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 존귀하신 자제분”…北 ‘백두혈통’ 4대 세습 시동?

입력 2022.11.27 (16:15) 수정 2022.11.27 (23: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출처: 조선중앙통신]

모피를 덧댄 검은 코트, 곱게 손질된 머리...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이 아버지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올린 채 기념사진에 또다시 등장했다. 노동신문의 1면과 2면에 걸쳐 공개된 사진만 무려 15장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 자녀의 이름을 ‘김주애’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녀는 지난 19일 자 노동신문에선 흰색 패딩점퍼를 입고 앞머리를 내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설주 여사와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나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아버지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에 따라 북한 특유의 의도된 연출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 의도가 무엇일지 차근차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김정은의 둘째 딸, "사랑하는 자제분 -> "존귀하신 자제분" 호칭 격상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김 위원장의 딸을 일컫는 호칭이 격상됐다는 점이다. 19일자 노동신문에선 김주애에 대해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묘사했는데, 27일 자 노동신문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2022.11.27일자 노동신문 中 발췌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오시자 전체 참가자들은 가장 현명한 결심과 탁월한 령도력으로 우리식 국방발전의 완벽한 지름길을 몸소 개척하시고 강력히 인도해주시며 세계최강의 전략무기완성이라는 거대한 사변으로 우리 공화국의 빛나는 존엄을 억세게 지켜주신 우리 당과 국가, 인민의 걸출한 수령이신 김정은동지를 우러러 최대의 영광과 열렬한 흠모심을 뜨겁게 분출하며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를 힘껏 터쳐올리였다.

촬영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였다. 국방과학원 미사일 부분의 과학자, 기술자, 일군들의 대거 환호 속에 등장한 사진 속 김주애의 표정에는 수줍음이나 쑥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012년 7월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를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데리고 나온 이후 노동신문이 그녀에 대해 '부인 리설주 동지'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했는데, 딸에 대해 '존귀하신'이란 특별한 존칭을 사용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백두혈통에 충실할 것" 맹세...4대 세습 포석?

북한은 이날 화성-17형 개발과 발사에 기여한 군 인사들의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군심 결집에도 나섰다.

이에따라 기존에 상장이었던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대장으로 승진하고, 상장(별 3개) 1명, 중장(별 2개) 2명, 소장(별 1개) 9명, 대좌 19명, 상좌 44명, 중좌 18명, 소좌 3명, 대위 6명, 상위 1명, 중위 1명 등이 승진했다.

그런데 이들이 충성 맹세를 다짐한 결의 편지에서도 김주애가 등장한다.

2022.11.27. 《로동신문》 3면

발사당일에는 직접 화선에까지 자신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과 함께 찾아오시여 우리들에게 남부러워할 특전을 안겨주시고....(중략)
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최종시험발사장에서 받아안은 남부러워할 특전을 최상최대의 영광, 크나큰 긍지와 자부로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것입니다.

관영매체에선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표현했지만, 공로자들의 결의 편지를 보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며 좀 더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북한의 파워엘리트 그룹 내에서 이미 김주애가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아끼는 자녀'로 알려져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또, 김주애가 <화성-17형> 발사에 공을 세운 공로자와 악수하는 장면도 공개했는데 군인은 공손하게 악수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김주애는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형 ICBM 발사장과 기념촬영장에 김 위원장의 혈통인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군 간부와 악수하는 장면을 공개한 뒤, 여기에 결의 편지를 통해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 맹세'까지 잇따라 공개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지도층과 주민들의 충성심이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연출로 보인다.

"승계 예측은 이르다"..."지도자 수업일수도"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딸을 ICBM 발사장에 데려간 것과 관련해 "ICBM 발사도 일상적인 것이라는 걸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기념사진 공개도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세습 가능성을 유추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은 '신형 ICBM이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한 전략 무기'라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아들 대신 딸을 데리고 나온 것도 '4대 세습' 추측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은 1남 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부장적인 북한에서 딸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에서 나온 주장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홍 실장은 "북한이 김주애를 동원한 사진촬영을 공개한것은 후대의 안보를 담보하게 됐다는 대내적 메시지, 대미 '강대 강' 대치 국면에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대내 결속, 안전 담보, 그리고 심리적 안정성을 고려한 고도의 계산된 연출이라는 것이다.

김주애는 2013년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추정이 맞다면 대략 10살 전후인데 아직 후계자로 거론되기엔 이른 나이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도 2008년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기 지도자 수업의 일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과거 유례없는 3대 세습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4대 세습을 논하기엔 아직 이른 단계이지만, 핵무력 강화 노선을 승계할 인물이 '김주애'가 될지 여부는 앞으로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에 따라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랑하는 → 존귀하신 자제분”…北 ‘백두혈통’ 4대 세습 시동?
    • 입력 2022-11-27 16:15:53
    • 수정2022-11-27 23:35:10
    취재K
[출처: 조선중앙통신]
모피를 덧댄 검은 코트, 곱게 손질된 머리...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이 아버지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올린 채 기념사진에 또다시 등장했다. 노동신문의 1면과 2면에 걸쳐 공개된 사진만 무려 15장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 자녀의 이름을 ‘김주애’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녀는 지난 19일 자 노동신문에선 흰색 패딩점퍼를 입고 앞머리를 내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설주 여사와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나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아버지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에 따라 북한 특유의 의도된 연출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 의도가 무엇일지 차근차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김정은의 둘째 딸, "사랑하는 자제분 -> "존귀하신 자제분" 호칭 격상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김 위원장의 딸을 일컫는 호칭이 격상됐다는 점이다. 19일자 노동신문에선 김주애에 대해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묘사했는데, 27일 자 노동신문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2022.11.27일자 노동신문 中 발췌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오시자 전체 참가자들은 가장 현명한 결심과 탁월한 령도력으로 우리식 국방발전의 완벽한 지름길을 몸소 개척하시고 강력히 인도해주시며 세계최강의 전략무기완성이라는 거대한 사변으로 우리 공화국의 빛나는 존엄을 억세게 지켜주신 우리 당과 국가, 인민의 걸출한 수령이신 김정은동지를 우러러 최대의 영광과 열렬한 흠모심을 뜨겁게 분출하며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를 힘껏 터쳐올리였다.

촬영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였다. 국방과학원 미사일 부분의 과학자, 기술자, 일군들의 대거 환호 속에 등장한 사진 속 김주애의 표정에는 수줍음이나 쑥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012년 7월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를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데리고 나온 이후 노동신문이 그녀에 대해 '부인 리설주 동지'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했는데, 딸에 대해 '존귀하신'이란 특별한 존칭을 사용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백두혈통에 충실할 것" 맹세...4대 세습 포석?

북한은 이날 화성-17형 개발과 발사에 기여한 군 인사들의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군심 결집에도 나섰다.

이에따라 기존에 상장이었던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대장으로 승진하고, 상장(별 3개) 1명, 중장(별 2개) 2명, 소장(별 1개) 9명, 대좌 19명, 상좌 44명, 중좌 18명, 소좌 3명, 대위 6명, 상위 1명, 중위 1명 등이 승진했다.

그런데 이들이 충성 맹세를 다짐한 결의 편지에서도 김주애가 등장한다.

2022.11.27. 《로동신문》 3면

발사당일에는 직접 화선에까지 자신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과 함께 찾아오시여 우리들에게 남부러워할 특전을 안겨주시고....(중략)
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최종시험발사장에서 받아안은 남부러워할 특전을 최상최대의 영광, 크나큰 긍지와 자부로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것입니다.

관영매체에선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표현했지만, 공로자들의 결의 편지를 보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며 좀 더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북한의 파워엘리트 그룹 내에서 이미 김주애가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아끼는 자녀'로 알려져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또, 김주애가 <화성-17형> 발사에 공을 세운 공로자와 악수하는 장면도 공개했는데 군인은 공손하게 악수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김주애는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형 ICBM 발사장과 기념촬영장에 김 위원장의 혈통인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군 간부와 악수하는 장면을 공개한 뒤, 여기에 결의 편지를 통해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 맹세'까지 잇따라 공개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지도층과 주민들의 충성심이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연출로 보인다.

"승계 예측은 이르다"..."지도자 수업일수도"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딸을 ICBM 발사장에 데려간 것과 관련해 "ICBM 발사도 일상적인 것이라는 걸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기념사진 공개도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세습 가능성을 유추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은 '신형 ICBM이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한 전략 무기'라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아들 대신 딸을 데리고 나온 것도 '4대 세습' 추측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은 1남 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부장적인 북한에서 딸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에서 나온 주장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홍 실장은 "북한이 김주애를 동원한 사진촬영을 공개한것은 후대의 안보를 담보하게 됐다는 대내적 메시지, 대미 '강대 강' 대치 국면에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대내 결속, 안전 담보, 그리고 심리적 안정성을 고려한 고도의 계산된 연출이라는 것이다.

김주애는 2013년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추정이 맞다면 대략 10살 전후인데 아직 후계자로 거론되기엔 이른 나이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도 2008년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기 지도자 수업의 일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과거 유례없는 3대 세습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4대 세습을 논하기엔 아직 이른 단계이지만, 핵무력 강화 노선을 승계할 인물이 '김주애'가 될지 여부는 앞으로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에 따라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