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 공작’ 연루자 19년간 2,921명…“전역 후에도 프락치 강요”

입력 2022.11.23 (21:45) 수정 2022.11.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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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는 대학생 등을 강제로 입영시키고, 이른바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건 국가의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진실화해위원회가 결론냈습니다.

19년 동안 정부 여러 기관들이 동원됐고, 확인된 피해자만 2천 9백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윤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980년 서울대 4학년생이던 권형택 씨.

학내 시위로 수배 명단에 오른 뒤, 갑작스레 입영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자원한 적도 없는데, 모든 절차를 건너뛴 입대였습니다.

[권형택/녹화공작 피해자 : "9월 4일 입대인데, 제가 받은 게 9월 1일쯤 받았어요. 신체검사 이런 것도 없이..."]

학생운동 동력을 꺾기 위해 군대로 보내버리는, 대표적인 '녹화공작' 수법이었습니다.

당시 작성된 기밀 자료를 보면, 권 씨는 'A급 관심 대상'으로 분류돼, 전역할 때까지 매달 두 차례씩 근무 동향이 파악됐습니다.

또 어느 날엔 난데없이 보안사령부로 불려가, 학생운동 동료들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취조와 고문을 보름간 당하기도 했습니다.

[권형택/녹화공작 피해자 : "(친구를 만나서) 불온한 활동이 있는지를 대화해서 현재 활동상황을 보고하라..."]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이런 일에 휘말렸던 사람이 총 2,900여 명이고, 거기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윤영찬·기동민 민주당 의원 등도 포함됐습니다.

187명은, 중대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이 국가폭력에는 국방부와 병무청뿐 아니라 내무부, 법무부, 문교부까지 수많은 부처가 동원됐는데, '녹화공작'은 전담 조직이 사라진 뒤에도, 이름만 '선도업무'로 바꿔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됐습니다.

[정근식/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프락치 임무를 강요하는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발생케 한 사실에 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권고합니다."]

'녹화공작' 대상자들은 전역 후에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시위 징후 포착' 등의 임무를 부여받은 정황이 보안사 문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권형택/강제징집·녹화공작 피해자 : "제대할 때도 보안사에 들러서 앞으로 우리 일에 협조하라는 이런 강요를 받고..."]

올해 '프락치' 논란이 불거졌던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발표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호영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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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화 공작’ 연루자 19년간 2,921명…“전역 후에도 프락치 강요”
    • 입력 2022-11-23 21:45:08
    • 수정2022-11-23 22: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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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는 대학생 등을 강제로 입영시키고, 이른바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건 국가의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진실화해위원회가 결론냈습니다.

19년 동안 정부 여러 기관들이 동원됐고, 확인된 피해자만 2천 9백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윤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980년 서울대 4학년생이던 권형택 씨.

학내 시위로 수배 명단에 오른 뒤, 갑작스레 입영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자원한 적도 없는데, 모든 절차를 건너뛴 입대였습니다.

[권형택/녹화공작 피해자 : "9월 4일 입대인데, 제가 받은 게 9월 1일쯤 받았어요. 신체검사 이런 것도 없이..."]

학생운동 동력을 꺾기 위해 군대로 보내버리는, 대표적인 '녹화공작' 수법이었습니다.

당시 작성된 기밀 자료를 보면, 권 씨는 'A급 관심 대상'으로 분류돼, 전역할 때까지 매달 두 차례씩 근무 동향이 파악됐습니다.

또 어느 날엔 난데없이 보안사령부로 불려가, 학생운동 동료들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취조와 고문을 보름간 당하기도 했습니다.

[권형택/녹화공작 피해자 : "(친구를 만나서) 불온한 활동이 있는지를 대화해서 현재 활동상황을 보고하라..."]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이런 일에 휘말렸던 사람이 총 2,900여 명이고, 거기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윤영찬·기동민 민주당 의원 등도 포함됐습니다.

187명은, 중대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이 국가폭력에는 국방부와 병무청뿐 아니라 내무부, 법무부, 문교부까지 수많은 부처가 동원됐는데, '녹화공작'은 전담 조직이 사라진 뒤에도, 이름만 '선도업무'로 바꿔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됐습니다.

[정근식/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프락치 임무를 강요하는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발생케 한 사실에 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권고합니다."]

'녹화공작' 대상자들은 전역 후에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시위 징후 포착' 등의 임무를 부여받은 정황이 보안사 문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권형택/강제징집·녹화공작 피해자 : "제대할 때도 보안사에 들러서 앞으로 우리 일에 협조하라는 이런 강요를 받고..."]

올해 '프락치' 논란이 불거졌던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발표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호영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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