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혼돈의 파키스탄 정치권…임기 채운 총리가 없다

입력 2022.11.30 (10:52) 수정 2022.11.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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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파키스탄에선 이번 달 초 전직 총리가 시위를 주도하던 중 피격 당하면서, 그러지 않아도 혼란스러웠던 정국이 더욱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오늘 지구촌 돋보기에서는 임세흠 기자와 파키스탄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파키스탄을 이끌던 임란 칸 전(前) 총리가 총격을 당한거죠?

[기자]

이번달 3일이었습니다.

임란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의 동부 라호르 지역에서 반 정부 집회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당시 화면 먼저 볼까요?

지지자들과 트럭에 올라타서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 보이죠?

임란 칸 전 총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총성이 들리고,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웅크립니다.

칸 전 총리는 다리에 총을 맞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를 따르던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습니다.

칸 전 총리는 자신이 반 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만큼, 현 정부가 총격의 배후라고 주장했습니다.

[임란 칸/전 파키스탄 총리 : "만약 현 총리, 내무장관 그리고 파키스탄 정부가 연루돼 있다면, 이 사건의 독립적인 수사는 불가능할 겁니다."]

반면, 파키스탄 정부는 현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고, 경찰은 용의자를 붙잡아, 그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앵커]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칸 전 총리가 집회를 이끌면서 현 정권이 퇴진하고, 총선을 빨리 실시하자고 주장했거든요.

이런 주장이 못 마땅해서 암살을 시도한 것일테니, 현 정부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있는 겁니다.

또,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경찰 발표대로 범인이 순전히 개인적인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칸 전 총리로서는 반정부 시위를 더 크게 일으키기 위한 불쏘시개로 쓰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었을 겁니다.

칸 전 총리가 치료받는 동안, 집회는 계속됐고 지지자들의 세력은 더 불어 났습니다.

[앵커]

칸 전 총리는 화상으로만 시위에 참여했었는데, 지난 주말, 시위 현장에 직접 나타났다고 하죠?

[기자]

네, 칸 전 총리의 시위대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행진을 계속해 왔는데, 시위대가 이슬라마바드 근처까지 도달했습니다.

칸 전 총리는 총격 뒤 처음으로 이 시위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화면을 보면요, 시위대 속에 칸 전 총리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하죠.

단상에 올랐는데 잘 보면, 방탄 유리 뒤에 앉아 있습니다.

연설 역시 총격 상황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했는데, 자신의 목숨보다 파키스탄의 자유가 더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임란 칸/전 파키스탄 총리 : "저는 파키스탄을 위해 마지막 피 한방울이 다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앵커]

반정부 시위인건 알겠는데,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은 왜 이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거죠?

[기자]

칸 전 총리는 지난 4월에 의회의 불신임투표가 가결돼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총리입니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칸 전 총리와 시위대는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니다.

의회가 칸 전 총리를 불신임 한 것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실정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파키스탄의 국민스포츠인 크리켓 선수 출신인데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2018년 취임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반미노선을 선언했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서 경제난을 돌파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돈을 끌어들여서 도시의 주요 인프라를 건설했는데, 결과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국가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경제 지표가 최악이 된 겁니다.

새 총리로 샤리프 총리가 선출이 됐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경제 사정이 좋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높은 물가에 에너지난까지 해결책은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 틈을 노리고, 다시 칸 전 총리가 시위를 벌이는 것이겠죠.

파키스탄에선 임기를 다 채운 총리가 아직 한 명도 없잖아요.

[기자]

앞서 소개한 칸 전 총리가 22대 총리였거든요.

그런데, 1947년 건국한 이래 총리 중에 단 한 명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암살 당하거나, 부패 혐의로 쫓겨나거나 그도 아니면 군부 쿠테타로 실각했습니다.

특히 군부는 파키스탄에서 주요한 정치 세력으로 정권을 좌지우지 하는데, 칸 전 총리도 군부가 그에 대해 등을 돌리면서 축출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파키스탄은 내년 하반기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전 총리, 현 집권 세력, 군부까지 생각이 다들 달라서, 정국은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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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혼돈의 파키스탄 정치권…임기 채운 총리가 없다
    • 입력 2022-11-30 10:52:49
    • 수정2022-11-30 10: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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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파키스탄에선 이번 달 초 전직 총리가 시위를 주도하던 중 피격 당하면서, 그러지 않아도 혼란스러웠던 정국이 더욱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오늘 지구촌 돋보기에서는 임세흠 기자와 파키스탄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파키스탄을 이끌던 임란 칸 전(前) 총리가 총격을 당한거죠?

[기자]

이번달 3일이었습니다.

임란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의 동부 라호르 지역에서 반 정부 집회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당시 화면 먼저 볼까요?

지지자들과 트럭에 올라타서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 보이죠?

임란 칸 전 총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총성이 들리고,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웅크립니다.

칸 전 총리는 다리에 총을 맞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를 따르던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습니다.

칸 전 총리는 자신이 반 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만큼, 현 정부가 총격의 배후라고 주장했습니다.

[임란 칸/전 파키스탄 총리 : "만약 현 총리, 내무장관 그리고 파키스탄 정부가 연루돼 있다면, 이 사건의 독립적인 수사는 불가능할 겁니다."]

반면, 파키스탄 정부는 현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고, 경찰은 용의자를 붙잡아, 그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앵커]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칸 전 총리가 집회를 이끌면서 현 정권이 퇴진하고, 총선을 빨리 실시하자고 주장했거든요.

이런 주장이 못 마땅해서 암살을 시도한 것일테니, 현 정부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있는 겁니다.

또,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경찰 발표대로 범인이 순전히 개인적인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칸 전 총리로서는 반정부 시위를 더 크게 일으키기 위한 불쏘시개로 쓰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었을 겁니다.

칸 전 총리가 치료받는 동안, 집회는 계속됐고 지지자들의 세력은 더 불어 났습니다.

[앵커]

칸 전 총리는 화상으로만 시위에 참여했었는데, 지난 주말, 시위 현장에 직접 나타났다고 하죠?

[기자]

네, 칸 전 총리의 시위대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행진을 계속해 왔는데, 시위대가 이슬라마바드 근처까지 도달했습니다.

칸 전 총리는 총격 뒤 처음으로 이 시위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화면을 보면요, 시위대 속에 칸 전 총리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하죠.

단상에 올랐는데 잘 보면, 방탄 유리 뒤에 앉아 있습니다.

연설 역시 총격 상황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했는데, 자신의 목숨보다 파키스탄의 자유가 더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임란 칸/전 파키스탄 총리 : "저는 파키스탄을 위해 마지막 피 한방울이 다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앵커]

반정부 시위인건 알겠는데,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은 왜 이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거죠?

[기자]

칸 전 총리는 지난 4월에 의회의 불신임투표가 가결돼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총리입니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칸 전 총리와 시위대는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니다.

의회가 칸 전 총리를 불신임 한 것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실정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파키스탄의 국민스포츠인 크리켓 선수 출신인데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2018년 취임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반미노선을 선언했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서 경제난을 돌파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돈을 끌어들여서 도시의 주요 인프라를 건설했는데, 결과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국가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경제 지표가 최악이 된 겁니다.

새 총리로 샤리프 총리가 선출이 됐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경제 사정이 좋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높은 물가에 에너지난까지 해결책은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 틈을 노리고, 다시 칸 전 총리가 시위를 벌이는 것이겠죠.

파키스탄에선 임기를 다 채운 총리가 아직 한 명도 없잖아요.

[기자]

앞서 소개한 칸 전 총리가 22대 총리였거든요.

그런데, 1947년 건국한 이래 총리 중에 단 한 명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암살 당하거나, 부패 혐의로 쫓겨나거나 그도 아니면 군부 쿠테타로 실각했습니다.

특히 군부는 파키스탄에서 주요한 정치 세력으로 정권을 좌지우지 하는데, 칸 전 총리도 군부가 그에 대해 등을 돌리면서 축출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파키스탄은 내년 하반기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전 총리, 현 집권 세력, 군부까지 생각이 다들 달라서, 정국은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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