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하루 만에 끝난 ‘지하철 파업’…한때 “압사당할 것 같아요” 제보까지
입력 2022.12.01 (11:51) 수정 2022.12.01 (12:00) 취재K
■ "날 추운데 언제 오나"…하루 만에 종료된 '지하철 파업' 현장 가보니
"안 그래도 어젯밤 '지하철 파업' 소식 듣고 오늘 아침에 택시 탔어요. 지금도 열차가 평소보다 10여 분 정도 늦게 오는 거 같네요." -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경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 2명 "소요산행(行)을 타야 하는데, 계속 광운대행만 오고…. 원래 이쪽 방향 차는 잘 오지도 않는데, 오늘따라 더하네요. 날도 추운데 지금 15분째 이러고 있어요." - 같은 날 오후 4시 20분경 1호선 영등포역 승강장에서 만난 할머니 3명 |
'강력 한파'가 몰아친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노선 대부분(1~8호선,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통합노동조합, 이하 '지하철 노조')이 출정식을 열고 6년 만에 파업(罷業·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작업 중지 행위)을 개시했습니다.
같은 달 24일부터 시작돼온 전국철도노동조합(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제1노조, 이하 '철도 노조')의 태업(怠業·작업 능률을 저하시키는 노동 쟁의 행위)과 맞물려, 이날 서울 지하철 운행은 열차가 지연되고 배차 간격이 늘어나는 등 차질을 빚었는데요. 특히 노조가 '파업' 중인 서울교통공사, '태업' 중인 한국철도공사가 공동 운행하는 1호선, 3호선(일산선), 4호선(안산-과천선)의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일 기준 평시 대비 72~93% 하향 조정되기도 했습니다.
30일 시작된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노사(勞社) 간 임금·인력 문제 협상'이 그날 밤 자정을 넘겨 타결됨에 따라 '하루 만에 종료'됐지만, '퇴근길 대란(大亂)'이 일어나는 등 여파가 심했습니다. '지하철 파업' 당일, 각 역(驛)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 2·3호선 등 퇴근길 혼잡 심해…개찰구 통제에 '압사 위기' 제보까지
이날 정오 이후 낮 시간대 1호선 서울·금정·영등포역 등 몇몇 역 승강장을 찾아가 본 결과, 시민들은 대체로 자신이 탈 열차를 평소보다 5~10분 정도 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사(驛舍) 내 전광판, 안내문, 안내 방송 등에서는 '노조의 파업·태업 여파로 열차가 연착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시민은 열차 지연으로 지하철 이용에 소모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1호선 송탄역에서 금정역까지 왕복으로 열차를 탄다는 한 여성은 기자에게 "이전에는 집에서 나와서 왕복으로 3시간 반이면 오갈 수 있었는데, 이젠 5시간이 됐다"며 "(송탄역 방향) 열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파업의 여파는 저녁 무렵부터 본격화됐습니다. 2~3호선 등 각 지하철 노선에서는 ' 퇴근길 열차 지연'으로 사람들이 몰려, '인파 사고가 우려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일부 역에서는 개찰구를 통제하는 등 혼잡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퇴근길에 2~3호선 열차를 모두 이용한 직장인 박모 씨는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호선 서초역에서 출발해 교대역까지 한 정거장 가는 데 수십 분이 걸렸다"며 "교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는 데도, 열차 안에 사람이 많아 압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퇴근길에 2호선 삼성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많았어요. 차내에는 인파에 밀리고 치여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모씨 / 인천 부평구) "3호선 교대역인데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것 같아서 경찰에 바로 신고했어요. 지금 소방차 왔습니다." (익명 제보자) - 지하철 노조 파업 당일 저녁 'KBS 제보' 갈무리 |
실제 기자가 오후 5시 30분 이후부터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 체류하며 현장을 지켜본 결과, '집중 퇴근 시간대'에 열차가 지연돼 승강장 및 객차 내 혼잡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6시가 지나자 시민들이 줄지어 섰고, 늦게 도착한 열차에도 다 탑승하지 못해 뒷줄에 있던 사람들은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탑승이 끝났음에도 열차는 운행 간격 조정을 위해 출입문이 열린 채 승강장에서 한동안 대기했고, 그 사이 다시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습니다. 열차에서 내린 시민들로 승강장이 가득 찼고, 계단에까지 사람들이 몰려 인파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멈춰 서기도 했습니다.

승하차객들은 과밀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듯, 한숨을 쉬거나 불평을 하며 앞사람을 밀기도 했습니다. 승차 순서를 기다리던 한 남성은 "아무리 퇴근 시간대 2호선이라 해도, 이 정도까지 줄을 서지는 않았다. 한 번에 (열차에) 다 못 타서 두 번째, 세 번째 열차에 나눠 타고 있지 않나"라며 "확실히 평소보다 열차를 많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지하철'뿐 아니라 '철도 열차'도 느릿느릿…'대전행 무궁화호 40여 분 지연'
한편, 이날 지하철뿐 아니라 철도 열차도 시민들의 발을 묶어놨습니다. 이날 정오 즈음 서울역을 거쳐간 철도 열차 가운데, 대전행 무궁화호 열차는 철도 노조 태업의 여파로 40여 분 연착되기도 했습니다. '낮 12시 4분'에 서울역 도착 예정인 무궁화호가 43분이나 늦은 12시 47분에야 온 것이었는데요.
한참 늦어지고 있던 와중에, '해당 열차가 차량기지 내 출고 지연으로 우리 역에서 출발이 지연될 예정이니 바쁘신 승객들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달라'고 말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역 철도 열차 승강장에 있던 한 역무원은 '지연되는 무궁화호가 언제쯤 도착하는지' 묻는 기자에게, "대전 가실 거면 KTX 타는 게 나을 것"이라며 "무궁화호는 노조 태업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지하철 파업' 봉합됐지만…내일(2일) '철도 파업' 예고에 촉각
지난달 30일 개시된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노사 간 협상 타결로 하루 만에 봉합됐지만, 임금 및 민영화 관련 문제로 사측과 대립 중인 철도 노조의 파업은 내일(2일) 예정대로 강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도 오후 중에 노사 간 교섭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쟁점을 놓고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이어져 온 태업으로 무궁화호 등 몇몇 철도 열차와 서울 지하철 1·3·4호선 운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파업이 본격 개시된다면 연말 '열차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 하루 만에 끝난 ‘지하철 파업’…한때 “압사당할 것 같아요” 제보까지
-
- 입력 2022-12-01 11:51:33
- 수정2022-12-01 12:00:33

■ "날 추운데 언제 오나"…하루 만에 종료된 '지하철 파업' 현장 가보니
"안 그래도 어젯밤 '지하철 파업' 소식 듣고 오늘 아침에 택시 탔어요. 지금도 열차가 평소보다 10여 분 정도 늦게 오는 거 같네요." -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경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 2명 "소요산행(行)을 타야 하는데, 계속 광운대행만 오고…. 원래 이쪽 방향 차는 잘 오지도 않는데, 오늘따라 더하네요. 날도 추운데 지금 15분째 이러고 있어요." - 같은 날 오후 4시 20분경 1호선 영등포역 승강장에서 만난 할머니 3명 |
'강력 한파'가 몰아친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노선 대부분(1~8호선,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통합노동조합, 이하 '지하철 노조')이 출정식을 열고 6년 만에 파업(罷業·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작업 중지 행위)을 개시했습니다.
같은 달 24일부터 시작돼온 전국철도노동조합(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제1노조, 이하 '철도 노조')의 태업(怠業·작업 능률을 저하시키는 노동 쟁의 행위)과 맞물려, 이날 서울 지하철 운행은 열차가 지연되고 배차 간격이 늘어나는 등 차질을 빚었는데요. 특히 노조가 '파업' 중인 서울교통공사, '태업' 중인 한국철도공사가 공동 운행하는 1호선, 3호선(일산선), 4호선(안산-과천선)의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일 기준 평시 대비 72~93% 하향 조정되기도 했습니다.
30일 시작된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노사(勞社) 간 임금·인력 문제 협상'이 그날 밤 자정을 넘겨 타결됨에 따라 '하루 만에 종료'됐지만, '퇴근길 대란(大亂)'이 일어나는 등 여파가 심했습니다. '지하철 파업' 당일, 각 역(驛)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 2·3호선 등 퇴근길 혼잡 심해…개찰구 통제에 '압사 위기' 제보까지
이날 정오 이후 낮 시간대 1호선 서울·금정·영등포역 등 몇몇 역 승강장을 찾아가 본 결과, 시민들은 대체로 자신이 탈 열차를 평소보다 5~10분 정도 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사(驛舍) 내 전광판, 안내문, 안내 방송 등에서는 '노조의 파업·태업 여파로 열차가 연착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시민은 열차 지연으로 지하철 이용에 소모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1호선 송탄역에서 금정역까지 왕복으로 열차를 탄다는 한 여성은 기자에게 "이전에는 집에서 나와서 왕복으로 3시간 반이면 오갈 수 있었는데, 이젠 5시간이 됐다"며 "(송탄역 방향) 열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파업의 여파는 저녁 무렵부터 본격화됐습니다. 2~3호선 등 각 지하철 노선에서는 ' 퇴근길 열차 지연'으로 사람들이 몰려, '인파 사고가 우려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일부 역에서는 개찰구를 통제하는 등 혼잡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퇴근길에 2~3호선 열차를 모두 이용한 직장인 박모 씨는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호선 서초역에서 출발해 교대역까지 한 정거장 가는 데 수십 분이 걸렸다"며 "교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는 데도, 열차 안에 사람이 많아 압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퇴근길에 2호선 삼성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많았어요. 차내에는 인파에 밀리고 치여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모씨 / 인천 부평구) "3호선 교대역인데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것 같아서 경찰에 바로 신고했어요. 지금 소방차 왔습니다." (익명 제보자) - 지하철 노조 파업 당일 저녁 'KBS 제보' 갈무리 |
실제 기자가 오후 5시 30분 이후부터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 체류하며 현장을 지켜본 결과, '집중 퇴근 시간대'에 열차가 지연돼 승강장 및 객차 내 혼잡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6시가 지나자 시민들이 줄지어 섰고, 늦게 도착한 열차에도 다 탑승하지 못해 뒷줄에 있던 사람들은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탑승이 끝났음에도 열차는 운행 간격 조정을 위해 출입문이 열린 채 승강장에서 한동안 대기했고, 그 사이 다시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습니다. 열차에서 내린 시민들로 승강장이 가득 찼고, 계단에까지 사람들이 몰려 인파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멈춰 서기도 했습니다.

승하차객들은 과밀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듯, 한숨을 쉬거나 불평을 하며 앞사람을 밀기도 했습니다. 승차 순서를 기다리던 한 남성은 "아무리 퇴근 시간대 2호선이라 해도, 이 정도까지 줄을 서지는 않았다. 한 번에 (열차에) 다 못 타서 두 번째, 세 번째 열차에 나눠 타고 있지 않나"라며 "확실히 평소보다 열차를 많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지하철'뿐 아니라 '철도 열차'도 느릿느릿…'대전행 무궁화호 40여 분 지연'
한편, 이날 지하철뿐 아니라 철도 열차도 시민들의 발을 묶어놨습니다. 이날 정오 즈음 서울역을 거쳐간 철도 열차 가운데, 대전행 무궁화호 열차는 철도 노조 태업의 여파로 40여 분 연착되기도 했습니다. '낮 12시 4분'에 서울역 도착 예정인 무궁화호가 43분이나 늦은 12시 47분에야 온 것이었는데요.
한참 늦어지고 있던 와중에, '해당 열차가 차량기지 내 출고 지연으로 우리 역에서 출발이 지연될 예정이니 바쁘신 승객들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달라'고 말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역 철도 열차 승강장에 있던 한 역무원은 '지연되는 무궁화호가 언제쯤 도착하는지' 묻는 기자에게, "대전 가실 거면 KTX 타는 게 나을 것"이라며 "무궁화호는 노조 태업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지하철 파업' 봉합됐지만…내일(2일) '철도 파업' 예고에 촉각
지난달 30일 개시된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노사 간 협상 타결로 하루 만에 봉합됐지만, 임금 및 민영화 관련 문제로 사측과 대립 중인 철도 노조의 파업은 내일(2일) 예정대로 강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도 오후 중에 노사 간 교섭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쟁점을 놓고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이어져 온 태업으로 무궁화호 등 몇몇 철도 열차와 서울 지하철 1·3·4호선 운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파업이 본격 개시된다면 연말 '열차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