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위로와 치유…예술로 보듬는 상처

입력 2022.12.02 (21:59) 수정 2022.12.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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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청년들의 희생은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트라우마로 남았는데요.

참사가 빚은 상흔을 함께 어루만지고 남은 이들을 보듬고자 미술인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생살을 찢듯 하얀 천을 거칠게 쓸어내린 붓질.

빛나던 젊음의 복판에서 불현듯 생사의 강을 건너야 했을 청춘들의 고통이 흑백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희생자 또래 자녀를 키우는 작가는 붓질마다 어른의 책무를 곱씹으며, 영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기만의 제례를 치릅니다.

[정미현/한국화가 :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이 그림 그리는 동안. 아이들의 그 순간의 힘겨웠던 고통이 전이가 되고. 선 하나하나에 위로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고,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싶었어요."]

또렷한 눈매로 한 곳을 응시하는 여성 3대의 분절된 듯 겹쳐진 세계.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세대의 삶이 얽힌다 믿는 작가는 팬더믹을 거치며 더 소중해진 가족의 가치를 되뇌며 엄마와 딸에게 색을 덧입혔습니다.

한 청년의 죽음은 다름 아닌 온 가족의 붕괴, 변해버린 자식의 살빛 앞에 애가 끊어질 듯 울부짖던 이들을 어루만지고픈 마음뿐입니다.

[박지예/한국화가 : "슬픈 시간을 온 국민이 겪고 있잖아요. 제 아이가 집에 저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족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자…."]

생기 잃은 동공과 주름골을 채운 거친 음영, 타인의 숨줄을 지키려 온몸을 던진 소방관은 불안에 잠식당한 자기 얼굴을 직접 수묵에 담았습니다.

살리지 못한 이의 절규에 영혼마저 말라버린 어제의 자화상은, 참사 현장을 거친 대원들의 오늘과 닿아 있습니다.

[최영희/누벨백미술관 대표 : "작가들의 진정성이 희생자의 가족들에게도 전달돼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요. 관람객들도 와서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가 됐으면…."]

국가와 정치가 미뤄둔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예술인들이 먼저 내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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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위로와 치유…예술로 보듬는 상처
    • 입력 2022-12-02 21:59:45
    • 수정2022-12-02 22:10:09
    뉴스9(전주)
[앵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청년들의 희생은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트라우마로 남았는데요.

참사가 빚은 상흔을 함께 어루만지고 남은 이들을 보듬고자 미술인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생살을 찢듯 하얀 천을 거칠게 쓸어내린 붓질.

빛나던 젊음의 복판에서 불현듯 생사의 강을 건너야 했을 청춘들의 고통이 흑백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희생자 또래 자녀를 키우는 작가는 붓질마다 어른의 책무를 곱씹으며, 영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기만의 제례를 치릅니다.

[정미현/한국화가 :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이 그림 그리는 동안. 아이들의 그 순간의 힘겨웠던 고통이 전이가 되고. 선 하나하나에 위로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고,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싶었어요."]

또렷한 눈매로 한 곳을 응시하는 여성 3대의 분절된 듯 겹쳐진 세계.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세대의 삶이 얽힌다 믿는 작가는 팬더믹을 거치며 더 소중해진 가족의 가치를 되뇌며 엄마와 딸에게 색을 덧입혔습니다.

한 청년의 죽음은 다름 아닌 온 가족의 붕괴, 변해버린 자식의 살빛 앞에 애가 끊어질 듯 울부짖던 이들을 어루만지고픈 마음뿐입니다.

[박지예/한국화가 : "슬픈 시간을 온 국민이 겪고 있잖아요. 제 아이가 집에 저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족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자…."]

생기 잃은 동공과 주름골을 채운 거친 음영, 타인의 숨줄을 지키려 온몸을 던진 소방관은 불안에 잠식당한 자기 얼굴을 직접 수묵에 담았습니다.

살리지 못한 이의 절규에 영혼마저 말라버린 어제의 자화상은, 참사 현장을 거친 대원들의 오늘과 닿아 있습니다.

[최영희/누벨백미술관 대표 : "작가들의 진정성이 희생자의 가족들에게도 전달돼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요. 관람객들도 와서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가 됐으면…."]

국가와 정치가 미뤄둔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예술인들이 먼저 내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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