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첫 중동 월드컵’ 카타르 이색 숙소·경기장…이면엔 그림자

입력 2022.11.21 (12:36) 수정 2022.11.21 (13: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도시국가 정도로 작은 나라, 카타르에는 전 세계 120만 명의 축구팬들을 수용하기 위한 이색 숙소부터 컨테이너 경기장까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타르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중동에 위치한 카타르는 역대 월드컵 개최지 중 가장 작은 나라입니다.

국토 면적은 경기도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약 290만 명으로 경기도의 오분의 일 수준에 불과한데요.

이 작은 나라에 한 달 동안 전 세계 축구팬들 무려 120만 명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숙박 대란이 우려될 수밖에 없겠죠.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빼곡히 들어선 이곳은 '팬 빌리지'라고 불리는 숙박 시설입니다.

카타르가 월드컵 관람객들을 위해 지었는데, 2인실로 이뤄진 총 6천 개의 컨테이너는 만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오마르 알 하베르/조직위 숙박 담당 : "우리는 충분한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고, 팬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침대 2개가 놓여있고, 간이 샤워시설과 화장실, 냉장고와 에어컨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난민촌 아니냐"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수용소 같다. 사육장 같다"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데요.

이 숙소의 가격은 1박에 207달러, 우리 돈으로 28만 원 정도입니다.

국제 행사인 점을 감안하면 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컨테이너 숙소인데 너무 비싸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30도를 넘나드는 카타르의 한낮 기온을 견디기엔 철제 컨테이너가 무리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예약은 이미 80%가 찼다고 합니다.

카타르는 2천5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선도 띄우는데요.

이 '바다 위 호텔' 3척을 숙박시설로 활용합니다.

하룻밤 숙박비도 우리 돈 최소 60여만 원으로 비싼데, 방이 대부분 동나서 1박에 천2백만 원이 넘는 스위트룸만 남아있는 상탭니다.

공유빌라, 공유아파트도 새로 지었고 중동 국가의 특색을 살린 사막 텐트촌을 숙소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경기장은 어떨까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콤팩트 월드컵'으로 불립니다.

월드컵 경기장 8개 가운데 4개가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 주변에 모여있죠.

이 가운데 한 경기장 모습이 조금 특이합니다.

카타르의 국가코드에 맞춰 974개의 컨테이너로 경기장을 지었는데요.

컨테이너 숙소와 마찬가지로 경기장도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해체하기 위해섭니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만든 시설들은 대회가 끝나면 처치 곤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카타르가 이렇게 다양한 월드컵 시설을 짓기 위해 투입한 사람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불러온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취재진이 도하 인근의 한 산업 지구를 찾았는데요.

공식 촬영 허가증을 받았는데도 이주 노동자 취재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카타르 안전요원 : "(우리는 미디어카드와 여권이 있습니다.) 당신은 (별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여기는 이곳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취재진은 생방송 도중 현지 안전 요원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로막는 일도 겪었습니다.

[라스무스 탄톨트/덴마크 기자 : "이것은 (취재) 인증서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어느 곳이든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 이주노동자 6천5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등 유럽 축구협회 10곳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고통받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나서라"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는데요.

카타르가 월드컵의 어두운 이면을 감추고 첨단 시설 등 화려한 볼거리 홍보에만 열을 올리면서 첫 중동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K] ‘첫 중동 월드컵’ 카타르 이색 숙소·경기장…이면엔 그림자
    • 입력 2022-11-21 12:36:34
    • 수정2022-11-21 13:18:58
    뉴스 12
[앵커]

도시국가 정도로 작은 나라, 카타르에는 전 세계 120만 명의 축구팬들을 수용하기 위한 이색 숙소부터 컨테이너 경기장까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타르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중동에 위치한 카타르는 역대 월드컵 개최지 중 가장 작은 나라입니다.

국토 면적은 경기도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약 290만 명으로 경기도의 오분의 일 수준에 불과한데요.

이 작은 나라에 한 달 동안 전 세계 축구팬들 무려 120만 명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숙박 대란이 우려될 수밖에 없겠죠.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빼곡히 들어선 이곳은 '팬 빌리지'라고 불리는 숙박 시설입니다.

카타르가 월드컵 관람객들을 위해 지었는데, 2인실로 이뤄진 총 6천 개의 컨테이너는 만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오마르 알 하베르/조직위 숙박 담당 : "우리는 충분한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고, 팬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침대 2개가 놓여있고, 간이 샤워시설과 화장실, 냉장고와 에어컨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난민촌 아니냐"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수용소 같다. 사육장 같다"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데요.

이 숙소의 가격은 1박에 207달러, 우리 돈으로 28만 원 정도입니다.

국제 행사인 점을 감안하면 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컨테이너 숙소인데 너무 비싸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30도를 넘나드는 카타르의 한낮 기온을 견디기엔 철제 컨테이너가 무리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예약은 이미 80%가 찼다고 합니다.

카타르는 2천5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선도 띄우는데요.

이 '바다 위 호텔' 3척을 숙박시설로 활용합니다.

하룻밤 숙박비도 우리 돈 최소 60여만 원으로 비싼데, 방이 대부분 동나서 1박에 천2백만 원이 넘는 스위트룸만 남아있는 상탭니다.

공유빌라, 공유아파트도 새로 지었고 중동 국가의 특색을 살린 사막 텐트촌을 숙소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경기장은 어떨까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콤팩트 월드컵'으로 불립니다.

월드컵 경기장 8개 가운데 4개가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 주변에 모여있죠.

이 가운데 한 경기장 모습이 조금 특이합니다.

카타르의 국가코드에 맞춰 974개의 컨테이너로 경기장을 지었는데요.

컨테이너 숙소와 마찬가지로 경기장도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해체하기 위해섭니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만든 시설들은 대회가 끝나면 처치 곤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카타르가 이렇게 다양한 월드컵 시설을 짓기 위해 투입한 사람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불러온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취재진이 도하 인근의 한 산업 지구를 찾았는데요.

공식 촬영 허가증을 받았는데도 이주 노동자 취재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카타르 안전요원 : "(우리는 미디어카드와 여권이 있습니다.) 당신은 (별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여기는 이곳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취재진은 생방송 도중 현지 안전 요원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로막는 일도 겪었습니다.

[라스무스 탄톨트/덴마크 기자 : "이것은 (취재) 인증서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어느 곳이든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 이주노동자 6천5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등 유럽 축구협회 10곳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고통받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나서라"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는데요.

카타르가 월드컵의 어두운 이면을 감추고 첨단 시설 등 화려한 볼거리 홍보에만 열을 올리면서 첫 중동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