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뒤덮은 일회용품 쓰레기…“치울 수가 없어요”

입력 2022.11.23 (21:38) 수정 2022.11.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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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한층 강화됩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이든 '종이'든 다 금지됩니다.

일회용 빨대는, '종이'는 허용되지만 '플라스틱'은 안 됩니다.

비닐봉투는 그동안 대형마트에서만 금지돼왔는데, 앞으로는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도 제공할 수 없습니다.

1년의 계도 기간이 주어지긴 하지만, 어느 정도 불편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불편을 감수하려는 이유 생생히 보여주는 곳이 바로 바다입니다.

바다 쓰레기의 88.5%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종착지가 바로 바다인 셈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육지에 비해 쓰레기를 치우기 어렵고 관련 법령도 허술합니다.

김혜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절경.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청정 바다'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곳 섬들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통영에서 배로 15분 거리인 학림도, 곳곳이, 쓰레기 천지입니다.

스티로폼 어구에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까지.

주민들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전정권/마을 이장 : "과거에는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수거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있고 이러니까, 연로해가지고."]

인접한 섬들도 마찬가지.

움푹한 해변마다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내륙 해안과 달리, 섬에는 '관리의 손길'이 잘 닿지 않습니다.

[강순성/국립공원관리공단 해양관리팀장 : "접근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 많아서 월 1회, 또는 분기에 1회 정도밖에 (수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고요."]

한 달에 한 번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옵니다.

20여 명이 단 3시간 동안 모은 게 4천 리터 분량입니다.

[김정수/인제대 미래인재교육원 팀장 : "해양쓰레기라면 해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비탈진 산속에까지 이렇게 폐어구들이나 스티로폼이 나와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섬에선 소각이나 매립을 못하니 육지로 옮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수거한 이 쓰레기, 해변가에 이렇게 망에 넣어 묶어뒀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이 쓰레기를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양이 많다 보니 일반 선박엔 실을 수도 없고, 크레인 등이 장착된 별도의 정화 운반선이 필요합니다.

통영에 딱 1대, 전국을 통틀어도 10대 수준입니다.

[남용웅/통영아라호 선장 : "(쓰레기가) 최소한 여섯 망 이상 나올 정도 되면 거기 한 곳을 가고, 안 그러면 (섬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모아놓은 쓰레기들도 또 몇 달씩 쌓여있기 일쑤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해양생태팀 : "이런 도서 지역은 쓰레기가 잘 치워지지 않고, 사실은 방치되고 있다고 보시는 게…."]

이러는 사이 수거해 놓은 쓰레기들은 알게 모르게 바다로, 다시 휩쓸려 들기도 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앵커]

이렇게 넘쳐나는 바다 쓰레기.

그럼 누가 치워야 할까요?

'책임'이 명시된 기관이 없는 건 아닌데, 관할권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있다 보니 아무도 '책임지고' 나서는 데가 없습니다.

이어서 황다예 기잡니다.

[리포트]

낙조가 아름다운 낙동강 하구.

강과 바다가 만나 곳곳에 모래섬이 형성됐습니다.

철새 도래지이기도 해서 이 일대 전역이 천연기념물입니다.

사람의 접근은 엄격히 통제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쓰는 플라스틱병과, 어업에 쓰는 염산통,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가 방치된 채 녹슬어 있습니다.

곱기만 한 모래밭.

속을 들춰보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김수정/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 : "(돗자리가 여기 있을 이유가 뭘까요?) 이건 아마 낙동강 저 위쪽에서 수문이 열릴 때 아마 같이 떠내려온 것 같아요 보니까."]

치우지 못한 쓰레기들이 몇 년씩 방치돼 있다, 끝내 인근 바다로 유입되기도 합니다.

[김종철/정거마을 주민 : "그 옆에 배 하나 있죠. 그것도 벌써 한 7년 됐어요. 태풍 오죠. 저거 다 날아갑니다. (어디로요?) 바다로 다 날아가죠."]

이 문제를 처리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강에서 내려온 쓰레기는 환경부, 바다에 떠있는 건 해수부, 해안으로 떠밀려온 건 지자체가 각각 수거 책임을 집니다.

여기에, 낙동강 하구는 천연기념물이라 문화재청과 국토부 관할이기도 합니다.

책임 주체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설 곳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김경신/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 "플라스틱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방치가 되면 미세화가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영향이 큰 도서는 쓰레기가 많고 적고와 관계없이 먼저 치워주는 그런 정책들이 부처 간의 어떤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지난해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고작 한 번 본회의를 열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올해 초 유엔환경총회에선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는 국제 협약 마련에 전향적으로 합의했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형준 류재현/영상편집:차정남 강정희/그래픽:최민영 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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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뒤덮은 일회용품 쓰레기…“치울 수가 없어요”
    • 입력 2022-11-23 21:38:22
    • 수정2022-11-23 22: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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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한층 강화됩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이든 '종이'든 다 금지됩니다.

일회용 빨대는, '종이'는 허용되지만 '플라스틱'은 안 됩니다.

비닐봉투는 그동안 대형마트에서만 금지돼왔는데, 앞으로는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도 제공할 수 없습니다.

1년의 계도 기간이 주어지긴 하지만, 어느 정도 불편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불편을 감수하려는 이유 생생히 보여주는 곳이 바로 바다입니다.

바다 쓰레기의 88.5%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종착지가 바로 바다인 셈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육지에 비해 쓰레기를 치우기 어렵고 관련 법령도 허술합니다.

김혜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절경.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청정 바다'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곳 섬들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통영에서 배로 15분 거리인 학림도, 곳곳이, 쓰레기 천지입니다.

스티로폼 어구에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까지.

주민들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전정권/마을 이장 : "과거에는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수거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있고 이러니까, 연로해가지고."]

인접한 섬들도 마찬가지.

움푹한 해변마다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내륙 해안과 달리, 섬에는 '관리의 손길'이 잘 닿지 않습니다.

[강순성/국립공원관리공단 해양관리팀장 : "접근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 많아서 월 1회, 또는 분기에 1회 정도밖에 (수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고요."]

한 달에 한 번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옵니다.

20여 명이 단 3시간 동안 모은 게 4천 리터 분량입니다.

[김정수/인제대 미래인재교육원 팀장 : "해양쓰레기라면 해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비탈진 산속에까지 이렇게 폐어구들이나 스티로폼이 나와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섬에선 소각이나 매립을 못하니 육지로 옮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수거한 이 쓰레기, 해변가에 이렇게 망에 넣어 묶어뒀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이 쓰레기를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양이 많다 보니 일반 선박엔 실을 수도 없고, 크레인 등이 장착된 별도의 정화 운반선이 필요합니다.

통영에 딱 1대, 전국을 통틀어도 10대 수준입니다.

[남용웅/통영아라호 선장 : "(쓰레기가) 최소한 여섯 망 이상 나올 정도 되면 거기 한 곳을 가고, 안 그러면 (섬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모아놓은 쓰레기들도 또 몇 달씩 쌓여있기 일쑤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해양생태팀 : "이런 도서 지역은 쓰레기가 잘 치워지지 않고, 사실은 방치되고 있다고 보시는 게…."]

이러는 사이 수거해 놓은 쓰레기들은 알게 모르게 바다로, 다시 휩쓸려 들기도 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앵커]

이렇게 넘쳐나는 바다 쓰레기.

그럼 누가 치워야 할까요?

'책임'이 명시된 기관이 없는 건 아닌데, 관할권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있다 보니 아무도 '책임지고' 나서는 데가 없습니다.

이어서 황다예 기잡니다.

[리포트]

낙조가 아름다운 낙동강 하구.

강과 바다가 만나 곳곳에 모래섬이 형성됐습니다.

철새 도래지이기도 해서 이 일대 전역이 천연기념물입니다.

사람의 접근은 엄격히 통제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쓰는 플라스틱병과, 어업에 쓰는 염산통,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가 방치된 채 녹슬어 있습니다.

곱기만 한 모래밭.

속을 들춰보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김수정/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 : "(돗자리가 여기 있을 이유가 뭘까요?) 이건 아마 낙동강 저 위쪽에서 수문이 열릴 때 아마 같이 떠내려온 것 같아요 보니까."]

치우지 못한 쓰레기들이 몇 년씩 방치돼 있다, 끝내 인근 바다로 유입되기도 합니다.

[김종철/정거마을 주민 : "그 옆에 배 하나 있죠. 그것도 벌써 한 7년 됐어요. 태풍 오죠. 저거 다 날아갑니다. (어디로요?) 바다로 다 날아가죠."]

이 문제를 처리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강에서 내려온 쓰레기는 환경부, 바다에 떠있는 건 해수부, 해안으로 떠밀려온 건 지자체가 각각 수거 책임을 집니다.

여기에, 낙동강 하구는 천연기념물이라 문화재청과 국토부 관할이기도 합니다.

책임 주체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설 곳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김경신/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 "플라스틱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방치가 되면 미세화가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영향이 큰 도서는 쓰레기가 많고 적고와 관계없이 먼저 치워주는 그런 정책들이 부처 간의 어떤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지난해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고작 한 번 본회의를 열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올해 초 유엔환경총회에선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는 국제 협약 마련에 전향적으로 합의했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형준 류재현/영상편집:차정남 강정희/그래픽:최민영 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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