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러시아 돈줄 죄는 서방…‘에너지 가격 상한제’ 효과 있을까?

입력 2022.11.25 (10:47) 수정 2022.11.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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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에 상한제를 두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돈줄을 쥐고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건데요.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을 더 줄이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유럽연합이 내년 가스값 상한제를 시행을 앞두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죠?

[기자]

네, 상한액을 얼마로 할지는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 시행하겠다는 목표엔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27개국이 현지 시각 어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에너지이사회 특별 회의를 했는데요.

앞서 집행위원회가 가스값 상한선을 1메가와트시 당 275유로, 우리 돈 약 38만 원 정도로 설정하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275유로라는 상한액을 두고 회원국들 사이에 입장차가 커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요제프 시켈라/체코 산업통상장관 : "오늘 토론은 매우 과열됐고, 여러분 모두 위원회가 제안한 상한선 수준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독일 등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상한액을 너무 낮춰 잡으면 오히려 공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반면, 스페인, 폴란드 등은 상한액이 너무 높으면 하나 마나 한 제도가 될 거라고 반발하는 겁니다.

올 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350유로대까지 치솟았던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110유로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한제를 시행하려면 27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해서, 회원국들은 다음 달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앵커]

유럽은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죠?

[기자]

네, 미국 등 G7과 유럽연합, 호주는 다음 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고정된 가격 상한선을 두기로 합의했는데요.

이것 역시 상한액을 얼마로 할지를 두고 나라마다 이견이 큰 상황입니다.

외신 보도를 보면, G7은 배럴당 65~70달러 선을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배럴당 20달러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지나치게 가격 상한선을 낮추면 오히려 원유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다, '아니다, 더 강하게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일단 상한가가 정해지면 그보다 비싼 러시아산 원유에는 보험과 운송 같은 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인데요.

해상 서비스 분야에서 G7과 EU 국가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러시아와 서방의 에너지 전쟁으로 더 본격화하는 모양새인데요.

에너지 가격 상한제가 얼마나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을까요?

[기자]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이런 제재가 효과적이긴 합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석유 수출량도 상당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등을 지속적으로 제재해 오면서, 러시아는 2050년이 돼도 지난해 천연가스 수출량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다음 달 도입될 원유 가격 상한제는 서방을 대신해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주던 중국과 인도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이 서방의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칫 거래한 가격이 서방이 정한 상한액보다 높아지면, 운송과 보험서비스를 받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효과가 큰 방법인 만큼 돈줄이 막힌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러시아는 곧바로 에너지 공급을 더 줄이겠다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다음 주부터 일부 막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대부분 잠가버려서, 이 관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마지막 남은 경로입니다.

원유 가격 상한제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여기에 동참한 국가에는 아예 러시아산 석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나 다른 나라의 석유 가격이 제한되고 인위적인 가격 상한선이 도입되면, 전 세계 에너지 투자 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 제한이 공급 대란으로 이어지면, 제재 실효성은 떨어지고 서방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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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5 10:47:25
    • 수정2022-11-25 10: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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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에 상한제를 두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돈줄을 쥐고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건데요.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을 더 줄이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유럽연합이 내년 가스값 상한제를 시행을 앞두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죠?

[기자]

네, 상한액을 얼마로 할지는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 시행하겠다는 목표엔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27개국이 현지 시각 어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에너지이사회 특별 회의를 했는데요.

앞서 집행위원회가 가스값 상한선을 1메가와트시 당 275유로, 우리 돈 약 38만 원 정도로 설정하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275유로라는 상한액을 두고 회원국들 사이에 입장차가 커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요제프 시켈라/체코 산업통상장관 : "오늘 토론은 매우 과열됐고, 여러분 모두 위원회가 제안한 상한선 수준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독일 등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상한액을 너무 낮춰 잡으면 오히려 공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반면, 스페인, 폴란드 등은 상한액이 너무 높으면 하나 마나 한 제도가 될 거라고 반발하는 겁니다.

올 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350유로대까지 치솟았던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110유로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한제를 시행하려면 27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해서, 회원국들은 다음 달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앵커]

유럽은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죠?

[기자]

네, 미국 등 G7과 유럽연합, 호주는 다음 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고정된 가격 상한선을 두기로 합의했는데요.

이것 역시 상한액을 얼마로 할지를 두고 나라마다 이견이 큰 상황입니다.

외신 보도를 보면, G7은 배럴당 65~70달러 선을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배럴당 20달러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지나치게 가격 상한선을 낮추면 오히려 원유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다, '아니다, 더 강하게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일단 상한가가 정해지면 그보다 비싼 러시아산 원유에는 보험과 운송 같은 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인데요.

해상 서비스 분야에서 G7과 EU 국가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러시아와 서방의 에너지 전쟁으로 더 본격화하는 모양새인데요.

에너지 가격 상한제가 얼마나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을까요?

[기자]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이런 제재가 효과적이긴 합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석유 수출량도 상당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등을 지속적으로 제재해 오면서, 러시아는 2050년이 돼도 지난해 천연가스 수출량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다음 달 도입될 원유 가격 상한제는 서방을 대신해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주던 중국과 인도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이 서방의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칫 거래한 가격이 서방이 정한 상한액보다 높아지면, 운송과 보험서비스를 받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효과가 큰 방법인 만큼 돈줄이 막힌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러시아는 곧바로 에너지 공급을 더 줄이겠다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다음 주부터 일부 막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대부분 잠가버려서, 이 관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마지막 남은 경로입니다.

원유 가격 상한제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여기에 동참한 국가에는 아예 러시아산 석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나 다른 나라의 석유 가격이 제한되고 인위적인 가격 상한선이 도입되면, 전 세계 에너지 투자 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 제한이 공급 대란으로 이어지면, 제재 실효성은 떨어지고 서방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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