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잡으려다 오인 사격…‘확인하고 쏜다’ 원칙 지켜야

입력 2022.11.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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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충남 서산의 한 갈대밭에서 엽사가 동료를 멧돼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12일 충남 서산의 한 갈대밭에서 엽사가 동료를 멧돼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 "멧돼지 잡으려다" 오인 사격 잇따라

총기를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는 나라에서 총기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해조수 포획 과정 중 엽사가 실수로 사람에게 총을 쏘며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주말인 12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의 한 갈대밭에서 70대 엽사 A 씨가 멧돼지를 잡으려다 실수로 동료인 60대 엽사를 쏴 숨지게 했습니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갈대밭을 두 구역으로 나눠 수색하던 중 A씨가 동료 엽사를 멧돼지로 오인해 총을 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총에 복부 등을 맞은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경찰은 A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잡으려던 총에 사람이 맞는 사고는 올해 들어 알려진 것만 5건입니다.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습니다. 7월 경남 양산의 한 야산에서도 엽사가 다른 엽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고 4월에는 서울 은평구 북한산에서 엽사가 택시기사를 쏴 숨지게 했습니다. 역시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해 쏜 것이었습니다.

함께 멧돼지 포획 작업을 하는 엽사들함께 멧돼지 포획 작업을 하는 엽사들

■ '확인되면 쏜다' 원칙 지키고 안전교육 강화해야

멧돼지 등 유해조수 포획 활동은 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진 산과 들판에서 하게 됩니다. 엽사들은 야생동물의 눈에 잘 띄지 않기 위해 위장복을 입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멧돼지를 몰아가기 위해 서로 구역을 나누어 수색까지 하다 보면 오인 사격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엽사들은 오인 사격을 줄이려면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확인되면 쏜다'는 게 그 원칙입니다. 오인 사격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멧돼지인 줄 알았다"고 진술합니다.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베테랑 엽사는 거꾸로 "발포 대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척이나 움직임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제 멧돼지인 걸 확인하고 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안전수칙에 대한 실습과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 수렵면허 시험은 필기와 총 쏴보는 수렵강습 등이 전부입니다. 면허 취득 과정부터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취득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실질적인 안전수칙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전문가는 "수렵 경력이 긴 엽사도 안전수칙을 체계적으로 체화할 기회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며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앞으로도 또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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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돼지 잡으려다 오인 사격…‘확인하고 쏜다’ 원칙 지켜야
    • 입력 2022-11-14 17:42:58
    취재K
12일 충남 서산의 한 갈대밭에서 엽사가 동료를 멧돼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 "멧돼지 잡으려다" 오인 사격 잇따라

총기를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는 나라에서 총기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해조수 포획 과정 중 엽사가 실수로 사람에게 총을 쏘며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주말인 12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의 한 갈대밭에서 70대 엽사 A 씨가 멧돼지를 잡으려다 실수로 동료인 60대 엽사를 쏴 숨지게 했습니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갈대밭을 두 구역으로 나눠 수색하던 중 A씨가 동료 엽사를 멧돼지로 오인해 총을 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총에 복부 등을 맞은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경찰은 A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잡으려던 총에 사람이 맞는 사고는 올해 들어 알려진 것만 5건입니다.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습니다. 7월 경남 양산의 한 야산에서도 엽사가 다른 엽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고 4월에는 서울 은평구 북한산에서 엽사가 택시기사를 쏴 숨지게 했습니다. 역시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해 쏜 것이었습니다.

함께 멧돼지 포획 작업을 하는 엽사들
■ '확인되면 쏜다' 원칙 지키고 안전교육 강화해야

멧돼지 등 유해조수 포획 활동은 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진 산과 들판에서 하게 됩니다. 엽사들은 야생동물의 눈에 잘 띄지 않기 위해 위장복을 입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멧돼지를 몰아가기 위해 서로 구역을 나누어 수색까지 하다 보면 오인 사격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엽사들은 오인 사격을 줄이려면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확인되면 쏜다'는 게 그 원칙입니다. 오인 사격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멧돼지인 줄 알았다"고 진술합니다.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베테랑 엽사는 거꾸로 "발포 대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척이나 움직임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제 멧돼지인 걸 확인하고 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안전수칙에 대한 실습과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 수렵면허 시험은 필기와 총 쏴보는 수렵강습 등이 전부입니다. 면허 취득 과정부터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취득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실질적인 안전수칙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전문가는 "수렵 경력이 긴 엽사도 안전수칙을 체계적으로 체화할 기회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며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앞으로도 또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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