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섬’이 된 천연기념물…잠자는 컨트롤타워

입력 2022.11.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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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만 허락된 섬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179호,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입니다.

해양 생태계의 보고인 동시에 천혜의 풍경으로 보전가치가 높아 출입이 통제되는 '절대무인도서'이기도 합니다.

관할 부처만 5곳.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그리고 지자체가 각각의 법에 따라 관여합니다.

취재진은 지자체를 통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해수부의 승인을 얻어 진우도·백합등에 어렵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반긴 것, '보전지역'의 풍경이 아닌 쓰레기였는데요.

[연관 기사] 바다 뒤덮은 일회용품 쓰레기…“치울 수가 없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8332



■ 새들 대신 쓰레기는 가득!


물병, 돗자리, 물탱크, 스티로폼...

도시 쓰레기가 강에서 내려오고, 바다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올라온 겁니다.

부표로 활용되는 대형 스티로폼은 알갱이 형태로 미세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땅과 바다로 돌아가, 결국 동식물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기 전에 수거가 시급합니다.


관할이 5곳이나 되니까 관리가 잘 되지 않겠냐구요? 그 반대입니다. 책임을 서로 나누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강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환경부와 상류 지자체,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해수부, 해안가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습니다.

이곳 낙동강 하구는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문화재청·국토부도 관리 책임이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부처 중 정작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습니다. 해수부로부터 '환경관리'를 위임받은 지자체가 일부 치우지만, 누적된 쓰레기를 치우기엔 역부족인 상황.

김수정/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
"관할구청에 전화를 드리면 자기네들도 정말 그렇게 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예산이 없다라는 부분을 누누히 말씀을 하시거든요."

지자체와 해수부가 기재부에 정화사업 예산 국비보조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전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 해수부는 9개 부처를 끌어갈 수 있을까

이런 복잡한 바다쓰레기 '관할 중첩'의 문제, 비단 진우도와 백합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양수산부장관을 위원장으로 9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 '컨트롤타워'가 등장한 이유입니다. 이곳에서 각 부처들은 바다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들의 역할을 정리합니다.

환경부(육상기인 쓰레기 관리, 처리·재활용), 식약처(미세플라스틱 규제), 산업부 (플라스틱 대체소재 개발), 외교부(국제협력), 해경 및 지자체(쓰레기 수거) 등 ...

국제사회도 바다 쓰레기 문제를 함께 고민합니다. 떠다니는 바다 쓰레기는 국경을 쉽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유엔 회원국 전체가 참가하는 최고위급 환경 회의인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도 그간 바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해왔습니다.

바다 쓰레기 문제를 논의하다 보니 올해 초, 결국 '해양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자'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올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 열린 제 5차 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End Plastic Pollution: Towards 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결의안이 채택됐고,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175개 회원국이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이 '탈플라스틱 협약'이 '구속력'이 있다는 겁니다. 협약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한국 사회 모든 영역이 영향을 받게됩니다.

특히 플라스틱은 한국경제 전반, 소비, 생산, 유통, 수출 등에 모두 녹아들어 있습니다. '환경 보호' 의제가 '경제 성장' 의제를 이기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진통을 예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경신/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해수부가 혼자 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플라스틱 산업이라는 게 있는데 그러려면 업계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협력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폐기물관리위원회를 둔 이유가 사실은 그거거든요.... 플라스틱 협약이 어느 정도 나오면 규제냐 산업이냐에 대한 논쟁이 부각할 겁니다.

당장 우리 일상 생활부터 문제입니다. 지난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 비닐 등 실내 사용이 제한된 후 생긴 불편함에도 적응하기 쉽진 않은데요.

이렇게 갈 길이 멀지만, 지난해 출범한 위원회가 지금까지 연 본회의는 딱 한 번입니다. 충분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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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섬’이 된 천연기념물…잠자는 컨트롤타워
    • 입력 2022-11-27 11:01:14
    취재K

새들에게만 허락된 섬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179호,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입니다.

해양 생태계의 보고인 동시에 천혜의 풍경으로 보전가치가 높아 출입이 통제되는 '절대무인도서'이기도 합니다.

관할 부처만 5곳.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그리고 지자체가 각각의 법에 따라 관여합니다.

취재진은 지자체를 통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해수부의 승인을 얻어 진우도·백합등에 어렵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반긴 것, '보전지역'의 풍경이 아닌 쓰레기였는데요.

[연관 기사] 바다 뒤덮은 일회용품 쓰레기…“치울 수가 없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8332



■ 새들 대신 쓰레기는 가득!


물병, 돗자리, 물탱크, 스티로폼...

도시 쓰레기가 강에서 내려오고, 바다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올라온 겁니다.

부표로 활용되는 대형 스티로폼은 알갱이 형태로 미세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땅과 바다로 돌아가, 결국 동식물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기 전에 수거가 시급합니다.


관할이 5곳이나 되니까 관리가 잘 되지 않겠냐구요? 그 반대입니다. 책임을 서로 나누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강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환경부와 상류 지자체,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해수부, 해안가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습니다.

이곳 낙동강 하구는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문화재청·국토부도 관리 책임이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부처 중 정작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습니다. 해수부로부터 '환경관리'를 위임받은 지자체가 일부 치우지만, 누적된 쓰레기를 치우기엔 역부족인 상황.

김수정/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
"관할구청에 전화를 드리면 자기네들도 정말 그렇게 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예산이 없다라는 부분을 누누히 말씀을 하시거든요."

지자체와 해수부가 기재부에 정화사업 예산 국비보조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전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 해수부는 9개 부처를 끌어갈 수 있을까

이런 복잡한 바다쓰레기 '관할 중첩'의 문제, 비단 진우도와 백합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양수산부장관을 위원장으로 9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 '컨트롤타워'가 등장한 이유입니다. 이곳에서 각 부처들은 바다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들의 역할을 정리합니다.

환경부(육상기인 쓰레기 관리, 처리·재활용), 식약처(미세플라스틱 규제), 산업부 (플라스틱 대체소재 개발), 외교부(국제협력), 해경 및 지자체(쓰레기 수거) 등 ...

국제사회도 바다 쓰레기 문제를 함께 고민합니다. 떠다니는 바다 쓰레기는 국경을 쉽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유엔 회원국 전체가 참가하는 최고위급 환경 회의인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도 그간 바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해왔습니다.

바다 쓰레기 문제를 논의하다 보니 올해 초, 결국 '해양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자'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올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 열린 제 5차 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End Plastic Pollution: Towards 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결의안이 채택됐고,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175개 회원국이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이 '탈플라스틱 협약'이 '구속력'이 있다는 겁니다. 협약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한국 사회 모든 영역이 영향을 받게됩니다.

특히 플라스틱은 한국경제 전반, 소비, 생산, 유통, 수출 등에 모두 녹아들어 있습니다. '환경 보호' 의제가 '경제 성장' 의제를 이기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진통을 예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경신/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해수부가 혼자 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플라스틱 산업이라는 게 있는데 그러려면 업계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협력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폐기물관리위원회를 둔 이유가 사실은 그거거든요.... 플라스틱 협약이 어느 정도 나오면 규제냐 산업이냐에 대한 논쟁이 부각할 겁니다.

당장 우리 일상 생활부터 문제입니다. 지난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 비닐 등 실내 사용이 제한된 후 생긴 불편함에도 적응하기 쉽진 않은데요.

이렇게 갈 길이 멀지만, 지난해 출범한 위원회가 지금까지 연 본회의는 딱 한 번입니다. 충분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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