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상석에서 정상들과 악수한 시진핑, 바이든엔 여유롭게 자리 양보?

입력 2022.11.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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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빗장을 걸어잠그고 두문불출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침내 대면으로 다자 외교 무대에 복귀한 이번 G20(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직후 소셜 미디어에는 시 주석의 악수장면을 모은 움짤(움직이는 화면으로 편집한 사진들 모음)이 인기 급상승 트렌드로 올라섰습니다.

CNN은 이를 두고 '시진핑의 광폭 외교 행보' 라며 G20 정상회의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0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유롭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시 주석의 모습이 미국, 호주, 프랑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등 중국을 강력히 비판하거나, 거리를 둬 온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포착되며, 움짤로까지 만들어진 겁니다.

■외교 의전상 상석, 상대방 왼쪽(사진상 오른쪽)에서 악수하는 시진핑

사진을 찍을 때 상대방의 왼쪽에 설 경우 편안하게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모습이 찍히게 됩니다. 반대로 오른쪽에 서게 되면 오른손을 내밀기 위해 몸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동작이 많아지고, 사진에 어깨가 나오게 되는 상황.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양국 정상이 만날 때 상대방의 왼쪽에 서는 것은 일종의 우위를 점하는 겁니다.

이 같은 장면은 분명한 연출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홍콩침례대학 장-피에르 카베스탄 교수는 “모든 지도자들이 중국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렸다”고 했고, CNN은 시진핑이 미국 주도 국제 질서의 타파를 시도했다고 평했습니다.

■ 그럼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어땠을까요?


양 정상 가운데 누가 찾아갈 것인가, 손은 누가 먼저 내밀 것인가, 회담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배석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인삿말은 어떨까 등등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외교적 의전 절차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 결과는 위 사진입니다.

20여 명의 정상들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자신의 왼쪽, 사진상의 오른쪽을 양보하고 손을 내미는 사진을 연출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 머무는 호텔로 방문했고, 이에 대한 답례의 성격으로 호스트의 자리를 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켄 모리야수 니케이 아시아 특파원은 분석했습니다.

민감하고 세심한 외교 의전에서 바이든에게 주빈의 자리를 내 준 시진핑의 여유로움(3기 집권 연임에 성공한)이 묻어난다고도 봤습니다.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동아시아 프로그램 마이클 스웨인 국장은 "미중 간 지도자들이 관계를 안정시키겠다는 열망을 표현했다"며 서로의 생각과 동기에 대해 "더 나은 이해"를 얻음으로서 건설적인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습니다. 실제로 회담은 2시간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예상을 넘어서 3시간 동안 지속됐습니다. 양국 정상 회담 이후에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곧바로 이어졌고, 미중 외교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습니다. 후속 고위급 회담이 곧바로 속개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문제는 타이완이야

마이클 스웨인 국장은 양국 정상의 최우선 과제로 타이완의 긴장 심화를 막아야 한다(긴장 완화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타이완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전략적 요충지는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고, 중국은 타이완 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제한해야 하는 등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양 정상 간 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 한미일 밀착했지만, '미국 프레임'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은 '한국 프레임'

멀어질 래야 멀어질 수 없고,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중 관계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 비해선 한결 미국에 밀착했지만, 미중 경쟁 구도에서는 어느 정도 경계와 균형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제임스 박 퀸시 연구소 동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전략적 경쟁과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프레임과 완전히 일치하기보다는 독자적인 프레임을 추구할 것이라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을 배제하고 견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것은 현명한 전략이었다며,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하나의 편들기를 원치 않고 다자적인 포용 전략을 취하고 있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비슷한 포지셔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 한 중 간 전략적 균형과 경계

중국도 이같은 한국의 역할, 위치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기술 주도 공급망, 경제 협력 등에서 한국의 위치는 조건부 균형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이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눈 대화 가운데, 공급망과 경제 협력을 안보화나, 정치화해서는 안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중국의 보도자료에는 나와있지만, 한국 측 보도자료에선 삭제된 것이 그 방증입니다. (물론, 한국 보도자료에선 '북핵' 논의가 있었다고 되어 있고 중국 자료에선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기시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마지막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 만난 시진핑 주석입니다.

역시 사진의 오른쪽(상대방의 왼쪽)에 서서 활짝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모리 니케이 아시아 특파원은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자신이 양보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이라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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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상석에서 정상들과 악수한 시진핑, 바이든엔 여유롭게 자리 양보?
    • 입력 2022-11-26 11:01:31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19로 빗장을 걸어잠그고 두문불출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침내 대면으로 다자 외교 무대에 복귀한 이번 G20(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직후 소셜 미디어에는 시 주석의 악수장면을 모은 움짤(움직이는 화면으로 편집한 사진들 모음)이 인기 급상승 트렌드로 올라섰습니다.

CNN은 이를 두고 '시진핑의 광폭 외교 행보' 라며 G20 정상회의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0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유롭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시 주석의 모습이 미국, 호주, 프랑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등 중국을 강력히 비판하거나, 거리를 둬 온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포착되며, 움짤로까지 만들어진 겁니다.

■외교 의전상 상석, 상대방 왼쪽(사진상 오른쪽)에서 악수하는 시진핑

사진을 찍을 때 상대방의 왼쪽에 설 경우 편안하게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모습이 찍히게 됩니다. 반대로 오른쪽에 서게 되면 오른손을 내밀기 위해 몸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동작이 많아지고, 사진에 어깨가 나오게 되는 상황.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양국 정상이 만날 때 상대방의 왼쪽에 서는 것은 일종의 우위를 점하는 겁니다.

이 같은 장면은 분명한 연출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홍콩침례대학 장-피에르 카베스탄 교수는 “모든 지도자들이 중국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렸다”고 했고, CNN은 시진핑이 미국 주도 국제 질서의 타파를 시도했다고 평했습니다.

■ 그럼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어땠을까요?


양 정상 가운데 누가 찾아갈 것인가, 손은 누가 먼저 내밀 것인가, 회담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배석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인삿말은 어떨까 등등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외교적 의전 절차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 결과는 위 사진입니다.

20여 명의 정상들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자신의 왼쪽, 사진상의 오른쪽을 양보하고 손을 내미는 사진을 연출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 머무는 호텔로 방문했고, 이에 대한 답례의 성격으로 호스트의 자리를 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켄 모리야수 니케이 아시아 특파원은 분석했습니다.

민감하고 세심한 외교 의전에서 바이든에게 주빈의 자리를 내 준 시진핑의 여유로움(3기 집권 연임에 성공한)이 묻어난다고도 봤습니다.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동아시아 프로그램 마이클 스웨인 국장은 "미중 간 지도자들이 관계를 안정시키겠다는 열망을 표현했다"며 서로의 생각과 동기에 대해 "더 나은 이해"를 얻음으로서 건설적인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습니다. 실제로 회담은 2시간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예상을 넘어서 3시간 동안 지속됐습니다. 양국 정상 회담 이후에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곧바로 이어졌고, 미중 외교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습니다. 후속 고위급 회담이 곧바로 속개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문제는 타이완이야

마이클 스웨인 국장은 양국 정상의 최우선 과제로 타이완의 긴장 심화를 막아야 한다(긴장 완화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타이완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전략적 요충지는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고, 중국은 타이완 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제한해야 하는 등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양 정상 간 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 한미일 밀착했지만, '미국 프레임'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은 '한국 프레임'

멀어질 래야 멀어질 수 없고,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중 관계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 비해선 한결 미국에 밀착했지만, 미중 경쟁 구도에서는 어느 정도 경계와 균형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제임스 박 퀸시 연구소 동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전략적 경쟁과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프레임과 완전히 일치하기보다는 독자적인 프레임을 추구할 것이라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을 배제하고 견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것은 현명한 전략이었다며,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하나의 편들기를 원치 않고 다자적인 포용 전략을 취하고 있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비슷한 포지셔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 한 중 간 전략적 균형과 경계

중국도 이같은 한국의 역할, 위치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기술 주도 공급망, 경제 협력 등에서 한국의 위치는 조건부 균형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이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눈 대화 가운데, 공급망과 경제 협력을 안보화나, 정치화해서는 안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중국의 보도자료에는 나와있지만, 한국 측 보도자료에선 삭제된 것이 그 방증입니다. (물론, 한국 보도자료에선 '북핵' 논의가 있었다고 되어 있고 중국 자료에선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마지막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 만난 시진핑 주석입니다.

역시 사진의 오른쪽(상대방의 왼쪽)에 서서 활짝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모리 니케이 아시아 특파원은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자신이 양보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이라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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