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66억, 내년엔 1000억? 고환율에 외교부 환차손 ‘눈덩이’

입력 2022.11.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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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올들어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266억 원을 손해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율이 1,450원선까지 치솟던 시기보다는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손실이 큽니다. 내년엔 천억 원대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내부 전망도 나왔습니다.

외교부가 수백억 대 환손실을 본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입니다.

■ 야속한 고환율...3년 만에 대규모 환손실

외교부 살림의 약 40%는 외화, 즉 달러로 편성됩니다. 국제기구에 낼 분담금이나 공적개발원조(ODA), 해외 대사관에서 사용하는 비용 등입니다. 처음부터 달러를 비축해 놓는 것은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달러를 환전하는 방식입니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준 환율'은 매해 달라지는데, 올해 외교부 예산은 달러당 1,130원을 기준으로 편성됐습니다.

그러나 환율이 연초부터 치솟으면서, 9월엔 환차손 규모가 36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사업도 더 많은 돈을 주고 진행해야 합니다. 내년도 해외 188개 재외공관 기본 운영비는 올해보다 11.4% 오른 1,800억 원대로 책정됐는데, 실제론 예산이 깎인 것과 마찬가지란 게 외교부 설명입니다. 게다가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으로 해외 체류비가 상승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약속한 해외 인도적 지원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국제기구 분담금을 제외한 외교부의 ODA 예산은 올해 1조 2,618억 원인데, 환율 상승으로 실질 집행비용이 약 15~18% 가량 쪼그라들었습니다. 약속한 금액을 제때 못 내거나 사업 계획을 조정하는 등의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게다가 현 정부가 국제보건위기, 우크라이나 긴급구호 지원 등을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ODA 예산을 늘린 상황이어서 환율에 따른 사업 조정은 일부 불가피할 거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환차손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비용 지출을 줄이거나(긴축), 꼭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항목의 예산을 가져다 쓰는 겁니다(예산 전용).

외교부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해외 출장은 화상회의로 바꾸고, 출장을 가더라도 동행 직원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오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건강검진을 내년으로 미루고, 가스요금이 크게 오른 유럽 지역에선 난방비를 깎았습니다. 박진 장관은 9월 15일 모든 재외공관에 공문을 보내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해 4분기 공관 운영비가 부족하므로, 최대한 긴축 운영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해결이 안 되면,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예비비 신청 액수와 이유를 상세히 적어 제출하면 기재부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외교부에 환차손 예비비가 집행됐던 가장 최근 사례는 2012년으로, 당시 184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 외교부 "내년 환차손 천억 대 전망"…외평기금 편입·예산 증액 추진

이런 방법들은 환차손이 발생한 이후에 쓸 수 있는, '사후 대책'입니다. 외교부는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를 경우 내년도 환차손은 1,12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공관 운영비와 행정직원 인건비 등 외화표시 예산 일부를 '외국환 평형기금'에 편입하는 방안을 기재부와 협의 중입니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운영하는 기금으로, 원화와 외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외평기금에 편입되면 환율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데, 현재 외교부 예산 중에선 1조 원 규모 국제기구분담금이 외평기금에 담겨 있습니다.

오늘(1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외교부의 외국환평형기금 활용 가능성을 묻는 이철규 위원(국민의힘)의 질의에 "외평기금 환전제도를 포함해 살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결과는 이달 말쯤 윤곽이 드러날 예정입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현장. 예결위는 내일(17일)부터 소위를 열고 내년도 부처별 예산 삭감과 증액 심사를 시작한다.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현장. 예결위는 내일(17일)부터 소위를 열고 내년도 부처별 예산 삭감과 증액 심사를 시작한다.

외교부는 외화표시 예산 자체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외교부는 앞서 언급된 재외공관 운영 기본경비를 올해 1,639억 원에서 내년도 1,846억 원으로 11.4% 올렸습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대사관 청사·관저·직원 주택 임차료와 공공요금 등 반드시 지출이 필요한 항목이라면서, 대부분 미화(달러)로 편성되어 있고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경비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관에서 일하는 행정직원 인건비는 2,653억 원에서 2,839억 원으로 2.4% 올려 제출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일(17일)부터 소위원회를 열어 외교부를 비롯한 전 정부 부처 예산을 본격적으로 심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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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266억, 내년엔 1000억? 고환율에 외교부 환차손 ‘눈덩이’
    • 입력 2022-11-16 18:50:54
    취재K

외교부가 올들어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266억 원을 손해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율이 1,450원선까지 치솟던 시기보다는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손실이 큽니다. 내년엔 천억 원대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내부 전망도 나왔습니다.

외교부가 수백억 대 환손실을 본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입니다.

■ 야속한 고환율...3년 만에 대규모 환손실

외교부 살림의 약 40%는 외화, 즉 달러로 편성됩니다. 국제기구에 낼 분담금이나 공적개발원조(ODA), 해외 대사관에서 사용하는 비용 등입니다. 처음부터 달러를 비축해 놓는 것은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달러를 환전하는 방식입니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준 환율'은 매해 달라지는데, 올해 외교부 예산은 달러당 1,130원을 기준으로 편성됐습니다.

그러나 환율이 연초부터 치솟으면서, 9월엔 환차손 규모가 36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사업도 더 많은 돈을 주고 진행해야 합니다. 내년도 해외 188개 재외공관 기본 운영비는 올해보다 11.4% 오른 1,800억 원대로 책정됐는데, 실제론 예산이 깎인 것과 마찬가지란 게 외교부 설명입니다. 게다가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으로 해외 체류비가 상승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약속한 해외 인도적 지원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국제기구 분담금을 제외한 외교부의 ODA 예산은 올해 1조 2,618억 원인데, 환율 상승으로 실질 집행비용이 약 15~18% 가량 쪼그라들었습니다. 약속한 금액을 제때 못 내거나 사업 계획을 조정하는 등의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게다가 현 정부가 국제보건위기, 우크라이나 긴급구호 지원 등을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ODA 예산을 늘린 상황이어서 환율에 따른 사업 조정은 일부 불가피할 거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환차손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비용 지출을 줄이거나(긴축), 꼭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항목의 예산을 가져다 쓰는 겁니다(예산 전용).

외교부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해외 출장은 화상회의로 바꾸고, 출장을 가더라도 동행 직원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오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건강검진을 내년으로 미루고, 가스요금이 크게 오른 유럽 지역에선 난방비를 깎았습니다. 박진 장관은 9월 15일 모든 재외공관에 공문을 보내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해 4분기 공관 운영비가 부족하므로, 최대한 긴축 운영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해결이 안 되면,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예비비 신청 액수와 이유를 상세히 적어 제출하면 기재부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외교부에 환차손 예비비가 집행됐던 가장 최근 사례는 2012년으로, 당시 184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 외교부 "내년 환차손 천억 대 전망"…외평기금 편입·예산 증액 추진

이런 방법들은 환차손이 발생한 이후에 쓸 수 있는, '사후 대책'입니다. 외교부는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를 경우 내년도 환차손은 1,12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공관 운영비와 행정직원 인건비 등 외화표시 예산 일부를 '외국환 평형기금'에 편입하는 방안을 기재부와 협의 중입니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운영하는 기금으로, 원화와 외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외평기금에 편입되면 환율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데, 현재 외교부 예산 중에선 1조 원 규모 국제기구분담금이 외평기금에 담겨 있습니다.

오늘(1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외교부의 외국환평형기금 활용 가능성을 묻는 이철규 위원(국민의힘)의 질의에 "외평기금 환전제도를 포함해 살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결과는 이달 말쯤 윤곽이 드러날 예정입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현장. 예결위는 내일(17일)부터 소위를 열고 내년도 부처별 예산 삭감과 증액 심사를 시작한다.
외교부는 외화표시 예산 자체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외교부는 앞서 언급된 재외공관 운영 기본경비를 올해 1,639억 원에서 내년도 1,846억 원으로 11.4% 올렸습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대사관 청사·관저·직원 주택 임차료와 공공요금 등 반드시 지출이 필요한 항목이라면서, 대부분 미화(달러)로 편성되어 있고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경비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관에서 일하는 행정직원 인건비는 2,653억 원에서 2,839억 원으로 2.4% 올려 제출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일(17일)부터 소위원회를 열어 외교부를 비롯한 전 정부 부처 예산을 본격적으로 심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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