권한 등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법과 실무가 따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에 대해 지휘 권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인사권이나 업무 등 지휘 권한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시·도지사의 확실한 통제권 내에서 경찰력이 작동될 수 있게 만들거나, 적어도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 경찰이라도 자치경찰 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현행 자치경찰제는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운영된다"며, "지역의 실정과 환경에 맞는 치안 활동을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안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제의 출범 취지처럼 지역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제도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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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1 06:00:06
    취재K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사건 초기에 자주 언급된 것은 '안전관리계획'이었습니다. 안전관리계획은 1시간에 1,000명 이상 모이거나, 가스 버너 등 폭발성이 있는 화기를 사용하는 행사 등을 개최하기 전에 주최자가 수립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심의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등 안전 관련 기관이 참여합니다. 이 과정에 꼭 참여해야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자치경찰'입니다.

■ '다중 운집 행사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의 사무인데?

지난해 7월 전국 광역자치단체에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자치경찰제도는 지역의 환경과 실정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찰권을 분산시키는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경찰법 개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국가경찰이 맡고 있던 사무 중에 일부는 자치경찰로 넘어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입니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각 시도 자치단체에서는 관련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광주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조례를 사례로 보겠습니다. 조례에는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계획 수립 지원", "행사장 주변 안전사고 예방 및 질서유지를 위한 안전활동 지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참여하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참여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도심 속 대표축제인 '광주 충장축제'가 열렸습니다. 주최기관인 광주 동구청은 닷새간 60만 명이 축제장을 다녀갔다고 추산했습니다. 하루 1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셈입니다. 이렇게 대형 축제다 보니 개최 전에 지자체와 관계 기관들이 모여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심의가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13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제19회 광주 충장축제의 모습
광주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도 교통과 안전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런데 주로 혼잡교통에 대한 내용만 다뤘고, 안전관리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경찰에 협조 요청만 했습니다.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정다은 광주시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 감사 답변서에서 "안전관리는 법률상 자치 경찰사무에 포함돼 있어도 실무상으로는 사무수행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휘는 자치경찰이 한다고 하는데, 왜 현장에서는 역할이 제한적인 것일까요? 다중운집 안전관리가 '경비'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경비 업무는 경찰서의 경비과나 기동대, 지구대 등 국가경찰이 실무를 수행합니다. 게다가 안전 관련 계획이나 경비대책도 특별 취급사항이어서 국가경찰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치경찰위원회도 안전관리보다 범죄예방, 학교폭력 등의 실무에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 "출범 취지처럼 자치경찰에게 권한 분산 필요"

자치경찰제가 출범했지만, 경찰 조직의 분리는 없었습니다. 지방경찰청이 시·도경찰청으로 명칭만 바뀌고 경찰은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찰 주도의 자치경찰제도는 지휘와 감독 권한 등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법과 실무가 따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에 대해 지휘 권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인사권이나 업무 등 지휘 권한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시·도지사의 확실한 통제권 내에서 경찰력이 작동될 수 있게 만들거나, 적어도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 경찰이라도 자치경찰 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현행 자치경찰제는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운영된다"며, "지역의 실정과 환경에 맞는 치안 활동을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안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제의 출범 취지처럼 지역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제도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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