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공세 전환’?…승자는 있을까

입력 2022.11.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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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22일 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캄보디아 심장질환 어린이와 찍은 사진이 일종의 '연출 사진'이라는, '허위 주장'을 계속했다는 게 고발 이유입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대통령실을 둘러싼 여러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특히나 야당 의원을 직접 고발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은 사실과 다른 의혹도 성실히 설명했을 뿐 법적 조치는 자제해왔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출근길 문답 때 MBC 기자가 공격적인 질문을 하고 대통령실 비서관과 설전을 벌이자, 문답을 전격 중단한 데 이은 또 다른 강경 조치로 보입니다.

■ "공세로 전환? 원칙적 대응일 뿐"

대통령실의 이 같은 '강경 조치'는, 지난 뉴욕 순방 당시 이른바 '비속어 논란' 이후의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로 전환한 듯한 모양새로도 해석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대통령실이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그게 아니라, '원칙'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익 최우선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장경태 의원의 주장이나 MBC 측은 '원칙'을 넘어섰기 때문에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원칙' 문제라면, 윤 대통령의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에 대한 대응과 장경태 의원에 대한 대응은 왜 다른지 물었습니다.

김 의원의 주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대응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게 많이 드러났지만, 장 의원은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허위 주장을 이어갔다, '악의적'으로 보인다는 게 대통령실 참모의 얘기였습니다.

또 다른 대통령실 참모도 '강경 대응', '공세 전환'이라는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참았는데 도를 넘어섰다. (장경태 의원 주장이) 사실이 아닌 얘기로 증명됐는데 또 외신을 얘기한다. 그런데 외신도 가짜였다. 그럼 (사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누구한테 있나? 언론이 '팩트체크'도 안 해주니, 법적 조치밖에 없다. 그게 어떻게 강경 대응인가?" 대통령실 참모의 말입니다.

■ 지지층 다지기?…지지율에는 손해?

참모들의 설명과 달리, 최근 대통령실의 대응은 '지지층 다지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국정 지지율이 30%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강경 조치로 지지층을 결집해 박스권을 우선 탈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집권 첫 해, 여소야대 속에 국정과제를 힘있게 추진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라도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이번 동남아 순방과 연이은 정상회담의 성과가 적지 않은데, 오히려 그런 의혹에 대응하지 않고 성과만 부각하는 게 지지율에는 도움이 될 거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응하지 말자는 참모들도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말했습니다.


■ "필요한 문제에는 손도 못 대고…"

결국, 이런저런 상황, 앞뒤를 재보고 나온 '전략적 대응'이 아니라, '원칙적 대응'이라는 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설명인 셈입니다.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유'만큼이나 강조해 온 단어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원칙'이 왜 다른 진영의 혹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느냐, '자기 편' 에게는 적용되지 않느냐 하는 일부의 지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법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는, '법과 원칙'을 넘어서는 정무적 판단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있습니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그렇다면 대통령실의 조치가 '강경 대응·공세 전환'이든 '원칙적 대응'이든, 이를 통해 대통령실이, 또 국민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던 금태섭 전 의원은 23일 SNS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르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임무다.……
앞으로 며칠간 우리는 1) 기자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장소에서 쓰레빠(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끼는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2)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는가 아닌가 라는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설사 정답을 낸다 한들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들일까?…
…우리는 정작 필요한 문제들에는 손도 못 대보고, 쓰잘데기 없는 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날밤을 새우게 된다. 이게 정치의 실패가 아니면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월요일 국무회의부터 오늘(23일) 수출전략회의까지, 해외 순방과 정상회담의 결과가 실제 경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노력, 정치권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과 성과가 국민들에게 잘 가닿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는 참모들도 있습니다. 야당 의원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특정 기자의 '도를 넘은' 행동이, 이런 노력과 성과를 가려버리니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의 '쓴소리'를 곱씹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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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의 ‘공세 전환’?…승자는 있을까
    • 입력 2022-11-23 15:35:38
    취재K

대통령실이 22일 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캄보디아 심장질환 어린이와 찍은 사진이 일종의 '연출 사진'이라는, '허위 주장'을 계속했다는 게 고발 이유입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대통령실을 둘러싼 여러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특히나 야당 의원을 직접 고발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은 사실과 다른 의혹도 성실히 설명했을 뿐 법적 조치는 자제해왔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출근길 문답 때 MBC 기자가 공격적인 질문을 하고 대통령실 비서관과 설전을 벌이자, 문답을 전격 중단한 데 이은 또 다른 강경 조치로 보입니다.

■ "공세로 전환? 원칙적 대응일 뿐"

대통령실의 이 같은 '강경 조치'는, 지난 뉴욕 순방 당시 이른바 '비속어 논란' 이후의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로 전환한 듯한 모양새로도 해석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대통령실이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그게 아니라, '원칙'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익 최우선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장경태 의원의 주장이나 MBC 측은 '원칙'을 넘어섰기 때문에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원칙' 문제라면, 윤 대통령의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에 대한 대응과 장경태 의원에 대한 대응은 왜 다른지 물었습니다.

김 의원의 주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대응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게 많이 드러났지만, 장 의원은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허위 주장을 이어갔다, '악의적'으로 보인다는 게 대통령실 참모의 얘기였습니다.

또 다른 대통령실 참모도 '강경 대응', '공세 전환'이라는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참았는데 도를 넘어섰다. (장경태 의원 주장이) 사실이 아닌 얘기로 증명됐는데 또 외신을 얘기한다. 그런데 외신도 가짜였다. 그럼 (사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누구한테 있나? 언론이 '팩트체크'도 안 해주니, 법적 조치밖에 없다. 그게 어떻게 강경 대응인가?" 대통령실 참모의 말입니다.

■ 지지층 다지기?…지지율에는 손해?

참모들의 설명과 달리, 최근 대통령실의 대응은 '지지층 다지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국정 지지율이 30%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강경 조치로 지지층을 결집해 박스권을 우선 탈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집권 첫 해, 여소야대 속에 국정과제를 힘있게 추진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라도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이번 동남아 순방과 연이은 정상회담의 성과가 적지 않은데, 오히려 그런 의혹에 대응하지 않고 성과만 부각하는 게 지지율에는 도움이 될 거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응하지 말자는 참모들도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말했습니다.


■ "필요한 문제에는 손도 못 대고…"

결국, 이런저런 상황, 앞뒤를 재보고 나온 '전략적 대응'이 아니라, '원칙적 대응'이라는 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설명인 셈입니다.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유'만큼이나 강조해 온 단어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원칙'이 왜 다른 진영의 혹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느냐, '자기 편' 에게는 적용되지 않느냐 하는 일부의 지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법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는, '법과 원칙'을 넘어서는 정무적 판단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있습니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그렇다면 대통령실의 조치가 '강경 대응·공세 전환'이든 '원칙적 대응'이든, 이를 통해 대통령실이, 또 국민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던 금태섭 전 의원은 23일 SNS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르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임무다.……
앞으로 며칠간 우리는 1) 기자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장소에서 쓰레빠(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끼는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2)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는가 아닌가 라는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설사 정답을 낸다 한들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들일까?…
…우리는 정작 필요한 문제들에는 손도 못 대보고, 쓰잘데기 없는 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날밤을 새우게 된다. 이게 정치의 실패가 아니면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월요일 국무회의부터 오늘(23일) 수출전략회의까지, 해외 순방과 정상회담의 결과가 실제 경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노력, 정치권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과 성과가 국민들에게 잘 가닿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는 참모들도 있습니다. 야당 의원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특정 기자의 '도를 넘은' 행동이, 이런 노력과 성과를 가려버리니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의 '쓴소리'를 곱씹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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