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도 북한 통제 못 할 수도”…시진핑 만난 바이든 발언 이유는?

입력 2022.11.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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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 때문일 겁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기자 브리핑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 관련 질문들이 다시 잦아졌습니다. 한국·일본 기자들이 아닌 미국 언론들의 북한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내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기자들과 브리핑, 회견을 했습니다.

여기서도 북한 관련 질문이 빠지지 않았는데, 가장 이목을 끈 건 캄보디아행 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나온 설리번 보좌관의 기내 브리핑 내용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기내 브리핑은 유튜브와 백악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됩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취재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날 때, 북한 문제에 얘기할 계획입니까? 개입하고 이 상황을 도우라고요."

▲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바이든) 대통령은 확실히 중국 주석에 북한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하지만 어떤 걸 요구하는 입장으로서는 아닙니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관점을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계속 그 길을 간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와 안보력의 존재를 더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최악의 상황을 억제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중국이 그렇게 할지 말지는 물론 중국에 달려 있죠."

(현지 시각 11일, 미국 에어포스원 기내브리핑)

요약하자면 '중국에 단순히 요구하지 않겠다, 그보다는 북한이 말을 듣지 않으면 동북아, 즉 중국 주변 군사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제대로 나서라'는 압박입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다음 날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기내 브리핑에서는 " 한미일 3국 정상들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공동 대응에 관해서 조율했고, 이건 오랫동안 진행돼 온 작업" 이라며, "지금은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는 단계" 라고도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최근 미국과의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협력에도 적극적인 만큼, 이 발언은 지역 내 미국 군사력 증강 시나리오가 꽤 실행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미가 논의한 확장 억제 강화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 "중국의 북한 통제 확신 어려워"…中 논리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

이렇다 보니 한미일 3국은 물론,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까지 마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나온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진 약 15분간의 기자회견 동안 5개 정도의 질문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 난디타 보스 로이터통신 기자:
"새로운 핵실험을 이미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관해 짧은 질문 드립니다. 시진핑 주석과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중국이 북한이 그런 실험을 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까지 설득할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만일 실제 실험이 진행된다면, 미·중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음…. 첫째로는,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 저는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섞어 발언한 것으로 보입니다)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내 생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좀 더 방어적인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고, 그건 중국을 향한 게 아니라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거라는 것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땅이나 미국의 능력뿐 아니라 우리의 동맹을 방어할 거라고요."

(현지 시각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인도네시아 발리 기자회견)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앞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과 맥락이 같지만, 뉘앙스가 조금 다릅니다. 미국의 군사력이나 군사 행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고, 그 행동 역시 '중국이 아닌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오랜 믿음은 미국이 북한을 핑계 삼아 자국을 겨냥한 군사력을 동북아, 중국 주변에 증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군사력의 최종 목표가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는 논리입니다. 앞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비록 북한이 이유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두려움을 미국이 겨냥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입니다. 정상 간 만남에서 중국 측의 반발과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거고, 바이든 대통령도 답을 했을 겁니다. 기자회견 내용은 그 답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지 시각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현지 시각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 질문에 답한 것이기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북한 통제 능력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북한은 주권 국가이고, 핵실험 여부 역시 북한이 결정한다. 중국이 말릴 능력엔 한계가 있다'는, 그간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중국 책임론을 제기할 때마다 중국이 반복해오던 수사를 이번엔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발언과 미국의 평가를 그대로 전한 것일 수도 있고, 미국이 북한을 빌미 삼아 중국을 압박하려는 게 아님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책임을 좀 덜어준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중국도 북한의 추가적 긴장 고조를 기대하진 않을 것" 이라며, " 모든 정상, 특히 시진핑 주석에게 명확히 하고 싶다. 내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각자의 의도나 행동에 대해 서로 오해하는 것" 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을 미국의 역내 군사력 증강 가능성은 명확히 하면서도 중국의 과도한 반발은 방지하고 싶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가 엿보입니다.

현지 시각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연합뉴스)현지 시각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연합뉴스)

■ 미국 면전에서 '북한 편' 든 중국…"북한 정당한 우려 해결해야"

미국의 속마음이 어떻든 중국이 미국에 맞장구쳐주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열린 중국 측 언론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면서, 특히 "(시 주석이)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정당한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손을 들어준 발언입니다. 미·중 정상 간에 여러 봉합되지 못한 의제들이 있었지만, '북한' 역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큰 미해결 과제로 남았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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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도 북한 통제 못 할 수도”…시진핑 만난 바이든 발언 이유는?
    • 입력 2022-11-15 15:08:25
    특파원 리포트

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 때문일 겁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기자 브리핑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 관련 질문들이 다시 잦아졌습니다. 한국·일본 기자들이 아닌 미국 언론들의 북한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내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기자들과 브리핑, 회견을 했습니다.

여기서도 북한 관련 질문이 빠지지 않았는데, 가장 이목을 끈 건 캄보디아행 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나온 설리번 보좌관의 기내 브리핑 내용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기내 브리핑은 유튜브와 백악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됩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취재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날 때, 북한 문제에 얘기할 계획입니까? 개입하고 이 상황을 도우라고요."

▲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바이든) 대통령은 확실히 중국 주석에 북한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하지만 어떤 걸 요구하는 입장으로서는 아닙니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관점을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계속 그 길을 간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와 안보력의 존재를 더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최악의 상황을 억제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중국이 그렇게 할지 말지는 물론 중국에 달려 있죠."

(현지 시각 11일, 미국 에어포스원 기내브리핑)

요약하자면 '중국에 단순히 요구하지 않겠다, 그보다는 북한이 말을 듣지 않으면 동북아, 즉 중국 주변 군사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제대로 나서라'는 압박입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다음 날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기내 브리핑에서는 " 한미일 3국 정상들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공동 대응에 관해서 조율했고, 이건 오랫동안 진행돼 온 작업" 이라며, "지금은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는 단계" 라고도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최근 미국과의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협력에도 적극적인 만큼, 이 발언은 지역 내 미국 군사력 증강 시나리오가 꽤 실행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미가 논의한 확장 억제 강화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 "중국의 북한 통제 확신 어려워"…中 논리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

이렇다 보니 한미일 3국은 물론,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까지 마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나온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진 약 15분간의 기자회견 동안 5개 정도의 질문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 난디타 보스 로이터통신 기자:
"새로운 핵실험을 이미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관해 짧은 질문 드립니다. 시진핑 주석과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중국이 북한이 그런 실험을 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까지 설득할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만일 실제 실험이 진행된다면, 미·중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음…. 첫째로는,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 저는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섞어 발언한 것으로 보입니다)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내 생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좀 더 방어적인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고, 그건 중국을 향한 게 아니라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거라는 것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땅이나 미국의 능력뿐 아니라 우리의 동맹을 방어할 거라고요."

(현지 시각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인도네시아 발리 기자회견)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앞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과 맥락이 같지만, 뉘앙스가 조금 다릅니다. 미국의 군사력이나 군사 행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고, 그 행동 역시 '중국이 아닌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오랜 믿음은 미국이 북한을 핑계 삼아 자국을 겨냥한 군사력을 동북아, 중국 주변에 증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군사력의 최종 목표가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는 논리입니다. 앞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비록 북한이 이유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두려움을 미국이 겨냥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입니다. 정상 간 만남에서 중국 측의 반발과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거고, 바이든 대통령도 답을 했을 겁니다. 기자회견 내용은 그 답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지 시각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 질문에 답한 것이기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북한 통제 능력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북한은 주권 국가이고, 핵실험 여부 역시 북한이 결정한다. 중국이 말릴 능력엔 한계가 있다'는, 그간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중국 책임론을 제기할 때마다 중국이 반복해오던 수사를 이번엔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발언과 미국의 평가를 그대로 전한 것일 수도 있고, 미국이 북한을 빌미 삼아 중국을 압박하려는 게 아님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책임을 좀 덜어준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중국도 북한의 추가적 긴장 고조를 기대하진 않을 것" 이라며, " 모든 정상, 특히 시진핑 주석에게 명확히 하고 싶다. 내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각자의 의도나 행동에 대해 서로 오해하는 것" 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을 미국의 역내 군사력 증강 가능성은 명확히 하면서도 중국의 과도한 반발은 방지하고 싶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가 엿보입니다.

현지 시각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연합뉴스)
■ 미국 면전에서 '북한 편' 든 중국…"북한 정당한 우려 해결해야"

미국의 속마음이 어떻든 중국이 미국에 맞장구쳐주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열린 중국 측 언론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면서, 특히 "(시 주석이)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정당한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손을 들어준 발언입니다. 미·중 정상 간에 여러 봉합되지 못한 의제들이 있었지만, '북한' 역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큰 미해결 과제로 남았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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