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의자 1개에 100만 원?…“허리 아프다…바꿔달라”

입력 2022.11.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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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증액 신청해도 되나요? 사무차장님, 지금 위원들 앉은 자리에 의자 있잖아요. 이것 좀 바꿔 주시면 안 됩니까? 이거 허리에 너무 안 좋아요."

지난 16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내년도 국회 예산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뜬금없이 "국회의원 의자를 바꿔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러자 송 의원은 "돈 많이 들어가면 운영위 회의장에 있는 의자만 교체하는 예산을 좀 반영시켜 달라"며 "이거 허리에 너무 안 좋다"고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사무차장은 거듭 "의자 1개당 1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밝혔는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자가 뭐 그리 비싸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예산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게 고급 의자라서 그렇다. 국회의 권위를 생각해 고급 의자로 만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자 교체 논의,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의자를 바꿔 달라는 송 의원의 거듭된 요청에 예산소위 위원들은 진지하게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국회사무처는 1997년 의자를 처음 도입할 당시 1개당 67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송언석 위원 : 아니, 의자가 100만 원 맞습니까, 진짜?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 의자가 97년도에 처음 도입할 때 저희들이 그때 많이 교체를 했는데 67만 원이었습니다.
진성준 소위원장 : 수석님, 의자는 좀 천천히 바꿉시다, 22대 국회부터.

이에 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그런데 사실 의자가 꼭 이렇게 앤티크한 양식으로만 굳이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하다"고 말을 보탰고,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 운영위 것만 교체하면 한 3~4천만 원만 해주시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김미애 위원 : 그런데 그렇게 비싼 의자가 필요합니까?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 위원님, 지금 한번 인터넷 검색해 보십시오. 웬만한 건 다 100만 원입니다.
이은주 위원 : 아니, 이렇게 비싼 의자면 리폼도 있잖아요. 굳이 이것까지 다 사느니……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 사실 책상과의 조화, 회의장 분위기의 전통 이런 부분까지 고려되기 때문에 또 제한적입니다.

의자 교체 논의는 급기야 미국 대법원까지 소환한 끝에, 국회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한지'를 검토해 내후년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자며 끝났습니다.

김수흥 위원 : 하나만 여담으로 얘기하면 미국 대법원의 의자가 12개인가 그런데요. 대법관들이 선택해서 의자를 씁니다. 그래서 다 다릅니다.
진성준 소위원장 : 그러면 본인이 사서 씁니까, 미국은?
김수흥 위원 : 아니요. 사 달라고 해서.
진성준 소위원장 : 사 달라고 해서. 의자 바꾸겠다고 하는 예산을 태우기는 지금 상황에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송언석 위원 : 그러면 부대 의견을 하나 달아 주세요. 국회의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것을 내밀하게 검토해서 보고할 수 있도록 부대 의견을 좀 붙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는 꼭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 "당 색깔 맞춰 2,400개 의자 교체" 2016년에도 논란

국회의원 의자 교체 논의는 일단 좌절됐지만, 비슷한 논란은 2016년 7월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의원회관 접견실 의자 2,400개를 각 당의 상징 색깔로 일괄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에 빨간색, 더불어민주당에는 파란색, 국민의당에는 초록색, 정의당과 무소속은 검정색 의자로 이른바 '깔맞춤'을 시도한 겁니다.

'예산 낭비'라는 논란이 잇따르자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전면 보류와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 국회 운영위 예산소위, 내년도 국회 예산안 280억 원 증액 의결

국회의원 의자 교체 논의가 있던 날, 예산소위는 내년도 국회 예산안을 7,447억 원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는 올해 책정된 예산 6,998억 원보다는 449억 원 많습니다. 또 정부가 제출한 국회 예산안 7,167억 원보다 약 280억 원 늘어난 금액입니다.

예산소위에서 늘어난 예산을 살펴보니, 국회 6급 이하 비서관 호봉 상향 조정에 42억 7,200만 원, 국회의원 정책 세미나 실시간 전달 시스템 구축에 51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이 밖에도 한중 의원 연맹 예산으로 6억 5,800만 원, 뉴미디어 의정활동 홍보에 6억 원의 예산이 증액됐습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여야가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한 살림·출장 ·홍보 예산을 늘리는 일은 일사천리였습니다.

운영위 예산소위 예비 심사에서 의결된 예산안은 이후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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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 의자 1개에 100만 원?…“허리 아프다…바꿔달라”
    • 입력 2022-11-28 16:56:04
    취재K

"이 자리에서 증액 신청해도 되나요? 사무차장님, 지금 위원들 앉은 자리에 의자 있잖아요. 이것 좀 바꿔 주시면 안 됩니까? 이거 허리에 너무 안 좋아요."

지난 16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내년도 국회 예산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뜬금없이 "국회의원 의자를 바꿔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러자 송 의원은 "돈 많이 들어가면 운영위 회의장에 있는 의자만 교체하는 예산을 좀 반영시켜 달라"며 "이거 허리에 너무 안 좋다"고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사무차장은 거듭 "의자 1개당 1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밝혔는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자가 뭐 그리 비싸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예산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게 고급 의자라서 그렇다. 국회의 권위를 생각해 고급 의자로 만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자 교체 논의,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의자를 바꿔 달라는 송 의원의 거듭된 요청에 예산소위 위원들은 진지하게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국회사무처는 1997년 의자를 처음 도입할 당시 1개당 67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송언석 위원 : 아니, 의자가 100만 원 맞습니까, 진짜?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 의자가 97년도에 처음 도입할 때 저희들이 그때 많이 교체를 했는데 67만 원이었습니다.
진성준 소위원장 : 수석님, 의자는 좀 천천히 바꿉시다, 22대 국회부터.

이에 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그런데 사실 의자가 꼭 이렇게 앤티크한 양식으로만 굳이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하다"고 말을 보탰고,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 운영위 것만 교체하면 한 3~4천만 원만 해주시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김미애 위원 : 그런데 그렇게 비싼 의자가 필요합니까?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 위원님, 지금 한번 인터넷 검색해 보십시오. 웬만한 건 다 100만 원입니다.
이은주 위원 : 아니, 이렇게 비싼 의자면 리폼도 있잖아요. 굳이 이것까지 다 사느니……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 사실 책상과의 조화, 회의장 분위기의 전통 이런 부분까지 고려되기 때문에 또 제한적입니다.

의자 교체 논의는 급기야 미국 대법원까지 소환한 끝에, 국회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한지'를 검토해 내후년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자며 끝났습니다.

김수흥 위원 : 하나만 여담으로 얘기하면 미국 대법원의 의자가 12개인가 그런데요. 대법관들이 선택해서 의자를 씁니다. 그래서 다 다릅니다.
진성준 소위원장 : 그러면 본인이 사서 씁니까, 미국은?
김수흥 위원 : 아니요. 사 달라고 해서.
진성준 소위원장 : 사 달라고 해서. 의자 바꾸겠다고 하는 예산을 태우기는 지금 상황에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송언석 위원 : 그러면 부대 의견을 하나 달아 주세요. 국회의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것을 내밀하게 검토해서 보고할 수 있도록 부대 의견을 좀 붙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는 꼭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 "당 색깔 맞춰 2,400개 의자 교체" 2016년에도 논란

국회의원 의자 교체 논의는 일단 좌절됐지만, 비슷한 논란은 2016년 7월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의원회관 접견실 의자 2,400개를 각 당의 상징 색깔로 일괄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에 빨간색, 더불어민주당에는 파란색, 국민의당에는 초록색, 정의당과 무소속은 검정색 의자로 이른바 '깔맞춤'을 시도한 겁니다.

'예산 낭비'라는 논란이 잇따르자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전면 보류와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 국회 운영위 예산소위, 내년도 국회 예산안 280억 원 증액 의결

국회의원 의자 교체 논의가 있던 날, 예산소위는 내년도 국회 예산안을 7,447억 원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는 올해 책정된 예산 6,998억 원보다는 449억 원 많습니다. 또 정부가 제출한 국회 예산안 7,167억 원보다 약 280억 원 늘어난 금액입니다.

예산소위에서 늘어난 예산을 살펴보니, 국회 6급 이하 비서관 호봉 상향 조정에 42억 7,200만 원, 국회의원 정책 세미나 실시간 전달 시스템 구축에 51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이 밖에도 한중 의원 연맹 예산으로 6억 5,800만 원, 뉴미디어 의정활동 홍보에 6억 원의 예산이 증액됐습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여야가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한 살림·출장 ·홍보 예산을 늘리는 일은 일사천리였습니다.

운영위 예산소위 예비 심사에서 의결된 예산안은 이후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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