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1/4 가격으로 전용기 탄다?”…사실은

입력 2022.11.12 (16:34) 수정 2022.11.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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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

대통령실이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일을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옹졸하다", "언론 탄압"이라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 기자실을 아예 폐쇄했다", "취재 방해가 아니다"고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언론사 취재진이 (전용기에) 동행하는 것은 순방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취재 제한'과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0일 KBS 보도를 통해서 나온 그것을 지금 제가 다시 한 번 확인 드리는 겁니다. 일정 부분의 비용을 언론사에서 부담하지만 그 중에 항공료는 4분의 1, 그러니까 전체 일반 민항기를 탑승하는 국민들과 똑같은 항공료를 가지고 전용기에 탑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11월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순방 동행 기자들이 민항기보다 훨씬 싼 돈을 내고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홍익표 문체위원장(민주당)은 '법 위반'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존경하는 배현진 의원님께서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민간기 비용 정도 수준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배현진 의원님 말씀을 들어보면 굉장히 낮은 비용으로 한다면 이건 명백하게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겁니다."
(홍익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 11월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 대통령 전용기 이용료 : 230만여 원

배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단에 안내한 '동남아 순방 취재 경비 내역'에 따르면 기자 1인에게 청구된 비용은 약 900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전용기 왕복 항공료는 230만 원으로, 총액 대비 4분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민항기 항공료는 어떨까요?


■ 민항기 평균 이용료 : 205만 원

이번 순방 일정 간격과 똑같이 캄보디아 프놈펜,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하는 항공편 가격을 '네이버 항공권'에 검색해봤습니다.

한 달 후(12월 9일)를 출발일로, 순방 일정과 같은 간격으로 3개 비행편(일반석)의 왕복 비용을 더했습니다.

모든 민항기 항공편은 직항 경로인 전용기와는 달리 여정마다 경유지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최저가는 약 76만 원입니다. 출발과 도착 때마다 베트남과 태국, 베트남을 각 1번씩 경유하고 비엣젯항공, 란메이항공, 타이에어아시아 등을 이용할 때 청구되는 가격입니다.

최고가는 약 443만 원이었습니다. 여정마다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각 1번씩 경유하고 베트남항공, 필리핀항공,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는 항공편입니다.

항공권 검색 결과로 뜨는 43개의 항공편 평균 가격을 내보니 약 205만 원이었습니다.

노선과 시기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결과만 보면 취재기자가 전용기를 타는 비용(230만 원)은 민항기 평균가(205만 원)보다 25만 원 정도 더 비싼 셈입니다.

■ KBS 기사, "총액 대비 전용기 이용료가 1/4"

그렇다면 배 의원은 왜 이런 주장을 한 걸까요. 근거로 제시했던 10일 KBS 기사 원문은 이렇습니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취재진은 민항기 기준에 맞춰 탑승 비용도 지불합니다. 대통령실이 '공짜'로 편의를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도 취재진 한 사람당 내는 순방 동행 취재 비용의 1/4 가량은 항공기(전용기) 이용료입니다.

2022년 11월 10일 조태흠 기자 <취재 제한 아니라고요?…'전용기 배제' 논란 따져보니>

결국, KBS는 '전체 순방 비용의 1/4이 전용기 이용료'라고 했는데, 배 의원은 '전용기 이용료가 민항기의 1/4'이라고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 의원에게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배경, 진의를 듣기 위해 KBS는 어제오늘 이틀에 걸쳐 수차례 전화와 문자 등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습니다. 의원실 보좌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이 닿는 대로 배 의원 측 입장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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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항기 1/4 가격으로 전용기 탄다?”…사실은
    • 입력 2022-11-12 16:34:48
    • 수정2022-11-12 18:45:36
    취재K

어제(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

대통령실이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일을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옹졸하다", "언론 탄압"이라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 기자실을 아예 폐쇄했다", "취재 방해가 아니다"고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언론사 취재진이 (전용기에) 동행하는 것은 순방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취재 제한'과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0일 KBS 보도를 통해서 나온 그것을 지금 제가 다시 한 번 확인 드리는 겁니다. 일정 부분의 비용을 언론사에서 부담하지만 그 중에 항공료는 4분의 1, 그러니까 전체 일반 민항기를 탑승하는 국민들과 똑같은 항공료를 가지고 전용기에 탑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11월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순방 동행 기자들이 민항기보다 훨씬 싼 돈을 내고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홍익표 문체위원장(민주당)은 '법 위반'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존경하는 배현진 의원님께서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민간기 비용 정도 수준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배현진 의원님 말씀을 들어보면 굉장히 낮은 비용으로 한다면 이건 명백하게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겁니다."
(홍익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 11월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 대통령 전용기 이용료 : 230만여 원

배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단에 안내한 '동남아 순방 취재 경비 내역'에 따르면 기자 1인에게 청구된 비용은 약 900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전용기 왕복 항공료는 230만 원으로, 총액 대비 4분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민항기 항공료는 어떨까요?


■ 민항기 평균 이용료 : 205만 원

이번 순방 일정 간격과 똑같이 캄보디아 프놈펜,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하는 항공편 가격을 '네이버 항공권'에 검색해봤습니다.

한 달 후(12월 9일)를 출발일로, 순방 일정과 같은 간격으로 3개 비행편(일반석)의 왕복 비용을 더했습니다.

모든 민항기 항공편은 직항 경로인 전용기와는 달리 여정마다 경유지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최저가는 약 76만 원입니다. 출발과 도착 때마다 베트남과 태국, 베트남을 각 1번씩 경유하고 비엣젯항공, 란메이항공, 타이에어아시아 등을 이용할 때 청구되는 가격입니다.

최고가는 약 443만 원이었습니다. 여정마다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각 1번씩 경유하고 베트남항공, 필리핀항공,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는 항공편입니다.

항공권 검색 결과로 뜨는 43개의 항공편 평균 가격을 내보니 약 205만 원이었습니다.

노선과 시기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결과만 보면 취재기자가 전용기를 타는 비용(230만 원)은 민항기 평균가(205만 원)보다 25만 원 정도 더 비싼 셈입니다.

■ KBS 기사, "총액 대비 전용기 이용료가 1/4"

그렇다면 배 의원은 왜 이런 주장을 한 걸까요. 근거로 제시했던 10일 KBS 기사 원문은 이렇습니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취재진은 민항기 기준에 맞춰 탑승 비용도 지불합니다. 대통령실이 '공짜'로 편의를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도 취재진 한 사람당 내는 순방 동행 취재 비용의 1/4 가량은 항공기(전용기) 이용료입니다.

2022년 11월 10일 조태흠 기자 <취재 제한 아니라고요?…'전용기 배제' 논란 따져보니>

결국, KBS는 '전체 순방 비용의 1/4이 전용기 이용료'라고 했는데, 배 의원은 '전용기 이용료가 민항기의 1/4'이라고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 의원에게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배경, 진의를 듣기 위해 KBS는 어제오늘 이틀에 걸쳐 수차례 전화와 문자 등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습니다. 의원실 보좌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이 닿는 대로 배 의원 측 입장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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