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따라 해외 여행?”…서울항 조성, 실효성 있나?

입력 2022.11.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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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서울항 개념도’. 서울시는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의 물길을 연결하는 ‘서해 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서울항 개념도’. 서울시는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의 물길을 연결하는 ‘서해 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 10여 년 만 재추진 '서해 뱃길 사업'…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 조성

"다들 여행 가면 유람선 타고 싶잖아요? 안 그래도 우리나라만 이렇게 넓은 강을 관광이나 교통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살펴보겠습니다." - 네티즌 A씨

"강폭(江幅)이나 수심(水深) 등에서 문제가 없나? 가뭄 시기에 '안전 수심'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해외도 인천에서 가면 될 걸, 한강에서 배 타고 가면 답답해서 못 다닐 것 같은데요?" - 네티즌 B씨

- 지난 11~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항 조성 사업' 관련 네티즌들의 댓글 재구성

지난 14일 서울시가 '한강 물길을 열어 서울을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른바 '세계로 향하는 서해 뱃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해 뱃길 사업은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재선(再選) 당시 역점 정책으로 추진하다 중단된 '한강 르네상스' 공약의 골자로, 지금 '시즌 2'라는 이름 아래 1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업 목표는 '한강을 관광 자원화해 국내외를 오가는 수상 여행 코스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한강 서북쪽 방면(마포대교~행주대교) 물길''경인 아라뱃길(서울 강서구~인천 서구)'과 연결, 서해(인천항)로 이어지는 '원 코스 뱃길'을 열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10년 당시 '지방관리무역항(주로 외항선이 입·출항하는 항만)'으로 지정된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서울항이 만들어지면 '수상 관광 및 여객 운송 활성화'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이용 수요에 의문을 제기하고, 뱃길 운항(運航)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합니다. 상기(上記)한 네티즌들 의견처럼 시민 여론도 찬반이 갈리는 상황인데요. 서해 뱃길 사업의 교두보인 '서울항 조성'의 실효성을 따져봤습니다.

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서해 뱃길 사업’ 물길을 표시한 지도. 서울시는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을 연결, 인천항까지 이어지는 ‘서해 뱃길’ 조성 사업으로 수상 관광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서해 뱃길 사업’ 물길을 표시한 지도. 서울시는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을 연결, 인천항까지 이어지는 ‘서해 뱃길’ 조성 사업으로 수상 관광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 오세훈 "관광객 수송에 상당한 효과"…2026년 개항 목표로 추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14일 발표한 '서해 뱃길 사업' 보도자료에서 "사업 추진 1단계로 2023년부터 한강(15㎞)~경인 아라뱃길(18㎞) 유람선을 정기 운항하고 2단계로 타당성 조사를 거쳐 '서울항'을 조성한다"며 "내년 기본 계획 수립 후 설계·공사를 거쳐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지난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서울항 조성 사업의 기본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비' 명목으로 6억 원을 포함시켰습니다.

여의도 내 서울항이 조성되는 장소는 지난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육상항만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85-6(3,540㎡·1개 필지)'번지입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부근으로 현재 '여의나루역 수상택시 승강장' 등이 마련돼 있는데요.

서울시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조성하는 서울항의 부지.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라 육상항만구역으로 지정된 장소다. (사진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서울시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조성하는 서울항의 부지.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라 육상항만구역으로 지정된 장소다. (사진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서해 뱃길을 통한 수상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울항 같은 '서울 내 항구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은 작년 6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출석, 서해 뱃길 사업 관련 질의에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나, 김포공항처럼 중국 관광객이 여권 수속을 밟고 서울 시내로 들어올 수 있는 시설이 여의도나 용산 같은 데 마련된다면 관광객 수송에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 [쟁점 ①] "여의도서 배 타고 제주도에 중국까지"…'여객 수요' 있을까?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항 조성' 사업의 1차 기대 효과는 '관광 시장 촉진'입니다. 인천과 여의도를 오가는 서해 뱃길을 따라 '크루즈(Cruise·유람선을 타고 하는 여행, 또는 그런 여행을 하는 배) 관광'을 즐기기 위해, 국내외 여행객들이 서울항을 활발히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차 기대 효과는 '여객 운송 활성화'입니다. 서울시는 자료에서 "서울항이 조성되면 여수, 제주도 등 국내선 항만 기능을 우선 수행하고, 향후 해양 관광 수요를 바탕으로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 기능을 도입해 중국 등 동북아를 연결하는 국제항으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서울항 개항 시 크루즈 관광은 늘어날지 몰라도, 국제항으로서의 여객 운송 기능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차·비행기 등 대체 교통 수단이 많은 만큼, 여객 효과는 신중하게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서울항 조성을 통한 여객 사업의 경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기보다는 한정된 기존 수요를 서울과 인천 등이 나눠 먹어야 하는 경쟁 구도가 될 수 있다"며 "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수요가 창출되겠지만, 배가 항공과 어떻게 경쟁이 되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시 측은 '관련 조사를 진행, 사업 추진 시 수요 결과를 검토할 것'이라며 '접근성이 좋은 여의도에 여객항이 만들어지는 만큼, 여객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출항한 유람선 ‘한강 아라호’의 3층 테라스에, 관광객들이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출항한 유람선 ‘한강 아라호’의 3층 테라스에, 관광객들이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여객 수요에 대한 답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입장 (발표 자료 및 관계자 설명 종합)

"서울항은 서울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의도에 조성됩니다. 인천까지 가는 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텐데, 보다 가까운 '여의도에서 출발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여객 수요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 진행될 타당성 조사에 '여객 수요 조사'도 포함돼 있는 만큼,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 [쟁점 ②] 크루즈 등 대형 유람선, '서해와 한강' 오갈 수 있나?

서울항 조성 사업의 현실적 목표가 '여객 운송'보다는 '수상 관광' 활성화에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어떤 종류의 선박을 어떻게 운행해, 서해 뱃길을 안전하게 통행할 것인가'입니다. 단적인 예로, '바다를 떠다니던 크루즈 등 대형 유람선이 인천항을 거쳐 아라뱃길을 통과해 한강까지 와서 서울항에 정박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앞서 한 네티즌이 '강폭과 수심의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하천과 바다를 넘나들 수 있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제원(諸元) 기준을 마련하고, 서해 뱃길로 진입할 때 대형 크루즈에서 한강 유람선으로 갈아타는 일종의 '선박 환승'을 통해 운항 시 통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이른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예상 제원 그래픽. 서울시는 현재 장차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이 조성될 경우, ‘한강-경인 아라뱃길-인천 서해’ 구간을 운항할 수 있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제원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이른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예상 제원 그래픽. 서울시는 현재 장차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이 조성될 경우, ‘한강-경인 아라뱃길-인천 서해’ 구간을 운항할 수 있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제원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선박 통행에 대한 답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입장 (발표 자료 및 관계자 설명 종합)

"한강에서 서해를 거쳐 중국 청도·상해 등 국내외 관광지를 안전하게 직접 오갈 수 있는 선박을 민간에서 건조(建造)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한강 맞춤형 선박의 예상 제원은 선폭 20m 이내, 수면에서 높이 10m 이내, 흘수(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 4.5m 이내, 길이 130m 이내의 크기로 약 5,000톤 규모입니다. 또한 5~10만 톤쯤 되는 큰 규모의 크루즈는 당연히 뱃길로 들어올 수가 없으니까, 지금 아라뱃길과 한강을 다니고 있는 유람선 또는 여객선을 통해 이동을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러한 방법은 아직 구상 단계일 뿐이고, 저희는 '맞춤형 선박'을 이용한 통행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윤석 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는 "한강은 태풍·홍수 등으로 수위가 많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 선박이 안전하게 가동·계류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항만 조성 등 초기 시설 투자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 [쟁점 ③] 선박 오가면 '한강 생태계' 영향 없을까?

서울항 조성으로 서해 뱃길이 열리면 국내외 관광 목적으로 선박들이 드나들 텐데, 한강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일 발표한 '서울항 조성 사업 반대' 성명서에서 "한강을 뱃길로 만들어 가는 방향은 이와(환경 보전과) 정반대의 길이다. 큰 배들이 오가면서 미치는 생태계의 악영향과 수질 오염 문제는 경인 아라뱃길만 보더라도 충분히 확인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한강을 국제 여객 항로로 만들려면 준설(浚渫·물의 깊이를 깊게 해 배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하천이나 항만 등의 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일)을 엄청 깊게 해야 한다"며 "생태계 교란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환경 오염' 지적에 서울시 측은 '관련 조사를 통해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증할 것'이라며 '거대한 토목(土木) 공사가 아니라, 이미 잘 마련돼 있는 수상 자원을 활용하자는 취지의 사업으로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김포 터미널 부근에서 바라본 경인 아라뱃길 연결 지점. 한강 서북쪽 구역에서 경인 아라뱃길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사진 출처=KBS)지난 6월, 김포 터미널 부근에서 바라본 경인 아라뱃길 연결 지점. 한강 서북쪽 구역에서 경인 아라뱃길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사진 출처=KBS)

[환경 영향에 대한 답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입장 (발표 자료 및 관계자 설명 종합)

"내년에 사업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 다음, 사업 계획 수립 시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조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유람선 왕래 시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입니다. 서해 뱃길 사업을 '토목 사업'으로 오해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추진 초기인 10여 년 전에는 지리·환경적 문제가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배가 강을 따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기존에 갖춰진 수상 자원을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게끔 잘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천중 용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화이트 워터(수로(水路)·선박이 항행할 수 있는 수면)'에서 선박을 운항할 때는 환경 오염이 확실히 문제가 된다"며 "당국에서 사업 추진 초기부터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다각도로 사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한강이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선박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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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따라 해외 여행?”…서울항 조성, 실효성 있나?
    • 입력 2022-11-19 09:01:59
    취재K
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서울항 개념도’. 서울시는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의 물길을 연결하는 ‘서해 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 10여 년 만 재추진 '서해 뱃길 사업'…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 조성

"다들 여행 가면 유람선 타고 싶잖아요? 안 그래도 우리나라만 이렇게 넓은 강을 관광이나 교통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살펴보겠습니다." - 네티즌 A씨

"강폭(江幅)이나 수심(水深) 등에서 문제가 없나? 가뭄 시기에 '안전 수심'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해외도 인천에서 가면 될 걸, 한강에서 배 타고 가면 답답해서 못 다닐 것 같은데요?" - 네티즌 B씨

- 지난 11~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항 조성 사업' 관련 네티즌들의 댓글 재구성

지난 14일 서울시가 '한강 물길을 열어 서울을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른바 '세계로 향하는 서해 뱃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해 뱃길 사업은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재선(再選) 당시 역점 정책으로 추진하다 중단된 '한강 르네상스' 공약의 골자로, 지금 '시즌 2'라는 이름 아래 1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업 목표는 '한강을 관광 자원화해 국내외를 오가는 수상 여행 코스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한강 서북쪽 방면(마포대교~행주대교) 물길''경인 아라뱃길(서울 강서구~인천 서구)'과 연결, 서해(인천항)로 이어지는 '원 코스 뱃길'을 열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10년 당시 '지방관리무역항(주로 외항선이 입·출항하는 항만)'으로 지정된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서울항이 만들어지면 '수상 관광 및 여객 운송 활성화'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이용 수요에 의문을 제기하고, 뱃길 운항(運航)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합니다. 상기(上記)한 네티즌들 의견처럼 시민 여론도 찬반이 갈리는 상황인데요. 서해 뱃길 사업의 교두보인 '서울항 조성'의 실효성을 따져봤습니다.

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서해 뱃길 사업’ 물길을 표시한 지도. 서울시는 한강과 경인 아라뱃길을 연결, 인천항까지 이어지는 ‘서해 뱃길’ 조성 사업으로 수상 관광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 오세훈 "관광객 수송에 상당한 효과"…2026년 개항 목표로 추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14일 발표한 '서해 뱃길 사업' 보도자료에서 "사업 추진 1단계로 2023년부터 한강(15㎞)~경인 아라뱃길(18㎞) 유람선을 정기 운항하고 2단계로 타당성 조사를 거쳐 '서울항'을 조성한다"며 "내년 기본 계획 수립 후 설계·공사를 거쳐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지난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서울항 조성 사업의 기본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비' 명목으로 6억 원을 포함시켰습니다.

여의도 내 서울항이 조성되는 장소는 지난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육상항만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85-6(3,540㎡·1개 필지)'번지입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부근으로 현재 '여의나루역 수상택시 승강장' 등이 마련돼 있는데요.

서울시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조성하는 서울항의 부지.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라 육상항만구역으로 지정된 장소다. (사진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서해 뱃길을 통한 수상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울항 같은 '서울 내 항구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은 작년 6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출석, 서해 뱃길 사업 관련 질의에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나, 김포공항처럼 중국 관광객이 여권 수속을 밟고 서울 시내로 들어올 수 있는 시설이 여의도나 용산 같은 데 마련된다면 관광객 수송에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 [쟁점 ①] "여의도서 배 타고 제주도에 중국까지"…'여객 수요' 있을까?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항 조성' 사업의 1차 기대 효과는 '관광 시장 촉진'입니다. 인천과 여의도를 오가는 서해 뱃길을 따라 '크루즈(Cruise·유람선을 타고 하는 여행, 또는 그런 여행을 하는 배) 관광'을 즐기기 위해, 국내외 여행객들이 서울항을 활발히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차 기대 효과는 '여객 운송 활성화'입니다. 서울시는 자료에서 "서울항이 조성되면 여수, 제주도 등 국내선 항만 기능을 우선 수행하고, 향후 해양 관광 수요를 바탕으로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 기능을 도입해 중국 등 동북아를 연결하는 국제항으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서울항 개항 시 크루즈 관광은 늘어날지 몰라도, 국제항으로서의 여객 운송 기능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차·비행기 등 대체 교통 수단이 많은 만큼, 여객 효과는 신중하게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서울항 조성을 통한 여객 사업의 경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기보다는 한정된 기존 수요를 서울과 인천 등이 나눠 먹어야 하는 경쟁 구도가 될 수 있다"며 "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수요가 창출되겠지만, 배가 항공과 어떻게 경쟁이 되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시 측은 '관련 조사를 진행, 사업 추진 시 수요 결과를 검토할 것'이라며 '접근성이 좋은 여의도에 여객항이 만들어지는 만큼, 여객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출항한 유람선 ‘한강 아라호’의 3층 테라스에, 관광객들이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여객 수요에 대한 답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입장 (발표 자료 및 관계자 설명 종합)

"서울항은 서울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의도에 조성됩니다. 인천까지 가는 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텐데, 보다 가까운 '여의도에서 출발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여객 수요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 진행될 타당성 조사에 '여객 수요 조사'도 포함돼 있는 만큼,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 [쟁점 ②] 크루즈 등 대형 유람선, '서해와 한강' 오갈 수 있나?

서울항 조성 사업의 현실적 목표가 '여객 운송'보다는 '수상 관광' 활성화에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어떤 종류의 선박을 어떻게 운행해, 서해 뱃길을 안전하게 통행할 것인가'입니다. 단적인 예로, '바다를 떠다니던 크루즈 등 대형 유람선이 인천항을 거쳐 아라뱃길을 통과해 한강까지 와서 서울항에 정박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앞서 한 네티즌이 '강폭과 수심의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하천과 바다를 넘나들 수 있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제원(諸元) 기준을 마련하고, 서해 뱃길로 진입할 때 대형 크루즈에서 한강 유람선으로 갈아타는 일종의 '선박 환승'을 통해 운항 시 통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이른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예상 제원 그래픽. 서울시는 현재 장차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이 조성될 경우, ‘한강-경인 아라뱃길-인천 서해’ 구간을 운항할 수 있는 ‘한강 맞춤형 선박’의 제원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 출처=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선박 통행에 대한 답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입장 (발표 자료 및 관계자 설명 종합)

"한강에서 서해를 거쳐 중국 청도·상해 등 국내외 관광지를 안전하게 직접 오갈 수 있는 선박을 민간에서 건조(建造)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한강 맞춤형 선박의 예상 제원은 선폭 20m 이내, 수면에서 높이 10m 이내, 흘수(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 4.5m 이내, 길이 130m 이내의 크기로 약 5,000톤 규모입니다. 또한 5~10만 톤쯤 되는 큰 규모의 크루즈는 당연히 뱃길로 들어올 수가 없으니까, 지금 아라뱃길과 한강을 다니고 있는 유람선 또는 여객선을 통해 이동을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러한 방법은 아직 구상 단계일 뿐이고, 저희는 '맞춤형 선박'을 이용한 통행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윤석 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는 "한강은 태풍·홍수 등으로 수위가 많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 선박이 안전하게 가동·계류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항만 조성 등 초기 시설 투자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 [쟁점 ③] 선박 오가면 '한강 생태계' 영향 없을까?

서울항 조성으로 서해 뱃길이 열리면 국내외 관광 목적으로 선박들이 드나들 텐데, 한강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일 발표한 '서울항 조성 사업 반대' 성명서에서 "한강을 뱃길로 만들어 가는 방향은 이와(환경 보전과) 정반대의 길이다. 큰 배들이 오가면서 미치는 생태계의 악영향과 수질 오염 문제는 경인 아라뱃길만 보더라도 충분히 확인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한강을 국제 여객 항로로 만들려면 준설(浚渫·물의 깊이를 깊게 해 배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하천이나 항만 등의 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일)을 엄청 깊게 해야 한다"며 "생태계 교란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환경 오염' 지적에 서울시 측은 '관련 조사를 통해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증할 것'이라며 '거대한 토목(土木) 공사가 아니라, 이미 잘 마련돼 있는 수상 자원을 활용하자는 취지의 사업으로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김포 터미널 부근에서 바라본 경인 아라뱃길 연결 지점. 한강 서북쪽 구역에서 경인 아라뱃길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사진 출처=KBS)
[환경 영향에 대한 답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 입장 (발표 자료 및 관계자 설명 종합)

"내년에 사업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 다음, 사업 계획 수립 시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조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유람선 왕래 시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입니다. 서해 뱃길 사업을 '토목 사업'으로 오해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추진 초기인 10여 년 전에는 지리·환경적 문제가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배가 강을 따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기존에 갖춰진 수상 자원을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게끔 잘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천중 용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화이트 워터(수로(水路)·선박이 항행할 수 있는 수면)'에서 선박을 운항할 때는 환경 오염이 확실히 문제가 된다"며 "당국에서 사업 추진 초기부터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다각도로 사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한강이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선박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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