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피로 물든 경기장” 비판에도…카타르가 월드컵 여는 이유는?

입력 2022.11.23 (10:56) 수정 2022.11.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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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등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이 개막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카타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FIFA가 스포츠를 정치화하지 말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는데요.

역대 최초로 중동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의 이면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해 봅니다.

영국 BBC는 개막식을 보도하지 않았죠.

일종의 항의 표시인가요?

[기자]

네, BBC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TV 생중계를 시작 2분 만에 중단했습니다.

BBC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열악한 카타르 인권 실태와 이에 눈 감은 국제축구연맹, FIFA에 대한 비판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의 한 코미디언은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성소수자 인권 탄압이 심각한 카타르의 월드컵 홍보 모델을 맡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베컴에게 홍보 모델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면서, 그러면 자신의 돈을 성 소수자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1만 파운드, 우리 돈 약 천6백만 원을 분쇄기에 갈아버렸습니다.

덴마크의 축구대표팀은 서드 유니폼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카타르에서 노동착취로 숨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피파 회장이 카타르를 두둔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더 키웠잖아요?

[기자]

지아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이 월드컵 개막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 탄압 지적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카타르에 대한 유럽의 비판은 위선"이라며, "유럽인들이 지난 3천 년 동안 해온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3천 년 동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잔니 인판티노/FIFA 회장 : "카타르는 실제로 이주 노동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와서 고국에서 버는 돈보다 10배를 더 법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 "피파는 축구 단체이지 정치 단체가 아니"라며 카타르에 대한 비판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스포츠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카타르의 인권 실태를 외면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을 두고 이주 노동자들의 '피로 물든 경기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가 6천 5백 명 넘게 숨졌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는데요.

카타르 당국은 이 사망 수치가 모두 월드컵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며, 월드컵 관련 산업재해 사망은 단 3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성 소수자 탄압도 심각한데요.

특히 동성애는 최대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범죄 행위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국제 인권 단체는 카타르가 동성애자들을 구금하고 동성애 전환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 월드컵이 최초의 탄소 중립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홍보를 많이 했는데, 이것도 실상은 많이 달랐죠?

[기자]

에어컨 가동을 위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확보하고, 친환경 이동 수단을 활용하기로 하는 등 '탄소 중립 월드컵'으로 치르겠다는 계획이었죠.

하지만 환경 단체들의 말은 다릅니다.

국제 환경 단체 '카본마켓워치'가 조사를 해보니 카타르가 축구 경기장 6개를 짓는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의 양을 실제보다 적게 집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는 5백만 톤 정도인데, 360만 톤으로 줄여 계산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사실 월드컵은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닙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보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모두 14번의 대회에서 경제적으로 이득이 난 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특히 카타르는 경기장과 도로, 호텔 등 도시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죠.

이런 재정적 손해에도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유는 결국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 위한 것 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독일의 한 싱크탱크는 "스포츠와 과학, 두 분야에서 카타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이번 월드컵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전통 강국들 사이에서 인구 290만의 작은 나라 카타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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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피로 물든 경기장” 비판에도…카타르가 월드컵 여는 이유는?
    • 입력 2022-11-23 10:56:11
    • 수정2022-11-23 11:25:34
    지구촌뉴스
[앵커]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등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이 개막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카타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FIFA가 스포츠를 정치화하지 말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는데요.

역대 최초로 중동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의 이면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해 봅니다.

영국 BBC는 개막식을 보도하지 않았죠.

일종의 항의 표시인가요?

[기자]

네, BBC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TV 생중계를 시작 2분 만에 중단했습니다.

BBC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열악한 카타르 인권 실태와 이에 눈 감은 국제축구연맹, FIFA에 대한 비판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의 한 코미디언은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성소수자 인권 탄압이 심각한 카타르의 월드컵 홍보 모델을 맡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베컴에게 홍보 모델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면서, 그러면 자신의 돈을 성 소수자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1만 파운드, 우리 돈 약 천6백만 원을 분쇄기에 갈아버렸습니다.

덴마크의 축구대표팀은 서드 유니폼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카타르에서 노동착취로 숨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피파 회장이 카타르를 두둔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더 키웠잖아요?

[기자]

지아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이 월드컵 개막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 탄압 지적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카타르에 대한 유럽의 비판은 위선"이라며, "유럽인들이 지난 3천 년 동안 해온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3천 년 동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잔니 인판티노/FIFA 회장 : "카타르는 실제로 이주 노동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와서 고국에서 버는 돈보다 10배를 더 법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 "피파는 축구 단체이지 정치 단체가 아니"라며 카타르에 대한 비판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스포츠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카타르의 인권 실태를 외면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을 두고 이주 노동자들의 '피로 물든 경기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가 6천 5백 명 넘게 숨졌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는데요.

카타르 당국은 이 사망 수치가 모두 월드컵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며, 월드컵 관련 산업재해 사망은 단 3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성 소수자 탄압도 심각한데요.

특히 동성애는 최대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범죄 행위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국제 인권 단체는 카타르가 동성애자들을 구금하고 동성애 전환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 월드컵이 최초의 탄소 중립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홍보를 많이 했는데, 이것도 실상은 많이 달랐죠?

[기자]

에어컨 가동을 위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확보하고, 친환경 이동 수단을 활용하기로 하는 등 '탄소 중립 월드컵'으로 치르겠다는 계획이었죠.

하지만 환경 단체들의 말은 다릅니다.

국제 환경 단체 '카본마켓워치'가 조사를 해보니 카타르가 축구 경기장 6개를 짓는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의 양을 실제보다 적게 집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는 5백만 톤 정도인데, 360만 톤으로 줄여 계산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사실 월드컵은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닙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보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모두 14번의 대회에서 경제적으로 이득이 난 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특히 카타르는 경기장과 도로, 호텔 등 도시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죠.

이런 재정적 손해에도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유는 결국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 위한 것 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독일의 한 싱크탱크는 "스포츠와 과학, 두 분야에서 카타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이번 월드컵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전통 강국들 사이에서 인구 290만의 작은 나라 카타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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