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가기 위해 한국을 간다고?

입력 2022.11.11 (08:00) 수정 2022.11.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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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헬스키트에 뜬 탄촹(팝업창) 내용베이징 헬스키트에 뜬 탄촹(팝업창) 내용

"베이징에는 언제쯤 들어갈 수 있나요?"

중국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닙니다.

중국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얘깁니다.

■탄촹(彈窗,팝업창) 띄워 유입 차단…한 달째 베이징 못 들어와

얼마 전 이곳 베이징에서 알고 지내는 아시아계 한 지인과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도중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사연을 듣게 됐습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이 업무차 일시 귀국을 했다가 베이징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톈진으로 입국했는데 한 달째 베이징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로 1.2시간 정도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를 왜 한 달째 못 오는지 물었습니다.

다름아닌 '탄촹'이 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에서는 적어도 2, 3일에 한 번씩은 PCR 검사를 받아야 일상생활과 이동의 자유가 생깁니다.

검사 결과는 휴대전화 건강 정보 애플리케이션인 헬스키트( 중국명, 健康码)에 저장됩니다.

그런데 이 헬스키트에 '탄촹'이 뜨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베이징 밖에 있는 사람은 베이징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탄촹의 내용을 보면 '베이징시의 방역 정책에 따라 당신은 위험지역과 위험 인원들과 시간적, 공간적 관련이 있어서 위험 조사가 필요하다' 고 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도 있으니 베이징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1주일이면 탄촹이 해제되는데 텐진으로 입국한 이 외국인은 탄촹이 아직도 풀리지 않아 한 달째 톈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방역 당국에 전화를 걸어 호소하고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리면 된다" 였다고 합니다.

언제 탄촹이 풀려 베이징에 들어올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한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글  (출처: 웨이보)중국 한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글 (출처: 웨이보)

■차라리 한국으로 간다!

지난 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올린 황당한 내용이 적힌 짤막한 글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 한 고객이 출장 때문에 베이징에서 광저우로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베이징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여러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베이징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한국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고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입국해 격리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광저우에서 베이징으로 직접 가는 대신 한국을 우회해 베이징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네티즌은 이어 "해외에서 베이징으로는 최소한 들어올 수 있고 언제 봉쇄가 풀리는지 명확하다. 만약 국내 다른 도시에서 있다면 언제 탄촹이 취소돼 베이징에 돌아올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들어가기 위해 언제 탄촹이 풀릴지 마냥 기다리느니 차라리 한국으로 들어간 뒤 베이징으로 가는 방법을 택하는 게 더 빠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베이징 등 중국으로 입국한 뒤 격리 10일이 지나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직선보다 곡선이 더 빠르다!

이 같은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베이징시의 탄촹 정책과 중국 전역의 엄격한 방역 조치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직선보다도 곡선이 더 빠르다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보이고 있습니다.

광저우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2천 백 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광저우에서 서울을 거쳐 베이징을 가야 할 경우는 이보다 천 킬로미터 가량 더 깁니다.

이처럼 거리가 멀고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불확실성 보다는 확실한 한국 우회 노선을 선택하는게 더 낫다며 중국 방역 정책의 황당함을 꼬집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 베이징 다싱국제공항 (출처: 바이두)중국 베이징 다싱국제공항 (출처: 바이두)

■출장도 여행도 엄두 못 내!… 당 대회 전후부터 시작

이 같은 탄촹은 유독 베이징만 그렇습니다. 베이징 외 다른 도시에서의 도시 간 이동은 코로나 위험지역을 제외하곤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베이징을 벗어났다 돌아오려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탄촹이 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6일 개막해 1주일가량 열렸던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 기간 전후 였습니다.

마오쩌둥 이래 장기집권의 틀을 마련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시기를 앞두고 베이징에서의 감염자 폭증을 막으려는 조치로 밖에 해석됐습니다.

당 대회가 끝나면 완화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금도 베이징 들어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베이징 밖으로의 출장,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기자의 지인 역시 현재 광둥성에서 출장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탄촹이 떠서 코로나 감염자가 없는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최소한 1주일을 머문 뒤 탄촹 해제 여부를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 머물고 있던 지역에서 1명의 감염자라도 나온다면 다시 베이징으로 복귀할 시점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 회의 뒤 인사말을 하는 시진핑 中 국가주석. 22년 10월 23일 (출처: 연합뉴스)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 회의 뒤 인사말을 하는 시진핑 中 국가주석. 22년 10월 23일 (출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각지 다니고 객관적으로 봐 달라"… 현실은?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이 새롭게 상무위원에 진출한 6명의 인사와 함께 내외신 기자들에게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새 지도부를 소개한 시 주석은 3,40여 분간 인사말을 했습니다.

연설 마무리에 시 주석은 외신 기자들을 향해 아래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중국 각지에 많이 다녀보고, 중국에 관한 이야기,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야기를 객관적이고 진실하게 세계에 들려주는 것을 환영합니다."

중국 전역을 다녀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보고 이를 보도해달라는 것입니다.

중국 내 외신기자들 상당수는 베이징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자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최근 상하이에서는 국제수입박람회가 열렸고 마카오와 인접한 광둥성 주하이에서는 중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에어쇼가 열리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자들이 현장에 가고 싶었지만 '탄촹'이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만들어낸 족쇄 때문에 출장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격리와 봉쇄가 일상화된 중국, 그 중에서도 더 엄격한 정책이 시행되는 베이징.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국 여러 곳을 다니고 보려해도, 볼 수 없는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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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가기 위해 한국을 간다고?
    • 입력 2022-11-11 08:00:40
    • 수정2022-11-11 08:03:02
    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헬스키트에 뜬 탄촹(팝업창) 내용
"베이징에는 언제쯤 들어갈 수 있나요?"

중국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닙니다.

중국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얘깁니다.

■탄촹(彈窗,팝업창) 띄워 유입 차단…한 달째 베이징 못 들어와

얼마 전 이곳 베이징에서 알고 지내는 아시아계 한 지인과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도중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사연을 듣게 됐습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이 업무차 일시 귀국을 했다가 베이징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톈진으로 입국했는데 한 달째 베이징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로 1.2시간 정도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를 왜 한 달째 못 오는지 물었습니다.

다름아닌 '탄촹'이 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에서는 적어도 2, 3일에 한 번씩은 PCR 검사를 받아야 일상생활과 이동의 자유가 생깁니다.

검사 결과는 휴대전화 건강 정보 애플리케이션인 헬스키트( 중국명, 健康码)에 저장됩니다.

그런데 이 헬스키트에 '탄촹'이 뜨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베이징 밖에 있는 사람은 베이징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탄촹의 내용을 보면 '베이징시의 방역 정책에 따라 당신은 위험지역과 위험 인원들과 시간적, 공간적 관련이 있어서 위험 조사가 필요하다' 고 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도 있으니 베이징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1주일이면 탄촹이 해제되는데 텐진으로 입국한 이 외국인은 탄촹이 아직도 풀리지 않아 한 달째 톈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방역 당국에 전화를 걸어 호소하고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리면 된다" 였다고 합니다.

언제 탄촹이 풀려 베이징에 들어올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한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글  (출처: 웨이보)
■차라리 한국으로 간다!

지난 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올린 황당한 내용이 적힌 짤막한 글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 한 고객이 출장 때문에 베이징에서 광저우로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베이징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여러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베이징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한국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고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입국해 격리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광저우에서 베이징으로 직접 가는 대신 한국을 우회해 베이징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네티즌은 이어 "해외에서 베이징으로는 최소한 들어올 수 있고 언제 봉쇄가 풀리는지 명확하다. 만약 국내 다른 도시에서 있다면 언제 탄촹이 취소돼 베이징에 돌아올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들어가기 위해 언제 탄촹이 풀릴지 마냥 기다리느니 차라리 한국으로 들어간 뒤 베이징으로 가는 방법을 택하는 게 더 빠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베이징 등 중국으로 입국한 뒤 격리 10일이 지나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직선보다 곡선이 더 빠르다!

이 같은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베이징시의 탄촹 정책과 중국 전역의 엄격한 방역 조치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직선보다도 곡선이 더 빠르다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보이고 있습니다.

광저우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2천 백 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광저우에서 서울을 거쳐 베이징을 가야 할 경우는 이보다 천 킬로미터 가량 더 깁니다.

이처럼 거리가 멀고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불확실성 보다는 확실한 한국 우회 노선을 선택하는게 더 낫다며 중국 방역 정책의 황당함을 꼬집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 베이징 다싱국제공항 (출처: 바이두)
■출장도 여행도 엄두 못 내!… 당 대회 전후부터 시작

이 같은 탄촹은 유독 베이징만 그렇습니다. 베이징 외 다른 도시에서의 도시 간 이동은 코로나 위험지역을 제외하곤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베이징을 벗어났다 돌아오려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탄촹이 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6일 개막해 1주일가량 열렸던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 기간 전후 였습니다.

마오쩌둥 이래 장기집권의 틀을 마련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시기를 앞두고 베이징에서의 감염자 폭증을 막으려는 조치로 밖에 해석됐습니다.

당 대회가 끝나면 완화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금도 베이징 들어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베이징 밖으로의 출장,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기자의 지인 역시 현재 광둥성에서 출장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탄촹이 떠서 코로나 감염자가 없는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최소한 1주일을 머문 뒤 탄촹 해제 여부를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 머물고 있던 지역에서 1명의 감염자라도 나온다면 다시 베이징으로 복귀할 시점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 회의 뒤 인사말을 하는 시진핑 中 국가주석. 22년 10월 23일 (출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각지 다니고 객관적으로 봐 달라"… 현실은?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이 새롭게 상무위원에 진출한 6명의 인사와 함께 내외신 기자들에게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새 지도부를 소개한 시 주석은 3,40여 분간 인사말을 했습니다.

연설 마무리에 시 주석은 외신 기자들을 향해 아래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중국 각지에 많이 다녀보고, 중국에 관한 이야기,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야기를 객관적이고 진실하게 세계에 들려주는 것을 환영합니다."

중국 전역을 다녀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보고 이를 보도해달라는 것입니다.

중국 내 외신기자들 상당수는 베이징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자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최근 상하이에서는 국제수입박람회가 열렸고 마카오와 인접한 광둥성 주하이에서는 중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에어쇼가 열리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자들이 현장에 가고 싶었지만 '탄촹'이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만들어낸 족쇄 때문에 출장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격리와 봉쇄가 일상화된 중국, 그 중에서도 더 엄격한 정책이 시행되는 베이징.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국 여러 곳을 다니고 보려해도, 볼 수 없는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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