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에 이름이라도…” 백발 수능생들의 설레는 도전

입력 2022.11.16 (21:40) 수정 2022.11.1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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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능 전날 떨리기 보다, 시험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고3 학생들도 있습니다.

평균 나이 60대 늦깎이 수험생들을 정해주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우리 다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

돋보기를 쓴 학생들이 가득한 이곳.

만학도들의 배움터, '일성여고' 교실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선생님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더 쫑긋 세웁니다.

["수능 시험장에서도 평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최고령 응시자는 81세 이주용 할머니.

6남 5녀 중 여섯째였던 이 할머니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초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주용/수능 응시생/81세 : "우리 아들이 축구를 하는데 내가 총무를 못했어. 왜? 이걸 쓰질 못한 거야. 남들이 글씨를 쓰는 걸 보면요 그게 그냥 엄청나게 부러웠어."]

8년간 초·중·고 과정을 이수해낸 할머니에게 마지막 관문 '수능'은 그저 꿈만 같습니다.

[이주용/수능 응시생/81세 :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 가서 그냥 가만히 앉았다 이름이라도 한 자 쓰고 온다니깐."]

학업이 '꿈' 그 자체였던 이연승 씨도, 반 세기 만에 소원을 풀게 됐습니다.

[이연승/수능 응시생/68세 : "옛날엔 홍역에 바람들면 나을 길이 없다고 했어요. 아파버리니깐요. 중학교 도전할 수가 없었어요."]

수능을 몇 달 앞두고 팔 수술을 받게 됐을 때도, 몸 아픈 것보다 수업을 빠지는 게 더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이연승/수능 응시생/68세 : "대학병원에서 교수님한테 이러이러한데 결석을 덜하게끔 방학 동안으로 잡아가지고 수술을 해주세요..."]

마침내 손에 쥔 수험표.

고사장을 둘러보는 길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주용·김금봉/수능 응시생 : "지금 심장 두근두근하고 너무 좋아요. 너무 기분 좋아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요."]

올해 수능을 치르는 일성여고 학생은 71명.

배움은 그 자체로 기쁨이고 축복일 수 있음을, 이 만학도들의 표정이 보여줍니다.

["화이팅!"]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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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지에 이름이라도…” 백발 수능생들의 설레는 도전
    • 입력 2022-11-16 21:40:41
    • 수정2022-11-16 21: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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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능 전날 떨리기 보다, 시험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고3 학생들도 있습니다.

평균 나이 60대 늦깎이 수험생들을 정해주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우리 다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

돋보기를 쓴 학생들이 가득한 이곳.

만학도들의 배움터, '일성여고' 교실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선생님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더 쫑긋 세웁니다.

["수능 시험장에서도 평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최고령 응시자는 81세 이주용 할머니.

6남 5녀 중 여섯째였던 이 할머니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초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주용/수능 응시생/81세 : "우리 아들이 축구를 하는데 내가 총무를 못했어. 왜? 이걸 쓰질 못한 거야. 남들이 글씨를 쓰는 걸 보면요 그게 그냥 엄청나게 부러웠어."]

8년간 초·중·고 과정을 이수해낸 할머니에게 마지막 관문 '수능'은 그저 꿈만 같습니다.

[이주용/수능 응시생/81세 :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 가서 그냥 가만히 앉았다 이름이라도 한 자 쓰고 온다니깐."]

학업이 '꿈' 그 자체였던 이연승 씨도, 반 세기 만에 소원을 풀게 됐습니다.

[이연승/수능 응시생/68세 : "옛날엔 홍역에 바람들면 나을 길이 없다고 했어요. 아파버리니깐요. 중학교 도전할 수가 없었어요."]

수능을 몇 달 앞두고 팔 수술을 받게 됐을 때도, 몸 아픈 것보다 수업을 빠지는 게 더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이연승/수능 응시생/68세 : "대학병원에서 교수님한테 이러이러한데 결석을 덜하게끔 방학 동안으로 잡아가지고 수술을 해주세요..."]

마침내 손에 쥔 수험표.

고사장을 둘러보는 길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주용·김금봉/수능 응시생 : "지금 심장 두근두근하고 너무 좋아요. 너무 기분 좋아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요."]

올해 수능을 치르는 일성여고 학생은 71명.

배움은 그 자체로 기쁨이고 축복일 수 있음을, 이 만학도들의 표정이 보여줍니다.

["화이팅!"]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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