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왕따’ 빈 살만, 월드컵 계기로 국제무대 돌아오나

입력 2022.11.23 (17:12) 수정 2022.11.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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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기적', '루사일의 기적'으로 아랍 국가들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축구의 신' 메시를 잠재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바람'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열광하고 있는데요. 여기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입니다.

최근까지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적 왕따'였습니다. 여성권 억압, 예멘 내전 개입, 여기에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까지. 미국 정보기관이 왕세자가 캬슈끄지 암살을 지시한 배후라는 정보를 공개한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국제 사회에서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 서방국 사이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입지는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사우디가 개최하는 국제 행사의 참석률이 떨어진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해집니다. 서방국들은 러시아 제재와 에너지 부족 등으로 인해 거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도 다시 커진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 AFP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 AFP

실제로 왕세자는 7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났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의 말을 뒤집고 왕세자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원유 증산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왕세자를 환대한 국가 지도자들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제무대 귀환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됐습니다.

여기에 지난 17일,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 관련 소송에서 미국으로부터 면책 특권도 인정받으면서 방점을 찍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태국을 순방한 왕세자는 그 후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기로 했던 회담 일정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낸 왕세자의 '존재감'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가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로 다시 이동했다"다고 평가하면서 "개막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옆에 앉아 존재감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SNS 캡처무함마드 빈 살만 SNS 캡처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의 승리로 또다시 주목받게 된 빈 살만 왕세자. 워싱턴포스트도 "아르헨티나전 승리로 사우디 왕세자의 한 달이 승리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왕세자는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기쁨을 가족들과 나누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 막툼 두바이 국왕이자 UAE 총리의 SNS 캡처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 막툼 두바이 국왕이자 UAE 총리의 SNS 캡처

두바이 국왕이자 UAE 총리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 막툼은 자신의 SNS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에 대해 "승리할 자격이 있다. 전투적인 경기였다. 아랍의 기쁨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올렸는데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제적 왕따에서 정치적으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입니다.

(대문사진: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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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적 왕따’ 빈 살만, 월드컵 계기로 국제무대 돌아오나
    • 입력 2022-11-23 17:12:49
    • 수정2022-11-23 17: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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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기적', '루사일의 기적'으로 아랍 국가들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축구의 신' 메시를 잠재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바람'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열광하고 있는데요. 여기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입니다.

최근까지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적 왕따'였습니다. 여성권 억압, 예멘 내전 개입, 여기에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까지. 미국 정보기관이 왕세자가 캬슈끄지 암살을 지시한 배후라는 정보를 공개한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국제 사회에서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 서방국 사이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입지는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사우디가 개최하는 국제 행사의 참석률이 떨어진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해집니다. 서방국들은 러시아 제재와 에너지 부족 등으로 인해 거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도 다시 커진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 AFP
실제로 왕세자는 7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났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의 말을 뒤집고 왕세자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원유 증산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왕세자를 환대한 국가 지도자들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제무대 귀환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됐습니다.

여기에 지난 17일,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 관련 소송에서 미국으로부터 면책 특권도 인정받으면서 방점을 찍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태국을 순방한 왕세자는 그 후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기로 했던 회담 일정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낸 왕세자의 '존재감'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가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로 다시 이동했다"다고 평가하면서 "개막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옆에 앉아 존재감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SNS 캡처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의 승리로 또다시 주목받게 된 빈 살만 왕세자. 워싱턴포스트도 "아르헨티나전 승리로 사우디 왕세자의 한 달이 승리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왕세자는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기쁨을 가족들과 나누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 막툼 두바이 국왕이자 UAE 총리의 SNS 캡처
두바이 국왕이자 UAE 총리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알 막툼은 자신의 SNS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에 대해 "승리할 자격이 있다. 전투적인 경기였다. 아랍의 기쁨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올렸는데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제적 왕따에서 정치적으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입니다.

(대문사진: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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