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받자 꼬리내린 애플…수수료 차별 없애기로

입력 2022.11.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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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애플 "수수료 체계 개선" … 공정위, 9월부터 조사
왜 국내 업체만 차별?… 업계 "5년간 3천억 원 더 챙겨"
'애플의 결단' 이례적으로 빨랐다… 그 배경엔?
'앱 마켓 강력 제재' 기조에 논란 조기 진화 나선 듯


지난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애플 본사에서 온 한 고위 임원이 조사 담당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지난 9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차별 의혹'과 관련해 면담하기 위해서입니다.

■애플 "수수료 체계 개선" … 공정위, 9월부터 조사

1개월여 뒤 애플은 어제(22일) "내년 1월부터 국내 개발자들을 위한 세금 서비스를 변경할 예정이다"라고 했습니다. 국내 앱 개발업체에 더 비싼 수수료율을 적용했다는 의혹에 공정위 조사까지 이어지자 재빨리 대응에 나선 겁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지 2개월여. 애플이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선 건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와 앱 마켓 시장 관련 우리 정부의 규제 움직임 등을 의식한 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의 신고를 받아 애플코리아를 현장조사했습니다. 애플이 앱 마켓을 운영하며 앱 내 결제(인앱결제) 등 결제 중개 수수료를 국내업체에만 차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이었습니다.

■왜 국내 업체만 차별?… 업계 "애플 3천억 원 넘게 더 챙겼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 스마트기기에서 앱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를 거쳐야 합니다. 애플은 앱 내에서의 결제도 자사를 통하도록 하는 정책을 고수해왔습니다.

이 결제서비스의 수수료율은 30%인데, 쉽게 말해 이용자가 100원을 애플에 결제하면 애플은 30원을 먼저 떼고 70원을 개발사에 정산해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앱 개발업체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해외 업체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애플은 앱 내 결제 금액에 부가가치세(VAT) 10%를 원천징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와 해외 개발사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온 것입니다.

예컨대 이용자가 서비스 1만 원에 1,000원 VAT를 더해 11,000원짜리를 결제한 경우, VAT 1,000원은 애플이 국세청에 내고 나머지 1만 원에 30% 수수료를 뗀 7,000원을 개발사에 줍니다. 이 단순한 계산은 해외에 적을 둔 개발사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습니다.

국내 개발사는 어떨까? 애플은 결제금액 11,000원에서 30%의 수수료를 먼저 뗐습니다. 국세청에 가는 세금에도 애플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겁니다. 남은 돈은 7,700원, 여기서 원천징수분 1,000원을 떼면 업체에는 6,700원이 돌아갑니다.

11,000원당 300원, 대략 2.72%를 적게 받는 셈인데 큰 차이 없는 것 같지만, 국내 개발사들은 이 금액이 쌓이고 쌓여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앱스토어의 부가가치세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개발사가 더 부담한 돈이 3,450억 원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애플의 결단' 이례적으로 빨랐다… 그 배경엔?

애플은 앞서 통신사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던 중 피해를 복구하고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이를 승인받아 제재를 면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건 2016년이고, 동의의결을 신청한 건 3년이 지난 2019년이었습니다.

앞선 사례와 달리 애플이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 공정위의 앱 마켓 관련 전방위 조사가 영향을 줬을 거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앱 마켓 생태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반독점법 차원에서 접근한 건 공정위가 먼저였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에 자사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사건에 대해 제재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보냈고 조만간 심의에 들어가 제재 여부와 수의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앱 마켓 강력 제재' 기조에 논란 조기 진화 나선 듯

스마트폰 등장 이후 운영체제(OS) 주도의 '앱 마켓 생태계'를 만들어온 구글과 애플이 한국 시장에서 제재를 받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 이에 영리한 애플은 한국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애플은 어제 수수료 체계 개선과 관련한 공식 입장에서 "한국 앱 개발자들과 가진 협업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들의 사업이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애플의 앱 마켓 생태계에서 국내 개발사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애플이 마음속 깊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대문사진: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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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조사 받자 꼬리내린 애플…수수료 차별 없애기로
    • 입력 2022-11-23 08:07:22
    취재K
애플 "수수료 체계 개선" … 공정위, 9월부터 조사<br />왜 국내 업체만 차별?… 업계 "5년간 3천억 원 더 챙겨"<br />'애플의 결단' 이례적으로 빨랐다… 그 배경엔?<br />'앱 마켓 강력 제재' 기조에 논란 조기 진화 나선 듯<br />

지난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애플 본사에서 온 한 고위 임원이 조사 담당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지난 9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차별 의혹'과 관련해 면담하기 위해서입니다.

■애플 "수수료 체계 개선" … 공정위, 9월부터 조사

1개월여 뒤 애플은 어제(22일) "내년 1월부터 국내 개발자들을 위한 세금 서비스를 변경할 예정이다"라고 했습니다. 국내 앱 개발업체에 더 비싼 수수료율을 적용했다는 의혹에 공정위 조사까지 이어지자 재빨리 대응에 나선 겁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지 2개월여. 애플이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선 건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와 앱 마켓 시장 관련 우리 정부의 규제 움직임 등을 의식한 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의 신고를 받아 애플코리아를 현장조사했습니다. 애플이 앱 마켓을 운영하며 앱 내 결제(인앱결제) 등 결제 중개 수수료를 국내업체에만 차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이었습니다.

■왜 국내 업체만 차별?… 업계 "애플 3천억 원 넘게 더 챙겼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 스마트기기에서 앱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를 거쳐야 합니다. 애플은 앱 내에서의 결제도 자사를 통하도록 하는 정책을 고수해왔습니다.

이 결제서비스의 수수료율은 30%인데, 쉽게 말해 이용자가 100원을 애플에 결제하면 애플은 30원을 먼저 떼고 70원을 개발사에 정산해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앱 개발업체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해외 업체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애플은 앱 내 결제 금액에 부가가치세(VAT) 10%를 원천징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와 해외 개발사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온 것입니다.

예컨대 이용자가 서비스 1만 원에 1,000원 VAT를 더해 11,000원짜리를 결제한 경우, VAT 1,000원은 애플이 국세청에 내고 나머지 1만 원에 30% 수수료를 뗀 7,000원을 개발사에 줍니다. 이 단순한 계산은 해외에 적을 둔 개발사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습니다.

국내 개발사는 어떨까? 애플은 결제금액 11,000원에서 30%의 수수료를 먼저 뗐습니다. 국세청에 가는 세금에도 애플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겁니다. 남은 돈은 7,700원, 여기서 원천징수분 1,000원을 떼면 업체에는 6,700원이 돌아갑니다.

11,000원당 300원, 대략 2.72%를 적게 받는 셈인데 큰 차이 없는 것 같지만, 국내 개발사들은 이 금액이 쌓이고 쌓여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앱스토어의 부가가치세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개발사가 더 부담한 돈이 3,450억 원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애플의 결단' 이례적으로 빨랐다… 그 배경엔?

애플은 앞서 통신사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던 중 피해를 복구하고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이를 승인받아 제재를 면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건 2016년이고, 동의의결을 신청한 건 3년이 지난 2019년이었습니다.

앞선 사례와 달리 애플이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 공정위의 앱 마켓 관련 전방위 조사가 영향을 줬을 거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앱 마켓 생태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반독점법 차원에서 접근한 건 공정위가 먼저였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에 자사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사건에 대해 제재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보냈고 조만간 심의에 들어가 제재 여부와 수의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앱 마켓 강력 제재' 기조에 논란 조기 진화 나선 듯

스마트폰 등장 이후 운영체제(OS) 주도의 '앱 마켓 생태계'를 만들어온 구글과 애플이 한국 시장에서 제재를 받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 이에 영리한 애플은 한국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애플은 어제 수수료 체계 개선과 관련한 공식 입장에서 "한국 앱 개발자들과 가진 협업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들의 사업이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애플의 앱 마켓 생태계에서 국내 개발사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애플이 마음속 깊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대문사진: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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