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짬짜미’ 기업 신용평가?…‘암호’ 써가며 등급 조율 의혹

입력 2022.11.15 (21:34) 수정 2022.11.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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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인된 신용평가기관에서 기업의 신용등급을 엉터리로 평가하고 산정하는 문제, 연속보도합니다.

어제(14일)는 기업에 전문인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조작하고 있는 실태, 전해드렸습니다.

오늘(15일)은 '비밀 암호'까지 주고 받으며 등급을 미리 짜고 정하는 듯한 의심스런 정황들을 취재했습니다.

단독 보도,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업비 100억 원 이상 공공 입찰에 꼭 필요한 '기업 신용분석 보고서', 일을 맡길 만한 회사인지, 전문 신용평가 기관을 통해 검증받으란 취지입니다.

이 건설회사가 올해 받은 성적표는 'A-', 비교적 우수한 등급이었습니다.

평가 기관은 '한국평가데이터'.

그런데 관련 문서에 이런 표현을 달아놓았습니다.

'3시 이전 전송 요청'.

얼핏, 처리 시한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다른 뜻이 숨어있었습니다.

[내부 직원/음성변조 : "3시는 무슨 등급, 4시는 무슨 등급, 5시는 무슨 등급 이런 식으로 암호를 정해 놓고…."]

이런 식의 표현은 다른 평가 문서에도 수시로 등장하는데 모두 '암호'라고, 내부 관계자가 폭로했습니다.

'2시'는 AA, '3시'는 A, '4시'는 BBB 등 시간 표시가 곧 등급이고 '이전'과 '이후'라는 표현은 마이너스, 플러스를 뜻한단 겁니다.

취재진이 대조해 봤더니,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정확히 이 '암호'대로 나왔습니다.

확인 결과, 평가사 내부 영업부서에서 이 암호들을 만들어 평가부서로 전달했습니다.

영업을 위해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부서가, 기업을 냉정히 평가해야 할 부서에게 일종의 '지침'을 전달했던 셈입니다.

[내부직원/음성변조 : "영업하는 조직에서 기업의 내밀한 요청 사항을 알아본 후에 평가 조직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서 만들어 낸 게 등급 암호인 것 같습니다."]

평가사 측은 두 부서가 소통한 것은 맞지만, 평가 자체는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음성변조 : "기업이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희망하는 등급이 있습니다. 그런 등급을 '참고'케 하기 위해서 보낸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평가조직과 영업조직을 엄격히 분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의식한 듯, 두 조직 간의 암호는 수시로 삭제, 변경됐습니다.

[내부직원/음성변조 : "'2주에 한 번씩 삭제해라'라고 하는 공지가 최근에 내려져서 생성되면 또 삭제하고 이걸 지금 반복하고 있는 상황..."]

한국평가데이터는 제기된 의혹들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김민준 문아미 조원준/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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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짬짜미’ 기업 신용평가?…‘암호’ 써가며 등급 조율 의혹
    • 입력 2022-11-15 21:34:19
    • 수정2022-11-16 08:05:01
    뉴스 9
[앵커]

공인된 신용평가기관에서 기업의 신용등급을 엉터리로 평가하고 산정하는 문제, 연속보도합니다.

어제(14일)는 기업에 전문인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조작하고 있는 실태, 전해드렸습니다.

오늘(15일)은 '비밀 암호'까지 주고 받으며 등급을 미리 짜고 정하는 듯한 의심스런 정황들을 취재했습니다.

단독 보도,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업비 100억 원 이상 공공 입찰에 꼭 필요한 '기업 신용분석 보고서', 일을 맡길 만한 회사인지, 전문 신용평가 기관을 통해 검증받으란 취지입니다.

이 건설회사가 올해 받은 성적표는 'A-', 비교적 우수한 등급이었습니다.

평가 기관은 '한국평가데이터'.

그런데 관련 문서에 이런 표현을 달아놓았습니다.

'3시 이전 전송 요청'.

얼핏, 처리 시한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다른 뜻이 숨어있었습니다.

[내부 직원/음성변조 : "3시는 무슨 등급, 4시는 무슨 등급, 5시는 무슨 등급 이런 식으로 암호를 정해 놓고…."]

이런 식의 표현은 다른 평가 문서에도 수시로 등장하는데 모두 '암호'라고, 내부 관계자가 폭로했습니다.

'2시'는 AA, '3시'는 A, '4시'는 BBB 등 시간 표시가 곧 등급이고 '이전'과 '이후'라는 표현은 마이너스, 플러스를 뜻한단 겁니다.

취재진이 대조해 봤더니,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정확히 이 '암호'대로 나왔습니다.

확인 결과, 평가사 내부 영업부서에서 이 암호들을 만들어 평가부서로 전달했습니다.

영업을 위해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부서가, 기업을 냉정히 평가해야 할 부서에게 일종의 '지침'을 전달했던 셈입니다.

[내부직원/음성변조 : "영업하는 조직에서 기업의 내밀한 요청 사항을 알아본 후에 평가 조직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서 만들어 낸 게 등급 암호인 것 같습니다."]

평가사 측은 두 부서가 소통한 것은 맞지만, 평가 자체는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음성변조 : "기업이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희망하는 등급이 있습니다. 그런 등급을 '참고'케 하기 위해서 보낸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평가조직과 영업조직을 엄격히 분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의식한 듯, 두 조직 간의 암호는 수시로 삭제, 변경됐습니다.

[내부직원/음성변조 : "'2주에 한 번씩 삭제해라'라고 하는 공지가 최근에 내려져서 생성되면 또 삭제하고 이걸 지금 반복하고 있는 상황..."]

한국평가데이터는 제기된 의혹들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김민준 문아미 조원준/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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