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올해 말 대부분 복구”…대비 가능한 재난이었나

입력 2022.11.2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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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기 넘는 역사의 포스코에게 9월 6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초대형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창립 이래 처음 포항제철소 부지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만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79일째인 오늘도 피해 복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포항제철소는 빠른 속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당초 ‘복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성과입니다.

■ 기록적 폭우…여의도보다 넓은 포항제철소 전체가 침수

9월 6일 새벽, 기록적인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졌습니다. 당일 새벽에 내린 비만 350mm가 넘었는데, 마침 만조 시간이 겹치면서 포항제철소와 바로 옆 냉천의 수위가 순식간에 불어나 결국 포항제철소 안으로 물이 들어찼습니다. 냉천에서 가까운 압연(철을 강판이나 선재로 만드는 공정) 공장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제선(쇳물을 생산)‧제강(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반제품을 만듬) 공장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침수 피해가 났습니다. 무엇보다 전력설비에도 물이 차 정전이 되면서 공장 어느 곳도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높이 3미터가 넘는 입구 안내 초소가 거의 물에 잠길 정도였습니다. 포스코관계자는 “당시 여의도 면적보다 넓은 포항제철소 전체에 물이 들어찼다”며 “계산해보니 620만 톤 가량의 흙탕물이 들어찼는데 이는 여의도 전체를 2미터 넘는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월 6일 당시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9월 6일 당시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

■ 포스코 “올해 안 대부분 정상 가동”

상황이 이렇다보니 ‘완전 복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던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어제(23일)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포항제철소는 놀라울 정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습니다.

고로에서는 뜨거운 쇳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당시 고로는 태풍에 대비해 49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고로 시설이 냉천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어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시설도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나흘 만이자 추석 연휴였던 9월 10일에 전력 등이 복구됐고, 며칠 뒤에는 제강 공정도 정상적으로 가동됐습니다.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포스코는 다음 달까지 대부분 설비가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생산 중인 제품 *포스코 제공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생산 중인 제품 *포스코 제공

앞서 이달 14일 민관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은 “포항제철소 전체 공장의 재가동은 내년 1분기에나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도금라인 등 공장 2곳은 1월에 복구가 완료된다”면서도 “생산만 놓고 보면 전체 제품 라인업을 올해 안에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는 “처음부터 시장 수급상황을 고려해 생산 순위를 정하고 복구 자원을 집중했다”며 “(조사단과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대비 더 철저했어야…” 목소리도

조사단은 한편 포스코의 재난 대응이 ‘일반적 수준의 재난’에 맞춰져 있었다며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최고 수준의 재난에도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배수체계 개선과 자가발전설비 보완, 차단벽 설치 등을 검토하고 이번 수해 대응 경험을 반영한 ‘기업활동 지속전략(BCP)’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다만 재난에 대한 대비가 미흡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포스코도 다소 억울해 보입니다. 당시는 ‘500년에 한 번 오는 수준’을 넘는 비가 내린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했다는 겁니다. 특히 냉천의 경우 하류인 포항제철소 인근으로 올수록 ‘폭이 좁아지는’ 구조인데다 그마저도 냉천교 교각 아래가 물에 떠내려온 나무나 각종 쓰레기로 막혀 ‘댐’ 역할을 하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항제철소가 지형상 낮은 쪽에 위치해있고, 이 탓에 제방 높이도 낮아 물이 반대편보다 먼저 넘쳤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냉천과 포항제철소 전경. 멀리 보이는 다리가 냉천교. *포스코 제공냉천과 포항제철소 전경. 멀리 보이는 다리가 냉천교.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50년 만에 고로에서 쇳물 생산을 중단한 건 태풍 ‘매미’ 때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30년 근무 경력에서 이는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쇳물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가 정전을 맞이했으면 고로를 완전히 잃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고로를 짓는 데도 몇 년이 걸리지만 무엇보다 포항제철소에는 더 이상 고로를 지을 부지도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의 이번 피해가 과연 대비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조사단이 지적한대로 보다 높은 차단벽이나 추가적인 배수시설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좀 더 줄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다만 전대미문의 피해를 입고서도 포항제철소는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고 있고 이 과정에는 휴일을 반납한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던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포스코 측은 “동종 업계와 협력사는 물론, 각계각층과 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피해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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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올해 말 대부분 복구”…대비 가능한 재난이었나
    • 입력 2022-11-24 13:19:28
    취재K

반 세기 넘는 역사의 포스코에게 9월 6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초대형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창립 이래 처음 포항제철소 부지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만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79일째인 오늘도 피해 복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포항제철소는 빠른 속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당초 ‘복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성과입니다.

■ 기록적 폭우…여의도보다 넓은 포항제철소 전체가 침수

9월 6일 새벽, 기록적인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졌습니다. 당일 새벽에 내린 비만 350mm가 넘었는데, 마침 만조 시간이 겹치면서 포항제철소와 바로 옆 냉천의 수위가 순식간에 불어나 결국 포항제철소 안으로 물이 들어찼습니다. 냉천에서 가까운 압연(철을 강판이나 선재로 만드는 공정) 공장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제선(쇳물을 생산)‧제강(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반제품을 만듬) 공장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침수 피해가 났습니다. 무엇보다 전력설비에도 물이 차 정전이 되면서 공장 어느 곳도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높이 3미터가 넘는 입구 안내 초소가 거의 물에 잠길 정도였습니다. 포스코관계자는 “당시 여의도 면적보다 넓은 포항제철소 전체에 물이 들어찼다”며 “계산해보니 620만 톤 가량의 흙탕물이 들어찼는데 이는 여의도 전체를 2미터 넘는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월 6일 당시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
■ 포스코 “올해 안 대부분 정상 가동”

상황이 이렇다보니 ‘완전 복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던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어제(23일)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포항제철소는 놀라울 정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습니다.

고로에서는 뜨거운 쇳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당시 고로는 태풍에 대비해 49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고로 시설이 냉천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어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시설도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나흘 만이자 추석 연휴였던 9월 10일에 전력 등이 복구됐고, 며칠 뒤에는 제강 공정도 정상적으로 가동됐습니다.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포스코는 다음 달까지 대부분 설비가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생산 중인 제품 *포스코 제공
앞서 이달 14일 민관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은 “포항제철소 전체 공장의 재가동은 내년 1분기에나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도금라인 등 공장 2곳은 1월에 복구가 완료된다”면서도 “생산만 놓고 보면 전체 제품 라인업을 올해 안에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는 “처음부터 시장 수급상황을 고려해 생산 순위를 정하고 복구 자원을 집중했다”며 “(조사단과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대비 더 철저했어야…” 목소리도

조사단은 한편 포스코의 재난 대응이 ‘일반적 수준의 재난’에 맞춰져 있었다며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최고 수준의 재난에도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배수체계 개선과 자가발전설비 보완, 차단벽 설치 등을 검토하고 이번 수해 대응 경험을 반영한 ‘기업활동 지속전략(BCP)’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다만 재난에 대한 대비가 미흡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포스코도 다소 억울해 보입니다. 당시는 ‘500년에 한 번 오는 수준’을 넘는 비가 내린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했다는 겁니다. 특히 냉천의 경우 하류인 포항제철소 인근으로 올수록 ‘폭이 좁아지는’ 구조인데다 그마저도 냉천교 교각 아래가 물에 떠내려온 나무나 각종 쓰레기로 막혀 ‘댐’ 역할을 하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항제철소가 지형상 낮은 쪽에 위치해있고, 이 탓에 제방 높이도 낮아 물이 반대편보다 먼저 넘쳤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냉천과 포항제철소 전경. 멀리 보이는 다리가 냉천교.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50년 만에 고로에서 쇳물 생산을 중단한 건 태풍 ‘매미’ 때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30년 근무 경력에서 이는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쇳물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가 정전을 맞이했으면 고로를 완전히 잃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고로를 짓는 데도 몇 년이 걸리지만 무엇보다 포항제철소에는 더 이상 고로를 지을 부지도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의 이번 피해가 과연 대비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조사단이 지적한대로 보다 높은 차단벽이나 추가적인 배수시설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좀 더 줄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다만 전대미문의 피해를 입고서도 포항제철소는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고 있고 이 과정에는 휴일을 반납한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던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포스코 측은 “동종 업계와 협력사는 물론, 각계각층과 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피해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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