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도 어른도 가라”…‘노(No)○○존’의 진화, 권리인가 차별인가?

입력 2022.1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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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노키즈존’이 늘어남과 동시에, 어린 아이를 넘어 ‘특정 연령대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존’ 매장이 생겨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최근 몇 년 새 ‘노키즈존’이 늘어남과 동시에, 어린 아이를 넘어 ‘특정 연령대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존’ 매장이 생겨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노키즈존' 전국 400여 곳…"애들 데리고 다니면 다른 손님 눈치 보게 돼"

"주말에 7살, 8개월 되는 아이 둘과 '베이커리 카페' 가려 해요. 음료도 시키고 빵도 많이 주문할 건데… 애들 데리고 다닌다고 욕 먹을까봐 다른 손님들 눈치를 보게 되네요. 요즘 '노키즈존'도 많아졌던데, 아닌 곳은 어디에 있을까요?" - 지난 12일 경북 지역 '맘 카페' 회원 글

"이제는 '노중년존' 캠핑장도 있답니다.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안 받는다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만, 뭔가 마음이 슬프네요." - 지난 2일 '캠핑 모임 카페' 회원 글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카페에 아이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영유아·어린이의 매장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아동 출입 제한 구역)', 지난 2014년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400여 곳(구글 '노키즈존 맵'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몇 년 새 '노키즈존'이 늘어남과 동시에, 어린 아이를 넘어 '특정 연령대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존' 매장이 생겨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영업 권리인 만큼 이해한다"는 시각과 "고객 부류에 따라 가하는 차별"이라는 지적이 맞붙는 지금. 여론도 갈라지는 현실 속에서 점점 진화하고 있는 '노○○존'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 확장하는 '노○○존'…중학생부터 중년에 교수까지 '출입 금지'

‘중학생’ 출입을 금지한 스터디 카페와, ‘대학 교수’들의 출입을 제한한 대학가 술집 안내문.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및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중학생’ 출입을 금지한 스터디 카페와, ‘대학 교수’들의 출입을 제한한 대학가 술집 안내문.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및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근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동 외에 다른 연령대 고객들의 매장 이용을 제한하는 여러 '노○○존'들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들이 게재한 '출입 금지 문구' 사진을 보면 한 스터디 카페에서는 '중학생'을, 모 대학가 주점에서는 '대학 교수'를 이용 제한 고객으로 지목했는데요.

실제 몇몇 스터디 카페 사장들은 언론 인터뷰 및 커뮤니티 글을 통해 "'떠드는 게 시끄럽다'고 다른 연령대 고객들이 항의하기 때문에 중학생을 고객으로 받으면 안 된다" "공시생(공직 시험 준비생)이나 차라리 고등학생이 낫지, 중학생은 가능하면 안 받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진에 나온 해당 주점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을 교수라고 밝힌 몇몇 손님들이 가게 전체가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등 매너 없는 행동을 보여 조심해달라는 의미로 안내문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한 수도권 소재 캠핑장의 예약 관련 공지 내용.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한 수도권 소재 캠핑장의 예약 관련 공지 내용.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상기(上記)한 네티즌의 글처럼,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캠핑장도 나왔습니다. 수도권의 한 카라반(자동차에 매달아 끌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주택) 야영장으로 알려진 이 캠핑장 측은 예약 관련 공지에서 " 캠핑장 내 숙소를 전부 카라반으로 교체했는데, 이는 20~30대 고객 취향에 맞춘 것이므로 40대 이상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젊은 여성 취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년팀하고 콘셉트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자녀가 있는 가족 외에, 40대 이상 고객님들은 예약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3년쯤 전에는 '49세 이상 손님은 사절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일명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음식점이 화제가 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음식점은 서울 관악구 소재 포차로 메뉴당 몇천 원대 가격의 음식을 팔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음식점 안내문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네티즌은 "이 가게 주인이 '진상(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 부리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 고객'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는데요.

3년쯤 전에는 ‘49세 이상 손님은 사절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일명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음식점이 화제가 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이 음식점은 서울 관악구 소재 포차로 메뉴당 몇천 원대 가격의 음식을 팔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3년쯤 전에는 ‘49세 이상 손님은 사절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일명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음식점이 화제가 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이 음식점은 서울 관악구 소재 포차로 메뉴당 몇천 원대 가격의 음식을 팔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음식점 주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몇몇 49세 이상) 아저씨들이 '이쁜이 어딨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힘들게 했다"며 "괜찮은 손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제가 장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 '노키즈존' 철회 권고한 인권위…상인·소비자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갈리는 여론

대부분의 점주들이 자신의 매장을 노○○존으로 설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출입 금지 대상 가운데 일부 고객 또는 그들이 동반하는 고객의 언행이, 다른 고객들의 매장 이용에 피해를 주고 결과적으로 영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조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인권위는 2017년 노키즈존, 즉 '13세 이하 아동들의 매장 출입을 금지'한 식당 주인에 대해 해당 조치의 철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만 국한되는 것 또한 아니다"라며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지금 있는 모든 노○○존이 '주먹구구식으로' 특정 연령대·직업군의 매장 출입을 제한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열거한 다양한 노○○존 매장의 점주들도 나름대로 영업상의 고충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손님들의 항의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출입 제한 규정'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존’ 운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존’ 운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입 제한 대상의 범위가 확장돼가는 노○○존 운영에 대해, 여론은 상인·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갈리는 상황입니다.

한 카페 사장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노키즈존 운영 전에는) 부모들이 아이 통제를 안 하더라. 소리를 질러도 '예쁘네, 잘하네'라고 한다"며 " 자기 아이는 자기 눈에만 예쁘지 남에겐 아니지 않나.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노키즈존 카페' 운영 계기를 털어놨습니다. 반면 다른 자영업자는 몇몇 매장의 '노중년존' 운영에 대해 "저희 손님 중 70%는 40대인데, 생각보다 젠틀하신(온화한) 분들도 많다"고 반박했습니다.

자신을 '아이를 둔 40대 여성'으로 소개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나도 40대고 아이 엄마지만, 노키즈존·노중년존 찬성한다"며 "지금은 고객들 각자의 삶과 니즈(Needs·욕구)에 맞는 상품이 나오는 시대"라고 적었습니다. 이와 달리 한 네티즌은 "가게 주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세대 간 갈등을 심각하게 유발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라도 (통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전문가 "영업 자유도 '평등 원칙' 하에 인정…고객은 '민폐 행위' 자제하고, 점주는 '열린 공간' 조성해야"

과연 노○○존 운영은 '업장을 관리하는 영업 자유의 권리'일까요, 아니면 '고객의 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일까요?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일까요?

전문가들은 ' 현재로서는 해당 매장에 대한 법적인 제재 규정이 없는 데다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수긍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 고객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자제하고, 점주는 매장에 공적인 성격도 있는 만큼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존 운영 논란’에 대해, ”매장도 사적인 영역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성’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출입 제한 규정을 둘 때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손님을 배려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존 운영 논란’에 대해, ”매장도 사적인 영역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성’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출입 제한 규정을 둘 때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손님을 배려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송득범 법무법인 주한 파트너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인권위 등에서 '특정 법의 위반이다' 이렇게 권고하는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 있는 효력이 없다"며 "점주들 입장에서는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에 출입 제한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과도하게 제한받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제약'도 존재하는 만큼, '영업의 자유'는 무한하지 않고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게 주인이 '자기네 고객을 관리하는 규정을 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래된 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된다, 안 된다'를 따지기에는 곤란한 문제"라면서도 "매장도 사적인 영역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성'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출입 제한 규정을 둘 때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손님을 배려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노○○존이 많아지면 (심하게는) 전 국민이 해당될 수도 있다. 세대 간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혐오·차별은 배격해야 한다"며 " 공적 성격이 있는 장소에서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누구라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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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도 어른도 가라”…‘노(No)○○존’의 진화, 권리인가 차별인가?
    • 입력 2022-11-20 07:00:08
    취재K
최근 몇 년 새 ‘노키즈존’이 늘어남과 동시에, 어린 아이를 넘어 ‘특정 연령대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존’ 매장이 생겨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노키즈존' 전국 400여 곳…"애들 데리고 다니면 다른 손님 눈치 보게 돼"

"주말에 7살, 8개월 되는 아이 둘과 '베이커리 카페' 가려 해요. 음료도 시키고 빵도 많이 주문할 건데… 애들 데리고 다닌다고 욕 먹을까봐 다른 손님들 눈치를 보게 되네요. 요즘 '노키즈존'도 많아졌던데, 아닌 곳은 어디에 있을까요?" - 지난 12일 경북 지역 '맘 카페' 회원 글

"이제는 '노중년존' 캠핑장도 있답니다.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안 받는다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만, 뭔가 마음이 슬프네요." - 지난 2일 '캠핑 모임 카페' 회원 글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카페에 아이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영유아·어린이의 매장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아동 출입 제한 구역)', 지난 2014년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400여 곳(구글 '노키즈존 맵'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몇 년 새 '노키즈존'이 늘어남과 동시에, 어린 아이를 넘어 '특정 연령대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존' 매장이 생겨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영업 권리인 만큼 이해한다"는 시각과 "고객 부류에 따라 가하는 차별"이라는 지적이 맞붙는 지금. 여론도 갈라지는 현실 속에서 점점 진화하고 있는 '노○○존'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 확장하는 '노○○존'…중학생부터 중년에 교수까지 '출입 금지'

‘중학생’ 출입을 금지한 스터디 카페와, ‘대학 교수’들의 출입을 제한한 대학가 술집 안내문.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및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근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동 외에 다른 연령대 고객들의 매장 이용을 제한하는 여러 '노○○존'들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들이 게재한 '출입 금지 문구' 사진을 보면 한 스터디 카페에서는 '중학생'을, 모 대학가 주점에서는 '대학 교수'를 이용 제한 고객으로 지목했는데요.

실제 몇몇 스터디 카페 사장들은 언론 인터뷰 및 커뮤니티 글을 통해 "'떠드는 게 시끄럽다'고 다른 연령대 고객들이 항의하기 때문에 중학생을 고객으로 받으면 안 된다" "공시생(공직 시험 준비생)이나 차라리 고등학생이 낫지, 중학생은 가능하면 안 받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진에 나온 해당 주점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을 교수라고 밝힌 몇몇 손님들이 가게 전체가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등 매너 없는 행동을 보여 조심해달라는 의미로 안내문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한 수도권 소재 캠핑장의 예약 관련 공지 내용.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상기(上記)한 네티즌의 글처럼,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캠핑장도 나왔습니다. 수도권의 한 카라반(자동차에 매달아 끌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주택) 야영장으로 알려진 이 캠핑장 측은 예약 관련 공지에서 " 캠핑장 내 숙소를 전부 카라반으로 교체했는데, 이는 20~30대 고객 취향에 맞춘 것이므로 40대 이상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젊은 여성 취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년팀하고 콘셉트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자녀가 있는 가족 외에, 40대 이상 고객님들은 예약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3년쯤 전에는 '49세 이상 손님은 사절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일명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음식점이 화제가 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음식점은 서울 관악구 소재 포차로 메뉴당 몇천 원대 가격의 음식을 팔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음식점 안내문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네티즌은 "이 가게 주인이 '진상(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 부리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 고객'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는데요.

3년쯤 전에는 ‘49세 이상 손님은 사절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일명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음식점이 화제가 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이 음식점은 서울 관악구 소재 포차로 메뉴당 몇천 원대 가격의 음식을 팔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음식점 주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몇몇 49세 이상) 아저씨들이 '이쁜이 어딨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힘들게 했다"며 "괜찮은 손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제가 장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 '노키즈존' 철회 권고한 인권위…상인·소비자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갈리는 여론

대부분의 점주들이 자신의 매장을 노○○존으로 설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출입 금지 대상 가운데 일부 고객 또는 그들이 동반하는 고객의 언행이, 다른 고객들의 매장 이용에 피해를 주고 결과적으로 영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조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인권위는 2017년 노키즈존, 즉 '13세 이하 아동들의 매장 출입을 금지'한 식당 주인에 대해 해당 조치의 철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만 국한되는 것 또한 아니다"라며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지금 있는 모든 노○○존이 '주먹구구식으로' 특정 연령대·직업군의 매장 출입을 제한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열거한 다양한 노○○존 매장의 점주들도 나름대로 영업상의 고충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손님들의 항의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출입 제한 규정'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존’ 운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입 제한 대상의 범위가 확장돼가는 노○○존 운영에 대해, 여론은 상인·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갈리는 상황입니다.

한 카페 사장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노키즈존 운영 전에는) 부모들이 아이 통제를 안 하더라. 소리를 질러도 '예쁘네, 잘하네'라고 한다"며 " 자기 아이는 자기 눈에만 예쁘지 남에겐 아니지 않나.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노키즈존 카페' 운영 계기를 털어놨습니다. 반면 다른 자영업자는 몇몇 매장의 '노중년존' 운영에 대해 "저희 손님 중 70%는 40대인데, 생각보다 젠틀하신(온화한) 분들도 많다"고 반박했습니다.

자신을 '아이를 둔 40대 여성'으로 소개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나도 40대고 아이 엄마지만, 노키즈존·노중년존 찬성한다"며 "지금은 고객들 각자의 삶과 니즈(Needs·욕구)에 맞는 상품이 나오는 시대"라고 적었습니다. 이와 달리 한 네티즌은 "가게 주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세대 간 갈등을 심각하게 유발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라도 (통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전문가 "영업 자유도 '평등 원칙' 하에 인정…고객은 '민폐 행위' 자제하고, 점주는 '열린 공간' 조성해야"

과연 노○○존 운영은 '업장을 관리하는 영업 자유의 권리'일까요, 아니면 '고객의 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일까요?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일까요?

전문가들은 ' 현재로서는 해당 매장에 대한 법적인 제재 규정이 없는 데다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수긍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 고객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자제하고, 점주는 매장에 공적인 성격도 있는 만큼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존 운영 논란’에 대해, ”매장도 사적인 영역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성’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출입 제한 규정을 둘 때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손님을 배려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송득범 법무법인 주한 파트너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인권위 등에서 '특정 법의 위반이다' 이렇게 권고하는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 있는 효력이 없다"며 "점주들 입장에서는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에 출입 제한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과도하게 제한받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제약'도 존재하는 만큼, '영업의 자유'는 무한하지 않고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게 주인이 '자기네 고객을 관리하는 규정을 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래된 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된다, 안 된다'를 따지기에는 곤란한 문제"라면서도 "매장도 사적인 영역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성'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출입 제한 규정을 둘 때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손님을 배려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노○○존이 많아지면 (심하게는) 전 국민이 해당될 수도 있다. 세대 간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혐오·차별은 배격해야 한다"며 " 공적 성격이 있는 장소에서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누구라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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