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미국 대통령은 또 나야”…돌아온 ‘매운 맛’ 트럼프

입력 2022.11.16 (16:08) 수정 2024.01.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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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위대한 미국으로"…트럼프의 3번째 출사표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미국을 만들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을 발표합니다!"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1년 10개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자신의 사저에서 연단에 성조기를 가득 세워놓고, 공화당의 상징인 붉은 넥타이를 매고 출정을 선언했습니다.

연설에선 "내가 퇴임했을 때 미국은 황금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재임 시기는 '위대한 경제를 건설'했고, '국경이 강력'했으며, '미국이 에너지 독립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달성'한 시기로 표현했습니다. '중국에서 수천억 달러'를 벌었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이 자신을 존경'했다고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는 지금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고, 행복하지 않고, 화가 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 미국 정부가 경제와 물가, 마약 통제와 폭력 제압, 외교 등 모든 걸 실패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이 4년 더 집권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 모든 정책에서 미국을 다시 최우선으로 둘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대선 출마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에 입후보한 첫 인물이 된 겁니다. 대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았습니다.

현지 시간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에 모인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현지 시간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에 모인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 측근도 만류한 이른 출마선언…'왜 하필 지금?'

미국의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별안간 유세 중 "오는 15일 마러라고에서 큰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대통령 재출마 선언을 예상했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의 선거 승리와 상·하원 싹쓸이가 예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습니다. 상원은 민주당이 지켰고,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민주당과의 격차는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대통령의 무덤', '정권 심판론'이 강한 중간선거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라 불리는 결과였습니다.

당의 전략 실패와 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천거하고 강력히 지지한 후보들이 줄줄이 고전하거나 고배를 마셨기 때문입니다. KBS와 인터뷰한 미국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토드 벨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후보 지명 단계부터 트럼프가 너무 개입했어요. 한 번도 출마한 적이 없는, 좋은 후보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많이 천거했습니다. 자신에게 충성하고, 자신처럼 2020년 대선에 불복하는 사람들을 골랐어요. 자기 명성만 신경 쓴 거예요."

▶ 카일 콘딕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
"트럼프가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처럼 중간 선거판의 밖에 머물러 있었다면 공화당에 더 유리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러지 않았고, 결국 공화당이 성과를 내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쳤죠."

'분위기가 좋지 않다', '출마 선언을 좀 미루자'는 얘기가 참모들 사이에서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출마 발표를 강행한 건, 자신의 '중간선거 패배 책임론'을 발판 삼아 치고 나올 젊은 후보들을 선제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다른 속사정도 적지 않습니다.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교수(좌)와 카일 콘딕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우) (사진:KBS)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교수(좌)와 카일 콘딕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우) (사진:KBS)

▶ 토드 벨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선거 패배에서 그의 대통령 출마 쪽으로 의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받을 비난을 줄이는 거죠. 사람들의 비난을 잠재우고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화당 정치의 중심에 자신을 다시 올려놓기 위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이 선거 기간 중에는 트럼프에 대한 어떤 혐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법무장관은 민주적 선거 과정을 방해할 것을 우려해서 그렇게 한 것인데,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급히 뛰어들면 법무부가 앞으로도 혐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지겠죠."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기밀 문서를 유출해 개인적으로 보관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고, 갈랜드 법무장관은 지난 8월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을 포함해 수사를 지휘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 출마 선언을 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8월 9일, 미 연방수사국(FBI)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몰려온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8월 9일, 미 연방수사국(FBI)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몰려온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 재선 떨어졌던 트럼프…"경선부터 넘을 산 많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공화당 후보가 돼 대선까지 직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전문가들은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건재하다면서도, 다른 후보가 나올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고 봅니다.

▶ 카일 콘딕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
"트럼프를 공화당 리더 자리에서 빼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후보 지명 단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시작하겠지요. 하지만 그걸 뒤집는 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예요. 누가 대항할지, 그 대항마가 얼마나 강할지, 트럼프가 다른 후보자들을 어떻게 말릴 수 있을지, 혹은 다른 후보자들이 트럼프가 실제 얼마나 강하다고 볼지, 많은 것이 관건입니다."

▶ 토드 벨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트럼프가 출마한다면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모든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고, 선거 기부금 대부분과 유권자들을 지휘할 수 있어요. 다른 공화당원이 나서서 트럼프 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트럼프는 상대를 공격하는 걸 선호해서 그 상대는 꽤나 고통스러울 거예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 공화당 후보자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입니다.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후보 중 하나였고, 얼마 전 텍사스주 공화당이 실시한 차기 공화당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4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2%)을 가볍게 제쳤습니다.

1978년생. 44세로 나이도 젊고 이라크에서 해군으로 복무한 경력과 연방 검사, 연방 하원의원(3선)을 두루 거쳤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공립학교 수업을 강행하고 백신 접종 증명서·마스크 의무화를 잇달아 금지하고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한 성소수자 교육 금지 등을 선도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때 '리틀 트럼프'라 불렸었지만, 보수적이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덜 선동적이고 정책 방향도 나름 뚜렷하다는 게 인기의 이유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플로리다 주지사 홈페이지)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플로리다 주지사 홈페이지)

그의 인기가 치솟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드생티모니어스(드샌티스+신성한 척하는(sanctimonious))라고 별명까지 붙이며 비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확인된 트럼프의 극단적 면모에 대한 만만찮은 반감, 고령(1946년생, 76세)과 당선 이후 한 번의 임기만 수행할 수 있다는 단점(미국 대통령은 8년 중임까지만 허용)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부터 만만찮은 게임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유일한 트럼프의 대항마'로 꼽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만 열어줄까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 그는 '한국'과 '북한'을 잊지 않았다…출마 연설에도 언급된 '김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기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이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 장벽이 높아졌던 미국의 보호무역 등을 기억할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런 일들은 자신의 업적으로 기억된 것 같습니다. 재출마 선언 연설에서도 한국과 북한이 몇 차례 거론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은 솔직히 나를 존경했어요"

"북한은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한 이후 거의 3년 동안 어떤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어요. 그건 굉장히 좋은 일이었죠."

"우리는 여러 (무역) 거래들을 재조정했고, 한국과 다른 나라들과 정말 훌륭한 거래를 만들어냈어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당선까지 된다면 그는 한반도에 이전과 같은 정책을 또 펼까요? 2년이나 남았지만 2년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전략과 맞대응을 준비해놔야 할까요? 트럼프의 재등장은 그 복잡한 숙제를 던져줄 '2년 뒤 미국 대선'의 문을 본격적으로 활짝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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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미국 대통령은 또 나야”…돌아온 ‘매운 맛’ 트럼프
    • 입력 2022-11-16 16:08:07
    • 수정2024-01-25 12: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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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위대한 미국으로"…트럼프의 3번째 출사표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미국을 만들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을 발표합니다!"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1년 10개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자신의 사저에서 연단에 성조기를 가득 세워놓고, 공화당의 상징인 붉은 넥타이를 매고 출정을 선언했습니다.

연설에선 "내가 퇴임했을 때 미국은 황금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재임 시기는 '위대한 경제를 건설'했고, '국경이 강력'했으며, '미국이 에너지 독립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달성'한 시기로 표현했습니다. '중국에서 수천억 달러'를 벌었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이 자신을 존경'했다고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는 지금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고, 행복하지 않고, 화가 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 미국 정부가 경제와 물가, 마약 통제와 폭력 제압, 외교 등 모든 걸 실패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이 4년 더 집권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 모든 정책에서 미국을 다시 최우선으로 둘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대선 출마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에 입후보한 첫 인물이 된 겁니다. 대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았습니다.

현지 시간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에 모인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 측근도 만류한 이른 출마선언…'왜 하필 지금?'

미국의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별안간 유세 중 "오는 15일 마러라고에서 큰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대통령 재출마 선언을 예상했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의 선거 승리와 상·하원 싹쓸이가 예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습니다. 상원은 민주당이 지켰고,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민주당과의 격차는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대통령의 무덤', '정권 심판론'이 강한 중간선거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라 불리는 결과였습니다.

당의 전략 실패와 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천거하고 강력히 지지한 후보들이 줄줄이 고전하거나 고배를 마셨기 때문입니다. KBS와 인터뷰한 미국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토드 벨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후보 지명 단계부터 트럼프가 너무 개입했어요. 한 번도 출마한 적이 없는, 좋은 후보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많이 천거했습니다. 자신에게 충성하고, 자신처럼 2020년 대선에 불복하는 사람들을 골랐어요. 자기 명성만 신경 쓴 거예요."

▶ 카일 콘딕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
"트럼프가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처럼 중간 선거판의 밖에 머물러 있었다면 공화당에 더 유리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러지 않았고, 결국 공화당이 성과를 내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쳤죠."

'분위기가 좋지 않다', '출마 선언을 좀 미루자'는 얘기가 참모들 사이에서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출마 발표를 강행한 건, 자신의 '중간선거 패배 책임론'을 발판 삼아 치고 나올 젊은 후보들을 선제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다른 속사정도 적지 않습니다.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교수(좌)와 카일 콘딕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우) (사진:KBS)
▶ 토드 벨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선거 패배에서 그의 대통령 출마 쪽으로 의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받을 비난을 줄이는 거죠. 사람들의 비난을 잠재우고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화당 정치의 중심에 자신을 다시 올려놓기 위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이 선거 기간 중에는 트럼프에 대한 어떤 혐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법무장관은 민주적 선거 과정을 방해할 것을 우려해서 그렇게 한 것인데,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급히 뛰어들면 법무부가 앞으로도 혐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지겠죠."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기밀 문서를 유출해 개인적으로 보관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고, 갈랜드 법무장관은 지난 8월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을 포함해 수사를 지휘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 출마 선언을 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8월 9일, 미 연방수사국(FBI)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몰려온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 재선 떨어졌던 트럼프…"경선부터 넘을 산 많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공화당 후보가 돼 대선까지 직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전문가들은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건재하다면서도, 다른 후보가 나올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고 봅니다.

▶ 카일 콘딕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분석가)
"트럼프를 공화당 리더 자리에서 빼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후보 지명 단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시작하겠지요. 하지만 그걸 뒤집는 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예요. 누가 대항할지, 그 대항마가 얼마나 강할지, 트럼프가 다른 후보자들을 어떻게 말릴 수 있을지, 혹은 다른 후보자들이 트럼프가 실제 얼마나 강하다고 볼지, 많은 것이 관건입니다."

▶ 토드 벨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트럼프가 출마한다면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모든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고, 선거 기부금 대부분과 유권자들을 지휘할 수 있어요. 다른 공화당원이 나서서 트럼프 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트럼프는 상대를 공격하는 걸 선호해서 그 상대는 꽤나 고통스러울 거예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 공화당 후보자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입니다.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후보 중 하나였고, 얼마 전 텍사스주 공화당이 실시한 차기 공화당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4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2%)을 가볍게 제쳤습니다.

1978년생. 44세로 나이도 젊고 이라크에서 해군으로 복무한 경력과 연방 검사, 연방 하원의원(3선)을 두루 거쳤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공립학교 수업을 강행하고 백신 접종 증명서·마스크 의무화를 잇달아 금지하고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한 성소수자 교육 금지 등을 선도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때 '리틀 트럼프'라 불렸었지만, 보수적이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덜 선동적이고 정책 방향도 나름 뚜렷하다는 게 인기의 이유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플로리다 주지사 홈페이지)
그의 인기가 치솟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드생티모니어스(드샌티스+신성한 척하는(sanctimonious))라고 별명까지 붙이며 비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확인된 트럼프의 극단적 면모에 대한 만만찮은 반감, 고령(1946년생, 76세)과 당선 이후 한 번의 임기만 수행할 수 있다는 단점(미국 대통령은 8년 중임까지만 허용)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부터 만만찮은 게임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유일한 트럼프의 대항마'로 꼽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만 열어줄까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 그는 '한국'과 '북한'을 잊지 않았다…출마 연설에도 언급된 '김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기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이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 장벽이 높아졌던 미국의 보호무역 등을 기억할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런 일들은 자신의 업적으로 기억된 것 같습니다. 재출마 선언 연설에서도 한국과 북한이 몇 차례 거론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은 솔직히 나를 존경했어요"

"북한은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한 이후 거의 3년 동안 어떤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어요. 그건 굉장히 좋은 일이었죠."

"우리는 여러 (무역) 거래들을 재조정했고, 한국과 다른 나라들과 정말 훌륭한 거래를 만들어냈어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당선까지 된다면 그는 한반도에 이전과 같은 정책을 또 펼까요? 2년이나 남았지만 2년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전략과 맞대응을 준비해놔야 할까요? 트럼프의 재등장은 그 복잡한 숙제를 던져줄 '2년 뒤 미국 대선'의 문을 본격적으로 활짝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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