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밀려든 쓰레기…“치울 장비 턱없이 부족”

입력 2022.11.26 (08:02) 수정 2022.11.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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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가면 쓰레기가 엄청 많아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요."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환경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은 단순히 '양의 많음'에 있지 않습니다.

사실 규모만 보자면, 해양 쓰레기가 아무리 많다 해도 육지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육지 쓰레기는 즉각 수거하고 치우는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습니다.

반면, 바다는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장비도 크게 부족합니다. 이렇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게 해양 쓰레기의 진짜 문제입니다.

[연관 기사] 바다 뒤덮은 일회용품 쓰레기…“치울 수가 없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8332

쓰레기가 쌓인 학림도의 해안을 자원봉사자 등이 치우고 있다.쓰레기가 쌓인 학림도의 해안을 자원봉사자 등이 치우고 있다.

■ 3시간 동안 쓰레기 4천 리터를 주웠다

통영에서 배로 15분 거리의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유인도인 학림도. 여객선이 드나드는 항구가 있는 쪽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습니다.

마을의 반대편은 바닷바람을 강하게 받는 곳이라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데, 이곳에 주로 떠밀려온 쓰레기들이 쌓인다고 합니다.

마을 이장님은 "주민들 모두 나이 드신 분들이라 주민들만으로는 쓰레기를 치우기 어렵다"며 "가끔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림도에서 발견한 폐기물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기계로 빨아들여야 할 정도다.학림도에서 발견한 폐기물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기계로 빨아들여야 할 정도다.

시민 자원봉사자들, 시민단체 녹색연합,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과 함께 마을 주민의 배를 얻어 타고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마치 바위인 양 자리를 잡고 있는 무수한 스티로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 모를 페트병과 바위를 들추자 나타난 라면 봉지, 심지어 폐타이어까지. 그야말로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스티로폼들은 모래처럼 잘게 부서져 손으로 퍼담거나, 낙엽을 치우는 기구로 빨아들여야 했습니다.

해변의 움푹 들어간 곳마다 이렇게 쓰레기가 모여 있다.해변의 움푹 들어간 곳마다 이렇게 쓰레기가 모여 있다.

인근의 다른 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 해안가의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은 어김없이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바위처럼 보이는 커다란 스티로폼 폐어구, 용도를 알 수 없는 나무 막대, 심지어 장판까지 있었습니다.

20여 명이 3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 4천 리터 가량을 수거했다.20여 명이 3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 4천 리터 가량을 수거했다.

■ 수거한 이후가 진짜 문제

그렇게 20여 명이 3시간 동안 40 리터 크기의 쓰레기 봉투 100여 개 분량, 그러니까 4천 리터 가량의 쓰레기를 수거했습니다. 크기도, 무게도, 악취도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수거한 쓰레기들을 '그대로' 해변에 두고 와야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10곳에 흩어진 쓰레기를 '보기 좋게' 1곳에 모아놓는 일까지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어선으로는 육지까지 싣고 나오기 어려워 해변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어선으로는 육지까지 싣고 나오기 어려워 해변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쓰레기들을 재활용하거나 소각하기 위해서는 육지로 싣고 나와야 하는데, 싣고 나올 배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타는 어선이나, 한려해상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배는 쓰레기를 싣고 나오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이 순찰 등을 위해 타는 배(좌측)와 어선(우측). 이 배들로는 쓰레기를 수거하기 어렵다.국립공원공단이 순찰 등을 위해 타는 배(좌측)와 어선(우측). 이 배들로는 쓰레기를 수거하기 어렵다.

우선 모두 쓰레기를 싣고 나오기엔 크기가 작습니다. 게다가 앞부분이 뾰족하고 깊어,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은 섬에 접안을 할 수도 없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1달에 1번, 혹은 분기별로 1번씩 해안 정화사업의 하나로 해안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러 간다"면서 "그때마다 수거한 쓰레기들을 싣고 나올 배가 없어 해변에 묶어 두고, 지자체에 연락해 수거를 부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수거해 육지로 운반할 수 있는 정화운반선이 있다면 해안가의 쓰레기 정화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화 운반선은 어떤 배고, 또 어떻게 생겼을까요? 통영시의 정화운반선 '통영아라호'를 보며 설명 드리겠습니다.

통영시의 정화운반선 ‘통영아라호’.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필요한 구조와 장비를 갖추고 있다.통영시의 정화운반선 ‘통영아라호’.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필요한 구조와 장비를 갖추고 있다.

우선 섬에 배를 댈 수 있도록 배 앞부분이 평평하고, 또 트럭 등 차량을 싣거나 사람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앞부분을 열었다 닫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또 사람이 들기 어려운 무게와 부피의 쓰레기를 쉽게 들어 올려 배에 실을 수 있도록 하는 크레인도 설치돼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이 정화운반선의 핵심 기능입니다.

■ 섬은 3천 개, 배는 10대

하지만 이런 정화운반선, 해안가 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통틀어 총 10대뿐입니다. 3천 개가 넘는 우리나라 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이 때문에 통영시의 경우 쓰레기 봉투들을 모아 묶어놓는 커다란 망으로 6~7개 분량의 쓰레기가 모였을 때 수거를 하는 등, 쓰레기를 실제로 수거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 중에도 지난달에 수거해 해변에 묶어 둔 쓰레기 봉투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내년까지 7대가량의 정화운반선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 그 계획만이라도 충실히 이행됐으면 합니다.

(취재 협조 : 국립공원관리공단,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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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로 밀려든 쓰레기…“치울 장비 턱없이 부족”
    • 입력 2022-11-26 08:02:39
    • 수정2022-11-28 09:38:29
    취재K

"섬에 가면 쓰레기가 엄청 많아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요."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환경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은 단순히 '양의 많음'에 있지 않습니다.

사실 규모만 보자면, 해양 쓰레기가 아무리 많다 해도 육지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육지 쓰레기는 즉각 수거하고 치우는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습니다.

반면, 바다는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장비도 크게 부족합니다. 이렇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게 해양 쓰레기의 진짜 문제입니다.

[연관 기사] 바다 뒤덮은 일회용품 쓰레기…“치울 수가 없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8332

쓰레기가 쌓인 학림도의 해안을 자원봉사자 등이 치우고 있다.
■ 3시간 동안 쓰레기 4천 리터를 주웠다

통영에서 배로 15분 거리의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유인도인 학림도. 여객선이 드나드는 항구가 있는 쪽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습니다.

마을의 반대편은 바닷바람을 강하게 받는 곳이라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데, 이곳에 주로 떠밀려온 쓰레기들이 쌓인다고 합니다.

마을 이장님은 "주민들 모두 나이 드신 분들이라 주민들만으로는 쓰레기를 치우기 어렵다"며 "가끔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림도에서 발견한 폐기물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기계로 빨아들여야 할 정도다.
시민 자원봉사자들, 시민단체 녹색연합,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과 함께 마을 주민의 배를 얻어 타고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마치 바위인 양 자리를 잡고 있는 무수한 스티로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 모를 페트병과 바위를 들추자 나타난 라면 봉지, 심지어 폐타이어까지. 그야말로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스티로폼들은 모래처럼 잘게 부서져 손으로 퍼담거나, 낙엽을 치우는 기구로 빨아들여야 했습니다.

해변의 움푹 들어간 곳마다 이렇게 쓰레기가 모여 있다.
인근의 다른 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 해안가의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은 어김없이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바위처럼 보이는 커다란 스티로폼 폐어구, 용도를 알 수 없는 나무 막대, 심지어 장판까지 있었습니다.

20여 명이 3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 4천 리터 가량을 수거했다.
■ 수거한 이후가 진짜 문제

그렇게 20여 명이 3시간 동안 40 리터 크기의 쓰레기 봉투 100여 개 분량, 그러니까 4천 리터 가량의 쓰레기를 수거했습니다. 크기도, 무게도, 악취도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수거한 쓰레기들을 '그대로' 해변에 두고 와야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10곳에 흩어진 쓰레기를 '보기 좋게' 1곳에 모아놓는 일까지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어선으로는 육지까지 싣고 나오기 어려워 해변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쓰레기들을 재활용하거나 소각하기 위해서는 육지로 싣고 나와야 하는데, 싣고 나올 배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타는 어선이나, 한려해상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배는 쓰레기를 싣고 나오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이 순찰 등을 위해 타는 배(좌측)와 어선(우측). 이 배들로는 쓰레기를 수거하기 어렵다.
우선 모두 쓰레기를 싣고 나오기엔 크기가 작습니다. 게다가 앞부분이 뾰족하고 깊어,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은 섬에 접안을 할 수도 없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1달에 1번, 혹은 분기별로 1번씩 해안 정화사업의 하나로 해안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러 간다"면서 "그때마다 수거한 쓰레기들을 싣고 나올 배가 없어 해변에 묶어 두고, 지자체에 연락해 수거를 부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수거해 육지로 운반할 수 있는 정화운반선이 있다면 해안가의 쓰레기 정화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화 운반선은 어떤 배고, 또 어떻게 생겼을까요? 통영시의 정화운반선 '통영아라호'를 보며 설명 드리겠습니다.

통영시의 정화운반선 ‘통영아라호’.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필요한 구조와 장비를 갖추고 있다.
우선 섬에 배를 댈 수 있도록 배 앞부분이 평평하고, 또 트럭 등 차량을 싣거나 사람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앞부분을 열었다 닫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또 사람이 들기 어려운 무게와 부피의 쓰레기를 쉽게 들어 올려 배에 실을 수 있도록 하는 크레인도 설치돼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이 정화운반선의 핵심 기능입니다.

■ 섬은 3천 개, 배는 10대

하지만 이런 정화운반선, 해안가 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통틀어 총 10대뿐입니다. 3천 개가 넘는 우리나라 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이 때문에 통영시의 경우 쓰레기 봉투들을 모아 묶어놓는 커다란 망으로 6~7개 분량의 쓰레기가 모였을 때 수거를 하는 등, 쓰레기를 실제로 수거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 중에도 지난달에 수거해 해변에 묶어 둔 쓰레기 봉투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내년까지 7대가량의 정화운반선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 그 계획만이라도 충실히 이행됐으면 합니다.

(취재 협조 : 국립공원관리공단,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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