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에 개나리가?…계절의 ‘역주행’

입력 2022.11.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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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제공 : 시청자 강경오〉지난 18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제공 : 시청자 강경오〉

"봄 날씨 같지 않아?", "11월인데 왜 이렇게 따뜻해?"

요즘 이런 얘기 한, 두 번쯤 주고 받지 않으셨나요? 실제로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는데, 봄의 전령 '개나리'가 피었다는 제보가 최근 잇따랐습니다.

위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촬영한 건데요. 줄기를 따라 한 줄로 핀 개나리의 자태에 순간 '봄인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절기 ‘소설’에 핀 개나리 〈제공 : 시청자 홍성균〉절기 ‘소설’에 핀 개나리 〈제공 : 시청자 홍성균〉

때아닌 개나리 소식, 경기도 화성에서도 들어왔습니다. "앞마당에 개나리가 피었네요"라며 제보해 주신 사진인데요. 사진 속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었고, 그 아래로 개화가 임박한 봉오리도 볼 수 있습니다.

겨울의 문턱에서 핀 봄의 전령. 계절을 착각한 개나리 탓일까요? 아니면 개나리를 헷갈리게 한 이상한 날씨가 탓일까요?

■ 봄꽃 깨운 11월…기온은?

개나리 제보를 보니, 이달 기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래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회색 선은 11월 평년 일 평균 기온이고, 붉은색 선은 올해 11월 일 평균 기온입니다.
이달 초에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평년보다 추웠죠. 특히 지난 4일에는 중부 지방 곳곳이 올 가을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기온이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포근한 올해 11월,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따뜻한 걸까요?

먼저, 이번 달 평균 기온은 10.2도(1일~23일 기준)로 3~4월 평균 기온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상 기록은 일반적으로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를 비교하는데요. 1973년 이후 11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기온과 비교해 보니 역대 네 번째로 포근했습니다.

기록을 비교해 보니 가장 따뜻했던 11월은 2011년이었습니다. 올해와 같은 기간(1일~23일)을 따져보니 당시 일 평균 기온은 11.7도까지 올랐습니다. 그 다음은 11.5도를 기록한 2015년이었습니다.

1위에 오른 2011년, 기온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해 11월 초 전주의 최고기온은 28도, 광주가 27.1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겨울의 문턱 11월에 여름 날씨가 이어진 거죠.

■ '봄 같은 11월' 언제까지 계속될까?

계절을 역주행한 것 같은 11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일수록 평년보다 따뜻한 공기의 영향을, 파란색은 찬 공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우리나라를 보면, 서쪽에 빨갛게 뭉쳐있는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반면 위쪽 동아시아 일대에는 파란색이 뭉쳐있는데요. 북극 찬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고 갇혀있는 겁니다. 원래 이맘때쯤에는 이 찬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와 추위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위에서 발목을 잡혀 우리나라로 추위를 몰고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500hPa 지위고도 편차 (제공: 기상청)500hPa 지위고도 편차 (제공: 기상청)

그런데 포근한 11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겠습니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북쪽에 갇혀있는 찬 공기가 점차 우리나라로 남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나온 예보대로라면, 이번 주말 기온이 한차례 뚝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주 초반에는 추위와 포근한 날이 엎치락뒤치락하다 11월 마지막 날인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기온이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데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뒤, 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고, 낮에도 1도에 머무르며 평년 기온을 밑돌겠습니다.


그리고 12월의 첫날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찾아 오겠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며 한파 특보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초겨울에는 매서운 추위가 예상됩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봄날 같은 11월'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계절의 역주행'을 찬찬히 만끽하면서 오는 겨울을 맞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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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小雪)에 개나리가?…계절의 ‘역주행’
    • 입력 2022-11-24 12:01:06
    취재K
지난 18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제공 : 시청자 강경오〉
"봄 날씨 같지 않아?", "11월인데 왜 이렇게 따뜻해?"

요즘 이런 얘기 한, 두 번쯤 주고 받지 않으셨나요? 실제로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는데, 봄의 전령 '개나리'가 피었다는 제보가 최근 잇따랐습니다.

위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촬영한 건데요. 줄기를 따라 한 줄로 핀 개나리의 자태에 순간 '봄인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절기 ‘소설’에 핀 개나리 〈제공 : 시청자 홍성균〉
때아닌 개나리 소식, 경기도 화성에서도 들어왔습니다. "앞마당에 개나리가 피었네요"라며 제보해 주신 사진인데요. 사진 속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었고, 그 아래로 개화가 임박한 봉오리도 볼 수 있습니다.

겨울의 문턱에서 핀 봄의 전령. 계절을 착각한 개나리 탓일까요? 아니면 개나리를 헷갈리게 한 이상한 날씨가 탓일까요?

■ 봄꽃 깨운 11월…기온은?

개나리 제보를 보니, 이달 기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래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회색 선은 11월 평년 일 평균 기온이고, 붉은색 선은 올해 11월 일 평균 기온입니다.
이달 초에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평년보다 추웠죠. 특히 지난 4일에는 중부 지방 곳곳이 올 가을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기온이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포근한 올해 11월,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따뜻한 걸까요?

먼저, 이번 달 평균 기온은 10.2도(1일~23일 기준)로 3~4월 평균 기온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상 기록은 일반적으로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를 비교하는데요. 1973년 이후 11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기온과 비교해 보니 역대 네 번째로 포근했습니다.

기록을 비교해 보니 가장 따뜻했던 11월은 2011년이었습니다. 올해와 같은 기간(1일~23일)을 따져보니 당시 일 평균 기온은 11.7도까지 올랐습니다. 그 다음은 11.5도를 기록한 2015년이었습니다.

1위에 오른 2011년, 기온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해 11월 초 전주의 최고기온은 28도, 광주가 27.1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겨울의 문턱 11월에 여름 날씨가 이어진 거죠.

■ '봄 같은 11월' 언제까지 계속될까?

계절을 역주행한 것 같은 11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일수록 평년보다 따뜻한 공기의 영향을, 파란색은 찬 공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우리나라를 보면, 서쪽에 빨갛게 뭉쳐있는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반면 위쪽 동아시아 일대에는 파란색이 뭉쳐있는데요. 북극 찬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고 갇혀있는 겁니다. 원래 이맘때쯤에는 이 찬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와 추위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위에서 발목을 잡혀 우리나라로 추위를 몰고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500hPa 지위고도 편차 (제공: 기상청)
그런데 포근한 11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겠습니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북쪽에 갇혀있는 찬 공기가 점차 우리나라로 남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나온 예보대로라면, 이번 주말 기온이 한차례 뚝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주 초반에는 추위와 포근한 날이 엎치락뒤치락하다 11월 마지막 날인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기온이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데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뒤, 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고, 낮에도 1도에 머무르며 평년 기온을 밑돌겠습니다.


그리고 12월의 첫날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찾아 오겠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며 한파 특보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초겨울에는 매서운 추위가 예상됩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봄날 같은 11월'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계절의 역주행'을 찬찬히 만끽하면서 오는 겨울을 맞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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