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기자!” 역사로 남은 27사단

입력 2022.12.01 (15:54) 수정 2022.12.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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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자!" 대한민국 유일의 '3음절' 경례 구호


군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경례 구호는 '충성' 입니다. 부대에 따라서 '단결', '필승', '백골' 등의 구호를 쓰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두 글자, 2음절 경례 구호를 쓰고 있습니다.

군 부대 중 유일하게 3음절 경례 구호를 붙이던 곳. 강원도 화천 일대에 주둔하던 육군 27사단 , 이른바 이기자 부대입니다. '이기자!'라는 경례에는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이기자 부대는 6.25 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 9월 18일 창설됐습니다. 이른바 '메이커 부대'라고 불리는 한 자릿수 부대(1사단, 3사단, 6사단, 7사단, 9사단 등) 못지 않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이기자 부대가 유명했던 이유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만큼 강도높은 훈련이었습니다. 유격 훈련장의 비석에 새겨진 '훈련은 무자비하게'라는 문구는 이기자 부대 출신 전역자에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입니다. 고달팠던 훈련만큼 이기자 부대 출신들 간의 유대도 끈끈한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육군 27사단 유격훈련장 내 비석육군 27사단 유격훈련장 내 비석

■ "2022년 11월 30일부로 부대 해체를 명 받았습니다! "

역사와 전통에 빛났던 이기자 부대에 대한 얘기는 이제 '과거형'으로 남게 됐습니다. 어제(2022년 11월 30일)부로 육군 27사단은 공식적으로 해체됐기 때문입니다.

2018년 즈음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부대 해체는 2019년을 거치며 본격화됐습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부대 해체와 통폐합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력 구조로 정예화를 추진하고, 인구 감소 등으로 부족해진 병력 수를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포천에 있던 육군6군단, 진군부대도 같은 이유로 어제 해체됐습니다.

상비병력은 2017년 61.8만 명에서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이와 연계해 육군 사단을 39개에서 33개로 감축하는 등 부대개편을 추진할 것이다. 비록 병력과 부대는 감축되지만, 전투부대 간부 보강 및 비전투 분야 민간인력 확대 등 전투 중심의 국방인력 구조 개편과 첨단 무기체계 전력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전투역량은 강화될 것이다.

-국방백서, 국방개혁 2.0 추진과제 중-

■ 해체 반대 목소리도…"무형 전력 보존 고려했어야"

강원도 화천 일대에 내걸린 27사단 해체 반대  현수막들강원도 화천 일대에 내걸린 27사단 해체 반대 현수막들

부대 해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2019년부터 강원도 화천 일대 주민들이 우선 반대에 나섰습니다. 부대가 사라지면 군인들이 사라지고, 지역 상권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전반적인 반대 이유였습니다.

예비역 부대장들과 이기자 전우회도 나서서 부대 해체를 재고해달라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 전인범 / 전 육군 27사단장
"이기자 부대가 임무를 완수하고 나라를 지키고, 부여됐던 수많은 임무를 마친 것에 대해 前 이기자 부대장의 입장에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부대가 해체된 것에 대해 굉장히 서운합니다. 물론 군인으로서 국방개혁과 군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부대라고 하는 건 전통과 명예, 사기가 전투력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건 보이지 않는 전투력 이기에 우리가 무형 전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무형 전력의 보존이 고려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유사시) 필요할 수 있는 자산을 그냥 허공에 버린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쉽습니다"

■ 이광재 / 이기자 부대 전우회장
"대한민국 남성, 아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지간해서 이기자 부대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정도의 명성을 얻기까지 부대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서 전통있는 강한 부대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강한 부대를 아무 흔적도 없이 하루 아침에 없애버린다면 그것을 육성하기 위해서 들어간 노력과 품이 얼마나 아깝습니까. 국가 방위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입니다. 그래서 국방부와 군 당국에 수차례 요구도 했습니다. 27사단 내 1개 여단이라도 이기자 부대로 존치를 시키면 어떻겠느냐. 지금의 주둔지를 동원부대인 66사단이 쓴다고 하는데, 공존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수차례 국방부에 요청하고 탄원도 했지만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부대 해체에 따라 27사단이 주둔했던 강원도 화천 일대에는 동원부대인 육군 66사단이 이동합니다. 27사단의 장비와 병력들은 화천 소재 육군 7사단과 15사단으로 넘어갑니다.

■ 미군은 '해체'보다 '해제'

이기자 부대의 해체와 관련해, 미군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예비역들의 얘기입니다.

미군도 전쟁이 중단되거나 종료되면 기존 사단 수를 대폭 축소합니다. 다만, 축소 시 '해체'가 아닌 '해제'에 무게를 둡니다. 다시 말해, 부대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부대기나 부대의 중요한 상징물을 유지하다가 필요 시 언제든 부대를 재생하거나 재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후방 혹은 예비부대에 기존 부대의 흔적을 남겨 귀속시키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기자 전우회 등은 이기자 부대가 갖는 상징성이 컸던 만큼 군 당국이 이런 방안들을 적극 검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당초 계획으로는 내년에 강원도 양양에 있는 육군 8군단도 해체 수순을 밟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해체 계획이 재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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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이기자!” 역사로 남은 27사단
    • 입력 2022-12-01 15:54:19
    • 수정2022-12-01 15:55:53
    취재K
■ "이기자!" 대한민국 유일의 '3음절' 경례 구호


군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경례 구호는 '충성' 입니다. 부대에 따라서 '단결', '필승', '백골' 등의 구호를 쓰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두 글자, 2음절 경례 구호를 쓰고 있습니다.

군 부대 중 유일하게 3음절 경례 구호를 붙이던 곳. 강원도 화천 일대에 주둔하던 육군 27사단 , 이른바 이기자 부대입니다. '이기자!'라는 경례에는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이기자 부대는 6.25 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 9월 18일 창설됐습니다. 이른바 '메이커 부대'라고 불리는 한 자릿수 부대(1사단, 3사단, 6사단, 7사단, 9사단 등) 못지 않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이기자 부대가 유명했던 이유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만큼 강도높은 훈련이었습니다. 유격 훈련장의 비석에 새겨진 '훈련은 무자비하게'라는 문구는 이기자 부대 출신 전역자에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입니다. 고달팠던 훈련만큼 이기자 부대 출신들 간의 유대도 끈끈한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육군 27사단 유격훈련장 내 비석
■ "2022년 11월 30일부로 부대 해체를 명 받았습니다! "

역사와 전통에 빛났던 이기자 부대에 대한 얘기는 이제 '과거형'으로 남게 됐습니다. 어제(2022년 11월 30일)부로 육군 27사단은 공식적으로 해체됐기 때문입니다.

2018년 즈음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부대 해체는 2019년을 거치며 본격화됐습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부대 해체와 통폐합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력 구조로 정예화를 추진하고, 인구 감소 등으로 부족해진 병력 수를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포천에 있던 육군6군단, 진군부대도 같은 이유로 어제 해체됐습니다.

상비병력은 2017년 61.8만 명에서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이와 연계해 육군 사단을 39개에서 33개로 감축하는 등 부대개편을 추진할 것이다. 비록 병력과 부대는 감축되지만, 전투부대 간부 보강 및 비전투 분야 민간인력 확대 등 전투 중심의 국방인력 구조 개편과 첨단 무기체계 전력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전투역량은 강화될 것이다.

-국방백서, 국방개혁 2.0 추진과제 중-

■ 해체 반대 목소리도…"무형 전력 보존 고려했어야"

강원도 화천 일대에 내걸린 27사단 해체 반대  현수막들
부대 해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2019년부터 강원도 화천 일대 주민들이 우선 반대에 나섰습니다. 부대가 사라지면 군인들이 사라지고, 지역 상권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전반적인 반대 이유였습니다.

예비역 부대장들과 이기자 전우회도 나서서 부대 해체를 재고해달라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 전인범 / 전 육군 27사단장
"이기자 부대가 임무를 완수하고 나라를 지키고, 부여됐던 수많은 임무를 마친 것에 대해 前 이기자 부대장의 입장에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부대가 해체된 것에 대해 굉장히 서운합니다. 물론 군인으로서 국방개혁과 군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부대라고 하는 건 전통과 명예, 사기가 전투력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건 보이지 않는 전투력 이기에 우리가 무형 전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무형 전력의 보존이 고려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유사시) 필요할 수 있는 자산을 그냥 허공에 버린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쉽습니다"

■ 이광재 / 이기자 부대 전우회장
"대한민국 남성, 아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지간해서 이기자 부대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정도의 명성을 얻기까지 부대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서 전통있는 강한 부대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강한 부대를 아무 흔적도 없이 하루 아침에 없애버린다면 그것을 육성하기 위해서 들어간 노력과 품이 얼마나 아깝습니까. 국가 방위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입니다. 그래서 국방부와 군 당국에 수차례 요구도 했습니다. 27사단 내 1개 여단이라도 이기자 부대로 존치를 시키면 어떻겠느냐. 지금의 주둔지를 동원부대인 66사단이 쓴다고 하는데, 공존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수차례 국방부에 요청하고 탄원도 했지만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부대 해체에 따라 27사단이 주둔했던 강원도 화천 일대에는 동원부대인 육군 66사단이 이동합니다. 27사단의 장비와 병력들은 화천 소재 육군 7사단과 15사단으로 넘어갑니다.

■ 미군은 '해체'보다 '해제'

이기자 부대의 해체와 관련해, 미군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예비역들의 얘기입니다.

미군도 전쟁이 중단되거나 종료되면 기존 사단 수를 대폭 축소합니다. 다만, 축소 시 '해체'가 아닌 '해제'에 무게를 둡니다. 다시 말해, 부대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부대기나 부대의 중요한 상징물을 유지하다가 필요 시 언제든 부대를 재생하거나 재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후방 혹은 예비부대에 기존 부대의 흔적을 남겨 귀속시키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기자 전우회 등은 이기자 부대가 갖는 상징성이 컸던 만큼 군 당국이 이런 방안들을 적극 검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당초 계획으로는 내년에 강원도 양양에 있는 육군 8군단도 해체 수순을 밟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해체 계획이 재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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