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후원하시라”…강남 중학교 교사의 ‘은밀한’ 촌지 요구?

입력 2022.11.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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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수십 년 전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2001년 개봉)의 한 대사입니다. '체벌'이란 명목의 폭력은 일상이었고, 교사에게 주는 촌지 역시 묵인되던 시절, 학생 집안 배경이 곧 '사랑의 척도'라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교사들에게 스승의 날 선물조차 줄 수 없습니다.

■교사가 '기관 후원금' 100만 원 요구…계좌번호까지

이런 와중에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사를 고발했습니다. 학부모에게 100만 원을 받았단 이유에서입니다.

사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A 씨는 상담을 위해 이 학교 학생 상담부장 B 교사를 찾았습니다. 평소 학교에 나오는 걸 싫어하는 아들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A 씨는 B 교사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습니다. 자녀를 민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에 방과 후 교육을 맡기고, 이 기관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A 씨가 후원 방법을 묻자, B 교사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그렇게 학부모의 돈 100만 원이 B 교사 계좌에 입금됐습니다.

그로부터 6일 뒤 B 씨는 갑작스레 1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고, 동시에 A 씨는 이 돈이 '촌지'였을 수 있다고 생각해 교장에게 알렸습니다.


■사실 알고도 묵인한 학교?…교육청, 징계위 회부

학교 측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이 사실을 안 교장은 B 교사를 불러 학부모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100만 원을 다시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교육청이나 수사기관에 별다른 신고 등은 하지 않은 겁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들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금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소속기관장은 소속 공직자가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합니다.

결국 A 씨가 교육청에 신고하고 나서야 감사가 시작됐고, 4개월이 넘는 조사 끝에 최근 교육청은 징계위에 B 교사를 넘기기로 했습니다.

교육청은 교사가 학부모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B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다른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은 건 없는지도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청은 교장에 대해서도 징계위 회부를 결정했습니다. 신고를 바로 하지 않는 등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 교사 "억울하다…30년 공직 생활 부정당하는 기분"

교육청 판단에 B 교사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을 추천하는 과정이었고, 자신이 중간에서 후원금을 전달하려 했을 뿐이란 입장입니다.

B 교사는 "돈을 건네받은 즉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해 돌려주려고 했다"며 "기부금을 주려고 했던 기관과도 자신은 연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징계위가 열리면, 자신의 억울한 점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며 "30년 공직 생활 동안 이런 억울한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교장은 "아직 징계위 등 절차가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교사가 요구한 그 돈은, 교사의 주장처럼 학생을 위한 선의의 '후원금'이었을까요? 아니면 부모의 의심처럼 부당한 '촌지'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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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만 원 후원하시라”…강남 중학교 교사의 ‘은밀한’ 촌지 요구?
    • 입력 2022-11-17 11:54:25
    취재K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수십 년 전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2001년 개봉)의 한 대사입니다. '체벌'이란 명목의 폭력은 일상이었고, 교사에게 주는 촌지 역시 묵인되던 시절, 학생 집안 배경이 곧 '사랑의 척도'라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교사들에게 스승의 날 선물조차 줄 수 없습니다.

■교사가 '기관 후원금' 100만 원 요구…계좌번호까지

이런 와중에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사를 고발했습니다. 학부모에게 100만 원을 받았단 이유에서입니다.

사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A 씨는 상담을 위해 이 학교 학생 상담부장 B 교사를 찾았습니다. 평소 학교에 나오는 걸 싫어하는 아들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A 씨는 B 교사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습니다. 자녀를 민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에 방과 후 교육을 맡기고, 이 기관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A 씨가 후원 방법을 묻자, B 교사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그렇게 학부모의 돈 100만 원이 B 교사 계좌에 입금됐습니다.

그로부터 6일 뒤 B 씨는 갑작스레 1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고, 동시에 A 씨는 이 돈이 '촌지'였을 수 있다고 생각해 교장에게 알렸습니다.


■사실 알고도 묵인한 학교?…교육청, 징계위 회부

학교 측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이 사실을 안 교장은 B 교사를 불러 학부모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100만 원을 다시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교육청이나 수사기관에 별다른 신고 등은 하지 않은 겁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들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금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소속기관장은 소속 공직자가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합니다.

결국 A 씨가 교육청에 신고하고 나서야 감사가 시작됐고, 4개월이 넘는 조사 끝에 최근 교육청은 징계위에 B 교사를 넘기기로 했습니다.

교육청은 교사가 학부모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B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다른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은 건 없는지도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청은 교장에 대해서도 징계위 회부를 결정했습니다. 신고를 바로 하지 않는 등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 교사 "억울하다…30년 공직 생활 부정당하는 기분"

교육청 판단에 B 교사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을 추천하는 과정이었고, 자신이 중간에서 후원금을 전달하려 했을 뿐이란 입장입니다.

B 교사는 "돈을 건네받은 즉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해 돌려주려고 했다"며 "기부금을 주려고 했던 기관과도 자신은 연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징계위가 열리면, 자신의 억울한 점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며 "30년 공직 생활 동안 이런 억울한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교장은 "아직 징계위 등 절차가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교사가 요구한 그 돈은, 교사의 주장처럼 학생을 위한 선의의 '후원금'이었을까요? 아니면 부모의 의심처럼 부당한 '촌지'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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