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구둣발 소리에 아들 기다려요”…고 이지한 씨 어머니 인터뷰

입력 2022.11.22 (21:05) 수정 2022.11.2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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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참사로, 잃어버린 생명.

백쉰여덟 명입니다.

가족과 지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오늘(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생자 유가족을 직접 모시고 남겨진 가족들의 심정을, 또 지금 필요한 것들 자세히 듣겠습니다.

올해 스물다섯 살이었던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 어렵게 모셨습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아드님을 잃으신 지 한 달 가까이 되어갑니다, 지금도 아드님 방에 보일러를 튼다고 제가 들었어요.

[답변]

네, 보일러뿐만이 아니고 아들 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들이 키우던 깜지라는 거북이에게 매일 아침 밥을 주면서 깜지야 밥 먹자, 근데 오늘 너를 키운 오빠가 없구나, 오늘부터는 내가 네 밥을 줘야 돼, 하면서 지금까지 깜지에게 말을 붙이며, 아직까지도 지한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 만큼 슬픔이 아직... 진짜 지한이가 없나, 아직은 아무 것도... 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앵커]

실감이 안 나시는 거죠...

[답변]

네, 실감이 당연히 안 나고, 밤이면 구둣발 소리가 나면 '어? 얘가 촬영을 마치고 들어오는 건가?' 그런 생각에 잠들 수도 없고, 환청에 시달립니다.

[앵커]

촬영 얘기를 하셨는데, 고 이지한 씨 배우였습니다.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었죠?

[답변]

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돌 한다고 고생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한이의 꿈은 배우였기 때문에, 힘들게 연줄도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혼자만의 노력으로 대학교를 들어갔고 또 힘들게 올 5월에 정말로 대단한 기획사에,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한 달 이상 오디션을 거쳐서 어렵게 들어갔어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 중이었고 12월에 방송 예정이었는데, 그게 그 아이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방송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앵커]

이렇게 언론 앞에 나서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계기가 있었을까요?

[답변]

네, 계기가 있었어요.

저는 제 슬픔이 가장 슬픈 슬픔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렵게 유가족들을 연락해서 만나보니 제가 슬픈 건 슬픈 것도 아니었더라고요.

다른 분들 슬픔이 제 슬픔보다 훨씬 더 깊었어요.

내가 그러면 그 분들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좀 알고 있으니까 국민들이, 나라도 나서서 그 분들의 지팡이가 되어서 이 참사를 알려야 되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뭐든지 해야되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방송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무엇을 하든 그 분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앵커]

유족 입장에서 왜 모이고 싶었는지 이유를 얘기해주시면..?

[답변]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부모조차 없어요.

왜 나라에서 그런 과정 사소한 과정조차 부모에게 설명해주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것이 모여서 가장 저희들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위로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어요.

그나마 지한이는 12시 27분이 사망 시간입니다.

30일 병원에서 얘기한 시간이에요.

그나마 지한이는 휴대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금방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른 유가족들은 휴대폰이 있었음에도 휴대폰이 없다면 다른 어떤 방식으로 부모에게 연락했어야 했는데 병원이 너무 멀리 있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병원 찾아서 헤매는 것만으로도 엄처난 고통을 겪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이 슬픔이 나만의 슬픔이 아니었구나, 나보다 더 죽은 자식을 찾아헤매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고통이 어땠을까, 제가 생각해보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사과는, 그러면 가족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신 건지?

[답변]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사과란 조계종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 사과였나?

내가 사과를 들었었나?

우리 유가족들이 사과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아무리 더듬어 생각해봐도 사과를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29일이 참사일이라면 적어도 30일, 31일에는 '못 살펴서 미안하다, 돌봐주지 못해서 죄송하다, 얼마나 심려가 싶으시냐, 헤아릴 수 없다'라는,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가 발빠르게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조계종에서 이루어진 사과는 저희에게 와닿지 않았어요.

방송용 사과 아닌가요?

[앵커]

가족 하루 아침에 잃은 상처도 큰데 여기 얹어서 다른 상처도 많았을 것 같아요.

뭐가 가장 견디고 힘드셨는지요? 어렵겠지만 말씀을 해주시지요.

[답변]

저를 만난 분들에게 여쭤보고 제 의견도 생각해보니, 악성 댓글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왜 놀려갔냐, 부모는 왜 잡지 못했냐...'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이태원에 그러면 놀러 가지 공부하러 갑니까?

초등학생은 소풍을 가고 중고등학생은 수학여행을 가고 대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우리 어른들은 단풍놀이를 가고 모두 다 갈 자유가 있습니다.

왜 갔냐니, 왜 잡지 못했냐고요?

왜 다 큰 성인을 잡아야 합니까?

얼마든지 갈 수 있죠.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5천 만 분의 1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요.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이런 일을 당하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뒤를 생각하고 말을 하셔야 합니다.

[앵커]

조심스럽지만, 국가배상 또 보상금 얘기도 조금씩 나옵니다.

가족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답변]

국가배상, 얼마면 될까요?

뇌물 주는 건가요?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그만 진상규명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요?

생각해본 적도 없고,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입니다.

뇌물이라면 받아볼까요?

그렇게 하고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을까요?

그런 뇌물이면 필요없습니다.

[앵커]

여러가지 답답한 심정 말씀해주셨지만, 그러면 지금 유가족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입니다.

158명과 부상자들을 모아놓고, 처음에 사과가 늦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들을 모아놓고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충분히 울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주세요.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사과하시고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주세요.

[앵커]

오늘 기자회견 하시고 힘드실 텐데 긴 시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이신 조미은 씨 만나봤습니다.

귀한 아드님 이지한 씨를 저희도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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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구둣발 소리에 아들 기다려요”…고 이지한 씨 어머니 인터뷰
    • 입력 2022-11-22 21:05:51
    • 수정2022-11-23 07: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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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참사로, 잃어버린 생명.

백쉰여덟 명입니다.

가족과 지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오늘(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생자 유가족을 직접 모시고 남겨진 가족들의 심정을, 또 지금 필요한 것들 자세히 듣겠습니다.

올해 스물다섯 살이었던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 어렵게 모셨습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아드님을 잃으신 지 한 달 가까이 되어갑니다, 지금도 아드님 방에 보일러를 튼다고 제가 들었어요.

[답변]

네, 보일러뿐만이 아니고 아들 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들이 키우던 깜지라는 거북이에게 매일 아침 밥을 주면서 깜지야 밥 먹자, 근데 오늘 너를 키운 오빠가 없구나, 오늘부터는 내가 네 밥을 줘야 돼, 하면서 지금까지 깜지에게 말을 붙이며, 아직까지도 지한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 만큼 슬픔이 아직... 진짜 지한이가 없나, 아직은 아무 것도... 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앵커]

실감이 안 나시는 거죠...

[답변]

네, 실감이 당연히 안 나고, 밤이면 구둣발 소리가 나면 '어? 얘가 촬영을 마치고 들어오는 건가?' 그런 생각에 잠들 수도 없고, 환청에 시달립니다.

[앵커]

촬영 얘기를 하셨는데, 고 이지한 씨 배우였습니다.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었죠?

[답변]

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돌 한다고 고생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한이의 꿈은 배우였기 때문에, 힘들게 연줄도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혼자만의 노력으로 대학교를 들어갔고 또 힘들게 올 5월에 정말로 대단한 기획사에,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한 달 이상 오디션을 거쳐서 어렵게 들어갔어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 중이었고 12월에 방송 예정이었는데, 그게 그 아이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방송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앵커]

이렇게 언론 앞에 나서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계기가 있었을까요?

[답변]

네, 계기가 있었어요.

저는 제 슬픔이 가장 슬픈 슬픔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렵게 유가족들을 연락해서 만나보니 제가 슬픈 건 슬픈 것도 아니었더라고요.

다른 분들 슬픔이 제 슬픔보다 훨씬 더 깊었어요.

내가 그러면 그 분들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좀 알고 있으니까 국민들이, 나라도 나서서 그 분들의 지팡이가 되어서 이 참사를 알려야 되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뭐든지 해야되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방송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무엇을 하든 그 분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앵커]

유족 입장에서 왜 모이고 싶었는지 이유를 얘기해주시면..?

[답변]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부모조차 없어요.

왜 나라에서 그런 과정 사소한 과정조차 부모에게 설명해주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것이 모여서 가장 저희들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위로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어요.

그나마 지한이는 12시 27분이 사망 시간입니다.

30일 병원에서 얘기한 시간이에요.

그나마 지한이는 휴대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금방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른 유가족들은 휴대폰이 있었음에도 휴대폰이 없다면 다른 어떤 방식으로 부모에게 연락했어야 했는데 병원이 너무 멀리 있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병원 찾아서 헤매는 것만으로도 엄처난 고통을 겪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이 슬픔이 나만의 슬픔이 아니었구나, 나보다 더 죽은 자식을 찾아헤매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고통이 어땠을까, 제가 생각해보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사과는, 그러면 가족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신 건지?

[답변]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사과란 조계종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 사과였나?

내가 사과를 들었었나?

우리 유가족들이 사과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아무리 더듬어 생각해봐도 사과를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29일이 참사일이라면 적어도 30일, 31일에는 '못 살펴서 미안하다, 돌봐주지 못해서 죄송하다, 얼마나 심려가 싶으시냐, 헤아릴 수 없다'라는,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가 발빠르게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조계종에서 이루어진 사과는 저희에게 와닿지 않았어요.

방송용 사과 아닌가요?

[앵커]

가족 하루 아침에 잃은 상처도 큰데 여기 얹어서 다른 상처도 많았을 것 같아요.

뭐가 가장 견디고 힘드셨는지요? 어렵겠지만 말씀을 해주시지요.

[답변]

저를 만난 분들에게 여쭤보고 제 의견도 생각해보니, 악성 댓글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왜 놀려갔냐, 부모는 왜 잡지 못했냐...'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이태원에 그러면 놀러 가지 공부하러 갑니까?

초등학생은 소풍을 가고 중고등학생은 수학여행을 가고 대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우리 어른들은 단풍놀이를 가고 모두 다 갈 자유가 있습니다.

왜 갔냐니, 왜 잡지 못했냐고요?

왜 다 큰 성인을 잡아야 합니까?

얼마든지 갈 수 있죠.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5천 만 분의 1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요.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이런 일을 당하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뒤를 생각하고 말을 하셔야 합니다.

[앵커]

조심스럽지만, 국가배상 또 보상금 얘기도 조금씩 나옵니다.

가족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답변]

국가배상, 얼마면 될까요?

뇌물 주는 건가요?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그만 진상규명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요?

생각해본 적도 없고,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입니다.

뇌물이라면 받아볼까요?

그렇게 하고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을까요?

그런 뇌물이면 필요없습니다.

[앵커]

여러가지 답답한 심정 말씀해주셨지만, 그러면 지금 유가족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입니다.

158명과 부상자들을 모아놓고, 처음에 사과가 늦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들을 모아놓고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충분히 울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주세요.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사과하시고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주세요.

[앵커]

오늘 기자회견 하시고 힘드실 텐데 긴 시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이신 조미은 씨 만나봤습니다.

귀한 아드님 이지한 씨를 저희도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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