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가 많아야 경제가 산다? 안타깝지만 실직을 기다리는 이유

입력 2022.1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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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부터 해고 늘었다

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1만여 명의 직원에 대한 해고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주부터 해고 통보에 들어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리 해고는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포함한 디바이스 부문과 소매 판매, 그리고 인사 부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시간제 직원을 포함한 아마존의 글로벌 인력은 152만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이미 85,000명 줄었습니다. 지난 2년 사이 글로벌 인력을 80만 명이나 늘려왔다가 올해부터 빠르게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는 겁니다.

앞서 지난 9일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과도한 낙관주의로 너무 많이 고용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서 해고 통보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메타는 회사 18년 역사상 최고인 1만 1000명의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기준 메타의 고용인원이 8만 7000명이니까 전체 인원의 13%를 해고한 겁니다. 전체 IT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의 해고입니다.

페이스북이 잘 나갈 당시 향후 미래 SNS는 페이스북이 모두 주도할 것 같았던 분위기였는데 몇년 새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꿀 만큼 위기감이 큰 상황이었지만 사명을 바꾸고 대표 사업인 메타버스와 증강현실에 전력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도 대단위 감원을 시작했죠. 트위터는 전체 직원의 50%인 3700명을 대량 해고했고 계약직 직원 5500명 가운데 80%인 4400명을 사전 통보 없이 해고했습니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출근 직원들이 업무 시스템 접속 차단을 확인한 뒤에야 감원 대상을 알게 되는 비인격적 방법의 해고까지 택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고는 일론 머스크가 감행했지만 전 CEO이자 창립자인 잭 도로시도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걸 알고 있다. 직원들을 이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은 내 책임이다. 회사 사이즈를 너무 빨리 키웠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글을 올린 겁니다.

이 밖에도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은 직원의 20%인 1300명,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는 13%인 700명, 넷플릭스는 4%인 300명의 인원을 해고했습니다.


11월 한 달 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공식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는 골드만삭스 기준 3만 4천 명, 미국 재취업 컨설팅 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기준으로 3만 1200명입니다. 문제는 증가 폭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해고 인원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지난 5월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10월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빅테크 기업에 먼저 겨울이 찾아왔을 뿐

빅테크 기업들이 이렇게 해고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부풀었던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이 급격히 꺼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집 안에 갇혀 일하고 생활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공간에서 보냈고, 이로 인해 빅테크 기업의 수익이 커졌지만 이젠 더이상 집 안에 갇힌 상황이 아닌 거죠. 이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갈 것이란 오판을 한 것입니다.

결국, 과잉된 생산과 과잉 고용은 빅테크 분야 경기가 꺼져가면서 그 필요성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내년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앞두고 두려움에 휩싸인 빅테크 기업들은 사업성이 어두운 분야에선 프로젝트를 접거나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해고 대열에 뛰어들었는데 제일 잘 나간다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해고 대열에 없다는 겁니다. 이들 기업은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에서 고용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분명한 건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해 말까지 4년간 메타나 아마존은 200% 가까이 고용 인원을 늘린 것에 반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50% 이하로 늘렸고,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을 많이 늘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알파벳의 투자자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TCI가 알파벳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모든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인력 과잉, 과잉 보수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대응하고 있지만 알파벳은 그 반대이다"라면서 구조조정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점은 지켜볼 대목입니다.

■ 빅테크 발 해고 바람 어디까지?

온라인 구직플랫폼 집리크루터(ZipRecruiter)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직업은 고임금 지역의 저임금 서비스업이었다”면서 이번 빅테크 해고 여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더 빨리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고, 해고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통신 플랫폼 등 부수적인 기술을 축소하면서 연관된 기업들도 도미노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 때 경제 고문을 역임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부 제이슨 퍼먼 교수는 “해고는 항상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다”면서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돈을 덜 쓴다. 하지만 직접적인 파급 효과는 제조업에서 전통적인 대량 해고보다 훨씬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해고 바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라는 거죠. 테크 기업을 넘어 제조업 분야까지 아니면 제조·서비스업 모든 분야로 확산할지 궁금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전체 일자리는 아직 탄탄합니다. 미 노동부가 밝힌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6만 1000명으로 9월보다는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습니다. 신규고용 증가세가 이전 몇 달보다 둔화되긴 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만큼 추세상 크게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특히 실업률은 전달 3.5%에서 10월엔 3.7%로 소폭 증가했을 뿐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식힐 수 있을 정도의 실업률 4.5~5.0%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11월 13~19일 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시장 전망치 22만 5천 건보다 많은 24만 건으로 8월 중순 이후 가장 많았지만, 추세상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하기엔 아직도 실업자가 적습니다.

기준금리를 이렇게 급격하게 올렸는데도 실업률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시차를 두고서라도 실업률이 올라줘야 합니다. 미국 일자리가 줄고 실업률이 높아져야 씀씀이가 줄어 물가가 확실히 떨어지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잖아도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국내 자금경색이 발생한 우리로선 빨리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돌아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4일 이달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p 인상하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차이가 0.75%p로 소폭 줄었지만 다음 달 한국은 금통위가 열리지 않고 미국은 0.5%p 인상이 유력합니다. 이럴 경우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차이는 1.25%p로 더 확대돼 자본유출 우려가 더 커지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미국의 해고가 늘어야 금리인상 기조가 바뀌고 우리나라 경제 분위기를 빨리 반전시킬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 미국 실업률 반전 가능성은?

그렇다면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을까요? 일단 경기가 꺾여야 기업이 힘들어지고 고용 인원을 줄이는데,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늘상 거론되는 10년물과 2년물 국채간 금리역전과 10년물과 3개월물 국채간 금리역전은 진작에 발생했습니다. 중요한 건 생산과 소비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1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해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제조업 PMI란 제조업 분야 구매관리 담당자들에게 신규주문이나 재고, 고용, 운송시간, 생샨량 등을 물어서 경기확장 국면인지 경기수축 국면인지를 판단하는 지수입니다. 50 미만은 경제활동 수축을, 그 이상은 경기 확장세를 뜻하니까 이제 곧 경제 수축 국면에 들어간다는 얘깁니다.

또다른 지표인 S&P 글로벌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6을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전달 50.4는 물론 전문가 예상치 50도 하회했습니다. 이 지수로는 50보다 훨씬 밑인 47.6을 기록했으니까 제조업 분야에서 상황을 매우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곧 제조업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관심은 소비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아직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3% 늘었고 최근 8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다만 이같은 소비가 온전히 소득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카드나 대출에 대한 의존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는 여전하지만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 59.9보다 낮은 56.8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에 근접해가고 있습니다. 소비는 아직 줄지 않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현재와 미래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지난 2일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 노동시장이 매우 강하다"는 말을 무려 8번이나 했습니다. 굳이 이렇게 노동을 많이 언급한 것은 물가가 높고 고용이 탄탄한 이상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면서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했습니다. 금리인상 속도는 늦추더라도 고금리 유지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만 나와준다면 강경해 보이는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에도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 빨리 와야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우리나라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대문사진: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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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고가 많아야 경제가 산다? 안타깝지만 실직을 기다리는 이유
    • 입력 2022-11-27 09:00:30
    취재K

■ 10월부터 해고 늘었다

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1만여 명의 직원에 대한 해고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주부터 해고 통보에 들어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리 해고는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포함한 디바이스 부문과 소매 판매, 그리고 인사 부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시간제 직원을 포함한 아마존의 글로벌 인력은 152만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이미 85,000명 줄었습니다. 지난 2년 사이 글로벌 인력을 80만 명이나 늘려왔다가 올해부터 빠르게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는 겁니다.

앞서 지난 9일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과도한 낙관주의로 너무 많이 고용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서 해고 통보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메타는 회사 18년 역사상 최고인 1만 1000명의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기준 메타의 고용인원이 8만 7000명이니까 전체 인원의 13%를 해고한 겁니다. 전체 IT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의 해고입니다.

페이스북이 잘 나갈 당시 향후 미래 SNS는 페이스북이 모두 주도할 것 같았던 분위기였는데 몇년 새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꿀 만큼 위기감이 큰 상황이었지만 사명을 바꾸고 대표 사업인 메타버스와 증강현실에 전력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도 대단위 감원을 시작했죠. 트위터는 전체 직원의 50%인 3700명을 대량 해고했고 계약직 직원 5500명 가운데 80%인 4400명을 사전 통보 없이 해고했습니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출근 직원들이 업무 시스템 접속 차단을 확인한 뒤에야 감원 대상을 알게 되는 비인격적 방법의 해고까지 택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고는 일론 머스크가 감행했지만 전 CEO이자 창립자인 잭 도로시도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걸 알고 있다. 직원들을 이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은 내 책임이다. 회사 사이즈를 너무 빨리 키웠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글을 올린 겁니다.

이 밖에도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은 직원의 20%인 1300명,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는 13%인 700명, 넷플릭스는 4%인 300명의 인원을 해고했습니다.


11월 한 달 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공식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는 골드만삭스 기준 3만 4천 명, 미국 재취업 컨설팅 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기준으로 3만 1200명입니다. 문제는 증가 폭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해고 인원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지난 5월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10월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빅테크 기업에 먼저 겨울이 찾아왔을 뿐

빅테크 기업들이 이렇게 해고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부풀었던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이 급격히 꺼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집 안에 갇혀 일하고 생활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공간에서 보냈고, 이로 인해 빅테크 기업의 수익이 커졌지만 이젠 더이상 집 안에 갇힌 상황이 아닌 거죠. 이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갈 것이란 오판을 한 것입니다.

결국, 과잉된 생산과 과잉 고용은 빅테크 분야 경기가 꺼져가면서 그 필요성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내년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앞두고 두려움에 휩싸인 빅테크 기업들은 사업성이 어두운 분야에선 프로젝트를 접거나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해고 대열에 뛰어들었는데 제일 잘 나간다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해고 대열에 없다는 겁니다. 이들 기업은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에서 고용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분명한 건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해 말까지 4년간 메타나 아마존은 200% 가까이 고용 인원을 늘린 것에 반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50% 이하로 늘렸고,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을 많이 늘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알파벳의 투자자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TCI가 알파벳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모든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인력 과잉, 과잉 보수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대응하고 있지만 알파벳은 그 반대이다"라면서 구조조정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점은 지켜볼 대목입니다.

■ 빅테크 발 해고 바람 어디까지?

온라인 구직플랫폼 집리크루터(ZipRecruiter)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직업은 고임금 지역의 저임금 서비스업이었다”면서 이번 빅테크 해고 여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더 빨리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고, 해고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통신 플랫폼 등 부수적인 기술을 축소하면서 연관된 기업들도 도미노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 때 경제 고문을 역임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부 제이슨 퍼먼 교수는 “해고는 항상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다”면서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돈을 덜 쓴다. 하지만 직접적인 파급 효과는 제조업에서 전통적인 대량 해고보다 훨씬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해고 바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라는 거죠. 테크 기업을 넘어 제조업 분야까지 아니면 제조·서비스업 모든 분야로 확산할지 궁금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전체 일자리는 아직 탄탄합니다. 미 노동부가 밝힌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6만 1000명으로 9월보다는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습니다. 신규고용 증가세가 이전 몇 달보다 둔화되긴 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만큼 추세상 크게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특히 실업률은 전달 3.5%에서 10월엔 3.7%로 소폭 증가했을 뿐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식힐 수 있을 정도의 실업률 4.5~5.0%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11월 13~19일 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시장 전망치 22만 5천 건보다 많은 24만 건으로 8월 중순 이후 가장 많았지만, 추세상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하기엔 아직도 실업자가 적습니다.

기준금리를 이렇게 급격하게 올렸는데도 실업률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시차를 두고서라도 실업률이 올라줘야 합니다. 미국 일자리가 줄고 실업률이 높아져야 씀씀이가 줄어 물가가 확실히 떨어지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잖아도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국내 자금경색이 발생한 우리로선 빨리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돌아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4일 이달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p 인상하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차이가 0.75%p로 소폭 줄었지만 다음 달 한국은 금통위가 열리지 않고 미국은 0.5%p 인상이 유력합니다. 이럴 경우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차이는 1.25%p로 더 확대돼 자본유출 우려가 더 커지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미국의 해고가 늘어야 금리인상 기조가 바뀌고 우리나라 경제 분위기를 빨리 반전시킬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 미국 실업률 반전 가능성은?

그렇다면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을까요? 일단 경기가 꺾여야 기업이 힘들어지고 고용 인원을 줄이는데,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늘상 거론되는 10년물과 2년물 국채간 금리역전과 10년물과 3개월물 국채간 금리역전은 진작에 발생했습니다. 중요한 건 생산과 소비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1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해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제조업 PMI란 제조업 분야 구매관리 담당자들에게 신규주문이나 재고, 고용, 운송시간, 생샨량 등을 물어서 경기확장 국면인지 경기수축 국면인지를 판단하는 지수입니다. 50 미만은 경제활동 수축을, 그 이상은 경기 확장세를 뜻하니까 이제 곧 경제 수축 국면에 들어간다는 얘깁니다.

또다른 지표인 S&P 글로벌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6을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전달 50.4는 물론 전문가 예상치 50도 하회했습니다. 이 지수로는 50보다 훨씬 밑인 47.6을 기록했으니까 제조업 분야에서 상황을 매우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곧 제조업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관심은 소비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아직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3% 늘었고 최근 8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다만 이같은 소비가 온전히 소득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카드나 대출에 대한 의존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는 여전하지만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 59.9보다 낮은 56.8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에 근접해가고 있습니다. 소비는 아직 줄지 않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현재와 미래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지난 2일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 노동시장이 매우 강하다"는 말을 무려 8번이나 했습니다. 굳이 이렇게 노동을 많이 언급한 것은 물가가 높고 고용이 탄탄한 이상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면서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했습니다. 금리인상 속도는 늦추더라도 고금리 유지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만 나와준다면 강경해 보이는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에도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 빨리 와야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우리나라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대문사진: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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