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마다 대형마트에선 ○○○ 가격이 오른다

입력 2022.1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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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인 오늘(17일),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릅니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까지 '유업계 빅3'가 한 팩 가격을 6.6%~9.6% 인상합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날 가격을 올려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52원 올랐고, 8월부터 예정됐던 원가 상승이라는 배경도 있습니다.


■ 신라면·초코파이·햇반도 목요일 인상

오히려 목요일에 맞춰 식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도 합니다. 농심의 라면 가격도 9월 15일, 목요일에 올랐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도 그렇습니다.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비비고 김치 가격이 오른 것도 하필 목요일이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목요일 가격 인상'은 대형마트가 2주 단위로 목요일에 판매가 조정을 하기 때문이라는 게 식품업계 설명입니다. 우유로 예를 들어볼까요. 원유 가격 인상이 결정된 게 이달 3일 목요일이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대형마트들이 판매가 조정을 했던 날이었고, 가장 빨리 적용될 수 있는 건 2주가 지난 오늘(17일)이었다고 우유회사들은 말합니다.

■ 목요일부터 몰려드는 쇼핑객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지만, 대형마트에겐 목요일입니다. 한 대형마트 통계에 따르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 비중은 3분의 2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대형마트들은 목요일에 할인 행사를 시작하고 전단지도 발행해 고객을 선점합니다. 더구나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둘째, 넷째 일요일(서울 기준)에 반드시 쉬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준비하는 고객들을 위해 금요일보다 하루 더 일찍 행사를 시작하는 것이죠.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행사를 월요일부터 하게 되면, 정작 물건들을 많이 팔아야 하는 목·금·
토엔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열을 가다듬는(?) 차원에서 목요일에 재고를 정리하고, 가격표도 다시 조정한다는 것이죠. 특정 요일에 맞춰 이런 작업을 하면 회계와 전산 처리에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소비자 거부감 줄이려는 포석?

목요일에 가격을 올린 상품들(흰 우유, 라면, 초코파이 등)은 대형마트 구매 비중이 비교적 높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흰 우유와 초코파이의 대형마트 구매 비중은 각각 31.7%와 26.9%로, 모든 유통채널 중 가장 높았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사는 고객들이 많으면, 식품회사 입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마트의 판매 정책에 따르게 되는 것이지요. 또 할인행사가 시작되는 날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저항감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 1일, 월요일 인상도 많아

물론 '목요일 가격 인상'이 대세는 아닙니다. 매달 첫날인 1일, 혹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식품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당연히 많습니다. 대상이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린 것도 지난달 1일이었습니다. 팔도는 같은 날(10월 1일)부터 라면 가격을 올렸지만, 오뚜기(10월 10일)와 삼양식품(11월 7일)은 월요일에 라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 대형마트 영향력, 언제까지?

식품회사들이 목요일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건 대형마트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5% 줄었습니다. 지난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매출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을 처음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편의점(15.9%)과 대형마트(14.6%)의 매출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식품업계에선 편의점 가격을 먼저 조정하고, 몇 달 뒤 대형마트 가격을 손보기도 합니다. 동원F&B는 다음달 1일부터 참치캔 '라이트스탠다드'의 대형마트 가격을 8.7% 올리기로 했는데, 동일 제품의 편의점 가격은 8월에 인상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유통구조가 더 복잡하고, 트렌드에 민감해 가격 반영이 더 탄력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문사진 : 신혜지,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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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요일마다 대형마트에선 ○○○ 가격이 오른다
    • 입력 2022-11-17 07:00:48
    취재K

목요일인 오늘(17일),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릅니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까지 '유업계 빅3'가 한 팩 가격을 6.6%~9.6% 인상합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날 가격을 올려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52원 올랐고, 8월부터 예정됐던 원가 상승이라는 배경도 있습니다.


■ 신라면·초코파이·햇반도 목요일 인상

오히려 목요일에 맞춰 식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도 합니다. 농심의 라면 가격도 9월 15일, 목요일에 올랐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도 그렇습니다.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비비고 김치 가격이 오른 것도 하필 목요일이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목요일 가격 인상'은 대형마트가 2주 단위로 목요일에 판매가 조정을 하기 때문이라는 게 식품업계 설명입니다. 우유로 예를 들어볼까요. 원유 가격 인상이 결정된 게 이달 3일 목요일이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대형마트들이 판매가 조정을 했던 날이었고, 가장 빨리 적용될 수 있는 건 2주가 지난 오늘(17일)이었다고 우유회사들은 말합니다.

■ 목요일부터 몰려드는 쇼핑객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지만, 대형마트에겐 목요일입니다. 한 대형마트 통계에 따르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 비중은 3분의 2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대형마트들은 목요일에 할인 행사를 시작하고 전단지도 발행해 고객을 선점합니다. 더구나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둘째, 넷째 일요일(서울 기준)에 반드시 쉬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준비하는 고객들을 위해 금요일보다 하루 더 일찍 행사를 시작하는 것이죠.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행사를 월요일부터 하게 되면, 정작 물건들을 많이 팔아야 하는 목·금·
토엔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열을 가다듬는(?) 차원에서 목요일에 재고를 정리하고, 가격표도 다시 조정한다는 것이죠. 특정 요일에 맞춰 이런 작업을 하면 회계와 전산 처리에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소비자 거부감 줄이려는 포석?

목요일에 가격을 올린 상품들(흰 우유, 라면, 초코파이 등)은 대형마트 구매 비중이 비교적 높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흰 우유와 초코파이의 대형마트 구매 비중은 각각 31.7%와 26.9%로, 모든 유통채널 중 가장 높았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사는 고객들이 많으면, 식품회사 입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마트의 판매 정책에 따르게 되는 것이지요. 또 할인행사가 시작되는 날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저항감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 1일, 월요일 인상도 많아

물론 '목요일 가격 인상'이 대세는 아닙니다. 매달 첫날인 1일, 혹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식품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당연히 많습니다. 대상이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린 것도 지난달 1일이었습니다. 팔도는 같은 날(10월 1일)부터 라면 가격을 올렸지만, 오뚜기(10월 10일)와 삼양식품(11월 7일)은 월요일에 라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 대형마트 영향력, 언제까지?

식품회사들이 목요일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건 대형마트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5% 줄었습니다. 지난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매출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을 처음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편의점(15.9%)과 대형마트(14.6%)의 매출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식품업계에선 편의점 가격을 먼저 조정하고, 몇 달 뒤 대형마트 가격을 손보기도 합니다. 동원F&B는 다음달 1일부터 참치캔 '라이트스탠다드'의 대형마트 가격을 8.7% 올리기로 했는데, 동일 제품의 편의점 가격은 8월에 인상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유통구조가 더 복잡하고, 트렌드에 민감해 가격 반영이 더 탄력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문사진 : 신혜지,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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