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등장한 ‘눈물’…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

입력 2022.11.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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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분양 기사에 다시 등장한 '눈물'

최근 늘어나는 미분양 속에 언론사에서 '눈물'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분양 늦출수록 더 손해... 눈물의 밀어내기', '건설업계, 경쟁률 반토막에도 눈물의 밀어내기 분양, ' 눈물의 인천..검단 8억 아파트 분양권 반토막', '"아파트 분양시 3000만 원 드려요"… 눈물의 미분양 털어내기', 대체로 이런 기사죠.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발생했던 미분양 사태 당시 기사에 나왔던 '눈물' 표현은 주로 '눈물의 반값 세일' 같은 할인 분양, 떨이 분양에 쓰였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2008년 3월 '건설사 미분양아파트 눈물의 땡처리', 6월 '제살깎는 눈물의 마케팅', 10월 '대한민국은 지금 눈물의 땡처리 중', 2009년 4월 '건설사들 눈물의 미분양 털기', 2012년 9월 '미분양 아파트 눈물의 세일'...등 너무 많습니다. 당시 기사에 아래처럼 아예 표로 만들어서 할인분양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2년 당시 미분양 할인 기사 中 표2012년 당시 미분양 할인 기사 中 표

2007년~2013년까지 이어졌던 대규모 미분양 사태 때에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무리 지어 다니며 영업한다는 이른바 '벌떼' 영업이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땡처리를 위한 갖은 방법이 등장했던 겁니다.

보니까 2008년 금융위기 전후와 지금과는 느낌이 좀 다르죠. '눈물의 세일'이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눈물의 밀어내기 분양' 중이라는 겁니다 . 중도금 무이자나 현금 지원 같은 각종 혜택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당시와 같은 대대적 할인 분양 분위기는 아닙니다.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내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분양에 나선 겁니다. 지금은 본격적인 미분양 사태의 전 단계인 셈입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분양예정 아파트는 전국 89곳에 모두 6만 1천여 가구로 2015년 이후 같은 달 대비 가장 많은 분양 물량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분양 물량으로 건설사들이 얼마나 앞으로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밀어내기로 분양을 쏟아붓고 있는 거죠.

■ 미분양 어떻길래?…"단기간 폭증 우려"

국토부 9월 주택통계를 보면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 1604가구로 전달보다 27% 늘었습니다. 특히 수도권은 7813가구로 56%나 급증했습니다. 이같은 급증세 속에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금의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때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노랑색 막대 그래프가 수도권 미분양입니다.(미분양 가구 수는 우측 세로축 기준) 2008년 당시엔 수도권에만 2만 가구 이상의 미분양이 적체됐지만, 올해 9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7813가구이니까 지금은 오히려 2007년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던 시기와 비슷합니다.

이 그래프만 보고 현 상황이 안전하다고 예단해선 안 됩니다. 2007~2008년 당시에도 아주 단기간에 미분양 가구 수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현재와 비슷한 때는 2007년 9월, 이후 위험수치인 2만 가구를 넘어선 때는 2008년 1월입니다. 불과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현재 숫자만 보고 상황을 안이하게 봐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 2008년 미분양 사태 때에도 '부동산PF' 뇌관

2007·2008년 미분양 폭증 초기 때 공통점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분양에 따른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2005년~2007년 부동산 호황에 집값 상승과 함께 PF대출이 늘었고 2008년 미분양 폭증와 부동산PF 부실, 집값 하락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미분양 증가→시행사 부도→시공사 부도→부동산PF대출 부실→금융 위기로 연결되는 우려감이 팽배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기사 제목을 잠깐 볼까요? 2007년 9월 '금융연구원 "부동산PF 부실우려 잠재워야"', '부동산 PF대출 발 금융위기설 확산', 2008년 3월 '승승장구하던 부동산 PF 추락', 8월 '제2금융권 부동산PF 부실 적신호', 11월 'KDI "부동산PF 부실 금융기관 구조조정 필요"...마치 요즘 기사 제목을 보는 느낌입니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폭발했지만 이미 4년 전인 2007년 미분양이 증가할 때부터 건설업계와 금융권은 이런 부동산PF 부실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2007년~ 2013년 부동산 PF 부실이 커져가던 기간에 정확히 미분양 아파트도 증가했고 주택가격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건설사 연쇄부도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진 뒤 PF 부실이 점차 해소되면서 미분양도 줄기 시작했습니다. 미분양 위기감이 시작된 지 6년만인 2013년에 미분양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수도권 매매가격지수(붉은 색 선)도 회복되기 시작한 것을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다는 건 미분양 아파트가 충분히 싸졌든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든 신호가 나타났던 거죠. 미분양과 주택가격은 반대방향으로 한쌍의 연결고리인 겁니다.

이번에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부동산 호황이 금리인상과 함께 빠르게 무너지면서 미분양이 늘기 시작했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건설사 스스로 내년 미분양 증가 상황을 우려할 만큼 내년도 미분양 증가는 분명해 보입니다.

■ 정부 대책은 효과 있을까?

그렇다면 정부 대책은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지난 2008년 미분양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기 넉 달 전인 2007년 9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9만 7천여 가구였습니다. 2007년 9월 당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대책 TF를 구성하고 미분양 아파트의 정부 임대주택 매입과 민간매입 임대사업 유도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폭증하는 미분양 아파트 숫자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잡기엔 건설사들이 너무 빠른 시간에 부동산PF를 일으켰고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거죠.

이 같은 과거 미분양 사태를 이미 알고 있는 정부는 그래서 더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정부는 미분양에 휘청이는 건설업체들을 위해 5조 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건설업체 부도 이전에 선제적 대응이라는 일부 평가가 있지만, 선제적 대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07년 9월 당시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나왔을 때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 지금이 절반 수준이지만,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게다가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07년 9월 정부대책 발표 시 69.9조 원, 2007년 12월 70.5조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가 112.2조 원으로 60%나 더 많습니다. 최근엔 은행이 아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체력이 약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PF 대출과 보증을 많이 서줬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달 24일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집값 하락과 미분양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대책이 미분양 부동산PF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위험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동안 대출 비중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한 부실 기업들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 할인 분양 증가하면 본격 위기

밀어내기 분양, 준공 후 미분양 증가를 거쳐 할인 분양까지 급증하면 그 때가 본격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이란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도 분양이 안됐다는 거니까 요즘같은 부동산 침체기 때는 건설사들의 속을 태우는 애물단지인 거죠. 9월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7189가구로 최근 몇년 새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304가구로 전달보다 25.1%, 지난해 말보다 2.2배 늘었습니다. 위기감이 커졌던 2018년, 2019년보다는 줄어든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저점을 찍고 부동산 침체기에 다시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할인분양의 경우 대구나 수도권에서 일부 할인 분양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 숫자는 아직 적습니다. 부동산PF 위기감 속에 건설사들이 굳이 할인 분양까지 한다는 건 미분양이 도저히 해소 안 돼 값을 깎아서라도 원금을 회수해 빌린 돈을 막아야 하는 급박함이 있는 겁니다. 다음달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의 PF대출만 34조 원, 그렇기 때문에 이제 할인 분양 아파트가 속속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이광수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KBS2TV경제프로그램 '통합뉴스룸 ET'에 출연해 "가격을 낮춰줘야 분양이 될 것이다. (할인 분양) 예전처럼 청약 한 번 했다고 모두 달려들어서 사는 상황이 아니라 이제 미분양이 나오면 가격을 오히려 낮춰줘야, 더 낮춰줘야 팔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할인 분양은 내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할인 폭이 향후 주택가격 하락 예상 폭을 충분히 넘어서는지, 주변 시세와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입지는 좋은지 등을 신중히 따져야 하기 때문에 고금리 시기에 무턱대고 할인 분양 아파트를 사서도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대문사진: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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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에 등장한 ‘눈물’…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
    • 입력 2022-11-19 10:03:55
    취재K

■ 미분양 기사에 다시 등장한 '눈물'

최근 늘어나는 미분양 속에 언론사에서 '눈물'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분양 늦출수록 더 손해... 눈물의 밀어내기', '건설업계, 경쟁률 반토막에도 눈물의 밀어내기 분양, ' 눈물의 인천..검단 8억 아파트 분양권 반토막', '"아파트 분양시 3000만 원 드려요"… 눈물의 미분양 털어내기', 대체로 이런 기사죠.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발생했던 미분양 사태 당시 기사에 나왔던 '눈물' 표현은 주로 '눈물의 반값 세일' 같은 할인 분양, 떨이 분양에 쓰였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2008년 3월 '건설사 미분양아파트 눈물의 땡처리', 6월 '제살깎는 눈물의 마케팅', 10월 '대한민국은 지금 눈물의 땡처리 중', 2009년 4월 '건설사들 눈물의 미분양 털기', 2012년 9월 '미분양 아파트 눈물의 세일'...등 너무 많습니다. 당시 기사에 아래처럼 아예 표로 만들어서 할인분양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2년 당시 미분양 할인 기사 中 표
2007년~2013년까지 이어졌던 대규모 미분양 사태 때에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무리 지어 다니며 영업한다는 이른바 '벌떼' 영업이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땡처리를 위한 갖은 방법이 등장했던 겁니다.

보니까 2008년 금융위기 전후와 지금과는 느낌이 좀 다르죠. '눈물의 세일'이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눈물의 밀어내기 분양' 중이라는 겁니다 . 중도금 무이자나 현금 지원 같은 각종 혜택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당시와 같은 대대적 할인 분양 분위기는 아닙니다.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내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분양에 나선 겁니다. 지금은 본격적인 미분양 사태의 전 단계인 셈입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분양예정 아파트는 전국 89곳에 모두 6만 1천여 가구로 2015년 이후 같은 달 대비 가장 많은 분양 물량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분양 물량으로 건설사들이 얼마나 앞으로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밀어내기로 분양을 쏟아붓고 있는 거죠.

■ 미분양 어떻길래?…"단기간 폭증 우려"

국토부 9월 주택통계를 보면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 1604가구로 전달보다 27% 늘었습니다. 특히 수도권은 7813가구로 56%나 급증했습니다. 이같은 급증세 속에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금의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때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노랑색 막대 그래프가 수도권 미분양입니다.(미분양 가구 수는 우측 세로축 기준) 2008년 당시엔 수도권에만 2만 가구 이상의 미분양이 적체됐지만, 올해 9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7813가구이니까 지금은 오히려 2007년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던 시기와 비슷합니다.

이 그래프만 보고 현 상황이 안전하다고 예단해선 안 됩니다. 2007~2008년 당시에도 아주 단기간에 미분양 가구 수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현재와 비슷한 때는 2007년 9월, 이후 위험수치인 2만 가구를 넘어선 때는 2008년 1월입니다. 불과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현재 숫자만 보고 상황을 안이하게 봐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 2008년 미분양 사태 때에도 '부동산PF' 뇌관

2007·2008년 미분양 폭증 초기 때 공통점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분양에 따른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2005년~2007년 부동산 호황에 집값 상승과 함께 PF대출이 늘었고 2008년 미분양 폭증와 부동산PF 부실, 집값 하락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미분양 증가→시행사 부도→시공사 부도→부동산PF대출 부실→금융 위기로 연결되는 우려감이 팽배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기사 제목을 잠깐 볼까요? 2007년 9월 '금융연구원 "부동산PF 부실우려 잠재워야"', '부동산 PF대출 발 금융위기설 확산', 2008년 3월 '승승장구하던 부동산 PF 추락', 8월 '제2금융권 부동산PF 부실 적신호', 11월 'KDI "부동산PF 부실 금융기관 구조조정 필요"...마치 요즘 기사 제목을 보는 느낌입니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폭발했지만 이미 4년 전인 2007년 미분양이 증가할 때부터 건설업계와 금융권은 이런 부동산PF 부실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2007년~ 2013년 부동산 PF 부실이 커져가던 기간에 정확히 미분양 아파트도 증가했고 주택가격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건설사 연쇄부도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진 뒤 PF 부실이 점차 해소되면서 미분양도 줄기 시작했습니다. 미분양 위기감이 시작된 지 6년만인 2013년에 미분양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수도권 매매가격지수(붉은 색 선)도 회복되기 시작한 것을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다는 건 미분양 아파트가 충분히 싸졌든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든 신호가 나타났던 거죠. 미분양과 주택가격은 반대방향으로 한쌍의 연결고리인 겁니다.

이번에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부동산 호황이 금리인상과 함께 빠르게 무너지면서 미분양이 늘기 시작했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건설사 스스로 내년 미분양 증가 상황을 우려할 만큼 내년도 미분양 증가는 분명해 보입니다.

■ 정부 대책은 효과 있을까?

그렇다면 정부 대책은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지난 2008년 미분양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기 넉 달 전인 2007년 9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9만 7천여 가구였습니다. 2007년 9월 당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대책 TF를 구성하고 미분양 아파트의 정부 임대주택 매입과 민간매입 임대사업 유도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폭증하는 미분양 아파트 숫자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잡기엔 건설사들이 너무 빠른 시간에 부동산PF를 일으켰고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거죠.

이 같은 과거 미분양 사태를 이미 알고 있는 정부는 그래서 더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정부는 미분양에 휘청이는 건설업체들을 위해 5조 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건설업체 부도 이전에 선제적 대응이라는 일부 평가가 있지만, 선제적 대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07년 9월 당시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나왔을 때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 지금이 절반 수준이지만,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게다가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07년 9월 정부대책 발표 시 69.9조 원, 2007년 12월 70.5조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가 112.2조 원으로 60%나 더 많습니다. 최근엔 은행이 아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체력이 약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PF 대출과 보증을 많이 서줬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달 24일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집값 하락과 미분양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대책이 미분양 부동산PF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위험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동안 대출 비중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한 부실 기업들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 할인 분양 증가하면 본격 위기

밀어내기 분양, 준공 후 미분양 증가를 거쳐 할인 분양까지 급증하면 그 때가 본격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이란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도 분양이 안됐다는 거니까 요즘같은 부동산 침체기 때는 건설사들의 속을 태우는 애물단지인 거죠. 9월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7189가구로 최근 몇년 새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304가구로 전달보다 25.1%, 지난해 말보다 2.2배 늘었습니다. 위기감이 커졌던 2018년, 2019년보다는 줄어든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저점을 찍고 부동산 침체기에 다시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할인분양의 경우 대구나 수도권에서 일부 할인 분양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 숫자는 아직 적습니다. 부동산PF 위기감 속에 건설사들이 굳이 할인 분양까지 한다는 건 미분양이 도저히 해소 안 돼 값을 깎아서라도 원금을 회수해 빌린 돈을 막아야 하는 급박함이 있는 겁니다. 다음달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의 PF대출만 34조 원, 그렇기 때문에 이제 할인 분양 아파트가 속속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이광수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KBS2TV경제프로그램 '통합뉴스룸 ET'에 출연해 "가격을 낮춰줘야 분양이 될 것이다. (할인 분양) 예전처럼 청약 한 번 했다고 모두 달려들어서 사는 상황이 아니라 이제 미분양이 나오면 가격을 오히려 낮춰줘야, 더 낮춰줘야 팔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할인 분양은 내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할인 폭이 향후 주택가격 하락 예상 폭을 충분히 넘어서는지, 주변 시세와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입지는 좋은지 등을 신중히 따져야 하기 때문에 고금리 시기에 무턱대고 할인 분양 아파트를 사서도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대문사진: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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