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카티세포 치료, 암 치료 패러다임 바꿀까?

입력 2022.11.27 (12:02) 수정 2022.11.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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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카티세포 치료(CAR T-cell therapy)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최첨단 암치료법입니다. 기존의 항암제와 이식 치료에 더 이상 듣지 않는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을 주사 한 대로 치료하는 이른바 '원샷' 치료제입니다. 기존 항암제들은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를 동시에 공격하지만, 카티세포 치료제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킵니다.

세계 최초로 카티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는 에밀리라는 미국 소녀였습니다. 에밀리는 2010년, 다섯 살의 나이로 혈액암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1년 4개월 만에 암이 재발했고, 가망이 없다며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치료를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어린 생명이었기에 마지막 선택으로 2012년, 카티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됩니다. 예상치 못했던 약물 독성으로 고열과 쇼크를 겪기도 했지만, 에밀리는 잘 견뎌냈고,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카티세포 치료란?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능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주로 담당합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T세포가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써서 면역반응을 회피하려 애씁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카티세포 치료는 환자의 T세포에 일종의 네비게이션을 달아 암세포를 찾아서 달라붙도록 설계한 개인맞춤형 치료입니다. 먼저,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의 유전자에 CAR 유전자를 결합시킵니다. 그러면, T세포 표면에 암세포만을 인지하는 수용체가 발현되는데, 이렇게 유전자 재조합된 T세포를 CAR-T 세포(카티세포)라고 합니다. 이 카티세포를 배양해서 수백만 개로 증폭시킨 뒤, 환자의 혈액 속으로 다시 주입합니다. 그러면 이 카티세포들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인지해 달라붙어 암세포만을 골라 파괴합니다.


■ 카티세포 치료가 가능한 암은?
현재 카티세포 치료가 가능한 혈액암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ALL),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 입니다.

고형암(solid cancer)에 대해선, 아직은 실험 단계에 있습니다. 해외에서 폐암, 위암, 유방암, 난소암 등 다양한 고형암종들에 대한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 입니다.

현재 카티세포 치료는 재발로 인해 항암제 치료를 2번 이상 했거나 골수 이식까지 했지만, 다시 또 재발한 경우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암이 처음 재발했을 때 2차 치료로, 또는 치료해도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군에서 아예 선제적인 1차 치료로 카티세포 치료를 했을 때 효과가 어떤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카티세포 치료 현황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카티세포 치료제는 6가지입니다. 이 중 널리 쓰이는 건 노바티스사의 '킴리아', 길리어드사의 '예스카타', BMS사의 '브레얀지' 3가지입니다. 이 중, 국내에선 세계 최초의 카티세포 치료제 '킴리아'만이 식약처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습니다. 다른 카티세포 치료제들의 국내 도입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국내 첫 투여는 작년, 카티세포치료센터를 연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이우용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글로벌 기준을 만족시키는 의약품 제조시설인 'GMP 시설'을 원내에 갖추고, 국내 기술로 개발한 카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첫 투약 후 현재까지 총 84명이 카티세포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선 삼성서울병원과 더불어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5개 병원만이 GMP 시설을 갖추고 있고, '킴리아' 투약이 가능합니다.

■ 카티세포 치료 효과는?
국내 병원 중 가장 많은 수의 카티세포 치료가 이뤄진 삼성서울병원의 지금까지의 치료 성적을 보면, '킴리아' 투약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전체 반응률이 80% 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망이 없던 암환자 10명 중 8명 정도가 치료가 됐다는 뜻입니다.

'킴리아' 허가 임상시험에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경우, 투여 3개월 만에 전체반응률이 53%였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선 80% 이상이었습니다. '예스카타'의 전체반응률은 82%, '브레얀지'는 80% 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할 때, 암 병변이 완전히 없어진 경우를 완전반응이라고 하고, 암 병변이 50% 이상 없어진 경우를 부분반응이라고 합니다. 이 완전반응과 부분반응을 합한 것을 전체반응이라고 합니다.)

■ 카티세포 치료, '기적' 일까?
일부에선 카티세포 치료를 '꿈의 치료제' , '기적의 치료제'라고 부릅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환자들은 100% 완치를 기대하며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의 치료 성적들을 종합해보면, 카티세포 치료의 효과는 최소 50% 정도로 보입니다. 절반 정도의 치료 확률을 가지고서 기적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과하지만, 획기적인 치료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보통,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가 기존 표준 치료보다 10~20%만 증가되도 우월함이 입증됐다고 합니다.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암환자들에게 기존 항암치료를 했을 때, 반응률은 10~20% 정도로 대부분이 사망했고, 반응을 보인 환자들도 곧 다시 재발했습니다. 이에 비해, 카티세포 치료의 반응률은 50% 이상으로 기존 항암치료보다 효과가 30~40% 넘게 증가했고, 이 중 60% 정도는 치료 효과가 유지됐습니다.

■ 현실적인 어려움은?
우리나라에선 '킴리아' 치료 환자들의 경우, 채취한 혈액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카티세포를 제조해 다시 국내로 돌려 보내면, 이를 환자에게 주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외로 보내는 혈액을 잘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이 포장을 반드시 GMP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 안에서만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의료계에선 단순한 포장 과정을 GMP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만 하도록 한정시킨 것은 불합리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유럽의 경우, 연구소 형태의 '중앙 GMP 시설'을 만들어 여러 병원에서 채취한 혈액을 한 곳으로 모은 뒤, 포장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우리도 중앙 GMP 시설 설립이 필요하다. 모든 병원들이 GMP 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으니 병원은 시설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지방 환자들은 가까운 지방 병원에서 혈액만 채취해 보내면 되니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면서, "현재, 서울 내 빅 5병원에만 GMP 시설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카티세포 치료가 더 늘어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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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샷’ 카티세포 치료, 암 치료 패러다임 바꿀까?
    • 입력 2022-11-27 12:02:13
    • 수정2022-11-27 13:19:51
    취재K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카티세포 치료(CAR T-cell therapy)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최첨단 암치료법입니다. 기존의 항암제와 이식 치료에 더 이상 듣지 않는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을 주사 한 대로 치료하는 이른바 '원샷' 치료제입니다. 기존 항암제들은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를 동시에 공격하지만, 카티세포 치료제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킵니다.

세계 최초로 카티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는 에밀리라는 미국 소녀였습니다. 에밀리는 2010년, 다섯 살의 나이로 혈액암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1년 4개월 만에 암이 재발했고, 가망이 없다며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치료를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어린 생명이었기에 마지막 선택으로 2012년, 카티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됩니다. 예상치 못했던 약물 독성으로 고열과 쇼크를 겪기도 했지만, 에밀리는 잘 견뎌냈고,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카티세포 치료란?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능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주로 담당합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T세포가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써서 면역반응을 회피하려 애씁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카티세포 치료는 환자의 T세포에 일종의 네비게이션을 달아 암세포를 찾아서 달라붙도록 설계한 개인맞춤형 치료입니다. 먼저,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의 유전자에 CAR 유전자를 결합시킵니다. 그러면, T세포 표면에 암세포만을 인지하는 수용체가 발현되는데, 이렇게 유전자 재조합된 T세포를 CAR-T 세포(카티세포)라고 합니다. 이 카티세포를 배양해서 수백만 개로 증폭시킨 뒤, 환자의 혈액 속으로 다시 주입합니다. 그러면 이 카티세포들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인지해 달라붙어 암세포만을 골라 파괴합니다.


■ 카티세포 치료가 가능한 암은?
현재 카티세포 치료가 가능한 혈액암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ALL),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 입니다.

고형암(solid cancer)에 대해선, 아직은 실험 단계에 있습니다. 해외에서 폐암, 위암, 유방암, 난소암 등 다양한 고형암종들에 대한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 입니다.

현재 카티세포 치료는 재발로 인해 항암제 치료를 2번 이상 했거나 골수 이식까지 했지만, 다시 또 재발한 경우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암이 처음 재발했을 때 2차 치료로, 또는 치료해도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군에서 아예 선제적인 1차 치료로 카티세포 치료를 했을 때 효과가 어떤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카티세포 치료 현황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카티세포 치료제는 6가지입니다. 이 중 널리 쓰이는 건 노바티스사의 '킴리아', 길리어드사의 '예스카타', BMS사의 '브레얀지' 3가지입니다. 이 중, 국내에선 세계 최초의 카티세포 치료제 '킴리아'만이 식약처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습니다. 다른 카티세포 치료제들의 국내 도입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국내 첫 투여는 작년, 카티세포치료센터를 연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이우용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글로벌 기준을 만족시키는 의약품 제조시설인 'GMP 시설'을 원내에 갖추고, 국내 기술로 개발한 카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첫 투약 후 현재까지 총 84명이 카티세포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선 삼성서울병원과 더불어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5개 병원만이 GMP 시설을 갖추고 있고, '킴리아' 투약이 가능합니다.

■ 카티세포 치료 효과는?
국내 병원 중 가장 많은 수의 카티세포 치료가 이뤄진 삼성서울병원의 지금까지의 치료 성적을 보면, '킴리아' 투약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전체 반응률이 80% 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망이 없던 암환자 10명 중 8명 정도가 치료가 됐다는 뜻입니다.

'킴리아' 허가 임상시험에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경우, 투여 3개월 만에 전체반응률이 53%였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선 80% 이상이었습니다. '예스카타'의 전체반응률은 82%, '브레얀지'는 80% 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할 때, 암 병변이 완전히 없어진 경우를 완전반응이라고 하고, 암 병변이 50% 이상 없어진 경우를 부분반응이라고 합니다. 이 완전반응과 부분반응을 합한 것을 전체반응이라고 합니다.)

■ 카티세포 치료, '기적' 일까?
일부에선 카티세포 치료를 '꿈의 치료제' , '기적의 치료제'라고 부릅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환자들은 100% 완치를 기대하며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의 치료 성적들을 종합해보면, 카티세포 치료의 효과는 최소 50% 정도로 보입니다. 절반 정도의 치료 확률을 가지고서 기적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과하지만, 획기적인 치료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보통,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가 기존 표준 치료보다 10~20%만 증가되도 우월함이 입증됐다고 합니다.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암환자들에게 기존 항암치료를 했을 때, 반응률은 10~20% 정도로 대부분이 사망했고, 반응을 보인 환자들도 곧 다시 재발했습니다. 이에 비해, 카티세포 치료의 반응률은 50% 이상으로 기존 항암치료보다 효과가 30~40% 넘게 증가했고, 이 중 60% 정도는 치료 효과가 유지됐습니다.

■ 현실적인 어려움은?
우리나라에선 '킴리아' 치료 환자들의 경우, 채취한 혈액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카티세포를 제조해 다시 국내로 돌려 보내면, 이를 환자에게 주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외로 보내는 혈액을 잘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이 포장을 반드시 GMP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 안에서만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의료계에선 단순한 포장 과정을 GMP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만 하도록 한정시킨 것은 불합리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유럽의 경우, 연구소 형태의 '중앙 GMP 시설'을 만들어 여러 병원에서 채취한 혈액을 한 곳으로 모은 뒤, 포장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우리도 중앙 GMP 시설 설립이 필요하다. 모든 병원들이 GMP 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으니 병원은 시설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지방 환자들은 가까운 지방 병원에서 혈액만 채취해 보내면 되니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면서, "현재, 서울 내 빅 5병원에만 GMP 시설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카티세포 치료가 더 늘어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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