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이춘재에 희생된 초등생…‘경찰 은폐’ 국가 과실 인정

입력 2022.11.18 (07:50) 수정 2022.11.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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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여 년 전 경기도 화성시에서 실종됐던 초등학생이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살해당했단 사실, 3년 전 재수사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초동수사 당시 형사들이 증거를 은폐했던 사실도 밝혀졌는데, 어제 법원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보도에 석민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학교에 갔다 돌아오지 않은 딸.

'단순 가출'이라는 경찰의 말을, 부모는 30년 동안 믿어왔습니다.

그러던 2019년, '화성연쇄살인'의 진범 이춘재가 나타나고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출이 아닌 '피살' 사건이었음이 비로소 밝혀졌습니다.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은 유해와 유품까지 발견하고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형사 두 명이 그렇게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고 사건 현장을 찾은 아버지는 딸에게 꽃을 바치면서도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습니다.

[고 김용복 씨/피해자 아버지/2020년 7월 : "죽인 놈은 죽였지만, 은폐한 놈이 더 그거 한 것 같아요.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왜 그랬는가?"]

하지만 증거를 은폐한 형사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면했습니다.

유족은 2020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이 피해자로 보이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숨겼다"면서, "피살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처리한 건 조직적 은폐와 조작"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또 경찰의 이같은 행위가 유족의 '애도할 권리'와 '알 권리'를 침해했다면서, 국가가 2억 2천 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현민/피해자 오빠 :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해도 우선 그 사람들(담당 형사)이 진실을 얘기하고 사죄를 했으면…."]

이 판결을 피해자 부모는 끝내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소송 직후인 2020년 9월 모친이 돌연 세상을 떠났고, 2년 뒤인 올해 9월에는 부친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1심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이정도/피해자 가족 측 변호인 : "어머님 아버님의 이런 사망이 결코 당시 수사관들의 어떤 위법 행위로 인한 그 충격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KBS 뉴스 석민수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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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년 전 이춘재에 희생된 초등생…‘경찰 은폐’ 국가 과실 인정
    • 입력 2022-11-18 07:50:30
    • 수정2022-11-18 07: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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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여 년 전 경기도 화성시에서 실종됐던 초등학생이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살해당했단 사실, 3년 전 재수사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초동수사 당시 형사들이 증거를 은폐했던 사실도 밝혀졌는데, 어제 법원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보도에 석민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학교에 갔다 돌아오지 않은 딸.

'단순 가출'이라는 경찰의 말을, 부모는 30년 동안 믿어왔습니다.

그러던 2019년, '화성연쇄살인'의 진범 이춘재가 나타나고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출이 아닌 '피살' 사건이었음이 비로소 밝혀졌습니다.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은 유해와 유품까지 발견하고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형사 두 명이 그렇게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고 사건 현장을 찾은 아버지는 딸에게 꽃을 바치면서도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습니다.

[고 김용복 씨/피해자 아버지/2020년 7월 : "죽인 놈은 죽였지만, 은폐한 놈이 더 그거 한 것 같아요.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왜 그랬는가?"]

하지만 증거를 은폐한 형사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면했습니다.

유족은 2020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이 피해자로 보이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숨겼다"면서, "피살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처리한 건 조직적 은폐와 조작"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또 경찰의 이같은 행위가 유족의 '애도할 권리'와 '알 권리'를 침해했다면서, 국가가 2억 2천 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현민/피해자 오빠 :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해도 우선 그 사람들(담당 형사)이 진실을 얘기하고 사죄를 했으면…."]

이 판결을 피해자 부모는 끝내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소송 직후인 2020년 9월 모친이 돌연 세상을 떠났고, 2년 뒤인 올해 9월에는 부친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1심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이정도/피해자 가족 측 변호인 : "어머님 아버님의 이런 사망이 결코 당시 수사관들의 어떤 위법 행위로 인한 그 충격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KBS 뉴스 석민수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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