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 코인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입력 2022.12.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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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사칭, 대환대출, 수익률 보장 등 보이스피싱 수법은 다양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 진화합니다. 속이는 수법도 매번 바꾸지만, 가로챈 돈을 '세탁'하는 방법에도 변화를 줍니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은 그 세탁에 코인을 동원했습니다.

■ "아빠 나 액정 깨졌어" 접근은 평범

범죄의 시작은 널리 알려진 방법입니다. '아빠 나 액정 깨졌어'라며 자녀를 사칭한 메시지를 받은 겁니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범들이 원하는 금액을 계좌이체 했습니다. 그 사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기엔 악성 프로그램이 깔렸고, 이체한 돈 외에 추가 금액이 모바일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여기까진 흔한 방식입니다.

눈길이 가는 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피싱에 속은 이들이 돈을 이체한 계좌는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계좌였습니다. 코인을 팔겠다고 내놓은 매도자의 계좌였습니다.

피해자 핸드폰에 깔린 악성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매도자 계좌로 연결해줬던 겁니다.

■ 피싱 피해금 3단계 거쳐 '코인'으로

매도자 입장에선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자기 계좌로 현금을 보낸 상황.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그 과정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매도자는 피싱 피해자가 보낸 돈을 '코인 매수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매수자가 불러주는 가상화폐 계좌로 코인을 이체합니다. 하지만 이 매수자는 실제로는 보이스피싱범들이었습니다.

미리 알아뒀던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거래소에 아이디(ID)를 개설했고, 마치 코인을 사려는 선량한 매수자 행세를 했던 겁니다.

코인을 산 건 매수자 행세를 한 보이스피싱범들, 그 돈을 낸 건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

그렇게 피싱 일당 손에 들어간 코인은 중국 작업장으로 전달됐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금 추적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피해 회복이 사실상 막히는 순간입니다.

최근 피싱 일당들에게 급속히 퍼지고 있는 '신종 자금세탁'이라고 합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국내외 총책 등 보이스피싱범 3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4명을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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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과 코인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입력 2022-12-02 07:01:28
    취재K

자녀 사칭, 대환대출, 수익률 보장 등 보이스피싱 수법은 다양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 진화합니다. 속이는 수법도 매번 바꾸지만, 가로챈 돈을 '세탁'하는 방법에도 변화를 줍니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은 그 세탁에 코인을 동원했습니다.

■ "아빠 나 액정 깨졌어" 접근은 평범

범죄의 시작은 널리 알려진 방법입니다. '아빠 나 액정 깨졌어'라며 자녀를 사칭한 메시지를 받은 겁니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범들이 원하는 금액을 계좌이체 했습니다. 그 사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기엔 악성 프로그램이 깔렸고, 이체한 돈 외에 추가 금액이 모바일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여기까진 흔한 방식입니다.

눈길이 가는 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피싱에 속은 이들이 돈을 이체한 계좌는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계좌였습니다. 코인을 팔겠다고 내놓은 매도자의 계좌였습니다.

피해자 핸드폰에 깔린 악성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매도자 계좌로 연결해줬던 겁니다.

■ 피싱 피해금 3단계 거쳐 '코인'으로

매도자 입장에선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자기 계좌로 현금을 보낸 상황.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그 과정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매도자는 피싱 피해자가 보낸 돈을 '코인 매수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매수자가 불러주는 가상화폐 계좌로 코인을 이체합니다. 하지만 이 매수자는 실제로는 보이스피싱범들이었습니다.

미리 알아뒀던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거래소에 아이디(ID)를 개설했고, 마치 코인을 사려는 선량한 매수자 행세를 했던 겁니다.

코인을 산 건 매수자 행세를 한 보이스피싱범들, 그 돈을 낸 건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

그렇게 피싱 일당 손에 들어간 코인은 중국 작업장으로 전달됐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금 추적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피해 회복이 사실상 막히는 순간입니다.

최근 피싱 일당들에게 급속히 퍼지고 있는 '신종 자금세탁'이라고 합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국내외 총책 등 보이스피싱범 3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4명을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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